토종 푸른독새기콩을 수확하고 판매를 고심한 적이 있었다. 한 알에 100원씩 받아도 내 인건비는 안 나올 만큼 적은 양이었다. 첫 농사에 첫 수확물이었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책상 위에 펴 말리면서 콩이 다 마를 때까지 어찌 팔아야 될까를 한참 고민했다. 씨앗을 심고, 밭고랑 사이를 누비며, 검질을 매고, 콩이 자라는 것을 지켜보는 기쁨은 컸으나 막상 수확을 하고 나니 머리가 조금씩 아파왔다. 그렇다고 콩 한 알에 100원씩 팔 수는 없는 노릇. 그 후로도 며칠을 고심하다 청국장을 띄우기로 결정했다. 물론 나는 청국장을 먹어본 적이
난 피망과 파프리카의 차이를 잘 몰랐다. 아니 아직도 잘 모른다. ‘피망은 초록색이고, 피망은 파프리카에 비해 조금 저렴한 가격이다’ 정도로 알 뿐이다. 난 그저 모종을 사올 때 피망이라고 하면 피망인가 보다 하고, 파프리카라고 하면 파프리카인가 보다 했다. 올해는 피망 몇 주를 심어놓고 키웠다. 그런데 피망도 때가 되니 고추처럼 붉게 변했다. 피망은 고추를 개량해 만든 것인데, 피망의 매운맛을 없애고 단맛이 나게 만든 것이 파프리카라고 한다. 아삭한 맛이 좋고 매운맛이 거의 없는 고추가 피망인 것이다. 이처럼 피망과 파프리카는 고
수확의 계절, 가을이다. 제주도는 사실상 수확의 계절이 따로 없지만 그래도 전통적인 수확의 계절은 뭐니 뭐니 해도 가을이다. 월동무를 비롯해 당근, 감자 등이 주 작물인 이곳의 풍경은 한참 파종기를 지나 수확을 향해 작물이 폭풍 성장하는 시기이다. 벼농사를 짓지 않으니 황금빛 들녘도 없고, 귤 외에는 과일도 딱히 없으니 벼농사, 사과농사, 배농사 짓는 곳과는 사뭇 다른 풍경일 테지만 그래도 수확의 계절인 것만은 분명하다. 여성농민회는 수확의 계절 가을을 맞아 2023 추수한마당 축제 ‘여성농민 우리들의 토종씨앗’을 연다. 행사는 1
당근 파종을 하고 계시던 옆 밭 삼촌이 우리 밭의 수박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신다. 비료를 안 한 것 맞냐며 확인도 두 어 번 하셨단다. 당신도 텃밭에 수박을 길러 여름 내내 드시지만 비료를 안 하고는 해보지 않으셨단다. 그도 그럴 것이 크게 열매를 만드는 수박은 다비성(거름을 많이 필요로 하는 성질) 작물이니 비료나 퇴비를 많이 필요로 한다. 밑거름을 넉넉히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그런 상식을 가지고 계실 삼촌도 우리 밭에 자라고 있는 수박이 그저 신기하신가 보다. 우리 밭에는 비료나 퇴비를 하지 않는 줄 알고 있었는데 수박이
씨앗을 받아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참 여러 가지로 번거로운 일이다. 우선 당근씨앗을 받으려면 2월이나 3월 당근수확을 할 때 한켠에 씨앗 받을 당근을 충분히 남겨둬야 한다. 밭을 갈아 정리할 때 트렉터를 운전하는 이들은 모조리 갈아엎기를 선호한다. 밭 가장자리라 하더라도 “요만큼은 남겨서 갈아주세요”라고 요구하면 화를 버럭 내지는 않았다하더라도 분명 표정은 좋지 않다. 언제적 구시대적인 농사를 하느냐고 핀잔도 들어야한다. 자신이 그리 농사 짓지 않는다고 나의 농사법은 순식간에 구시대적인 농법이 되고 특이한 농사법이 되고 손가락질을
LMO(유전자변형생물체) 주키니호박을 재배한 것은 아니었다.인터넷사이트에 주키니호박 판매 글을 올리고 주문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들어오라는 주문이 들어오기는커녕 판매중지됐다는 메시지가 핸드폰으로 들어왔다. 이상하다는 느낌을 가지고 주키니호박을 판매하는 사이트나 생산자가 있는지 검색했다. 세상에나, 그 어디에서도 그 어떤 생산자도 주키니호박을 판매하고 있지 않았다.올 초 LMO 주키니호박에 관한 기사를 검색해 봤다. 한 종자회사에서 검역을 거치지 않고 들여온 LMO 종자가 판매됐다. 그 종자가 자라 주키니호박이 생산됐
여름의 길목이다. 봄이 언제 왔냐싶지만 바로 무더위와 싸워야하는 여름이 와버렸다.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심각한 상황이기도 하거니와 날씨는 극단을 달린다. 6월로 접어든 요즘 아직도 밤 기온은 서늘하다 못해 춥다 느낄 정도로 낮고 낮에는 한여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기온이 높기도 하다.게다가 올 해는 잦은 비가 말썽이다. 밤 기온이 오르지 않아 익어야 할 보리가 익지 않고 비가 잦아 수확을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보리수확을 하고나서 6월 하순경 장마 즈음에 콩을 파종해야 할 텐데 현재의 기상상태로는 보리수확을 언제쯤 할 수 있을
소비자들의 요구에 토마토가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선호품목은 당근·감자·브로콜리·양배추 등이다. 몇 년 전부터 참외와 수박을 판매하다 보니 토마토 문의도 제법 많아 재배를 해볼까 고민 중이던 참에 비닐하우스를 얻게 되었다. 작년에 노지에 옥발토마토를 심어보았는데 비와 습한 날씨가 이어져 맛보기는커녕 씨앗 한 알도 건지지 못하였다. 비닐하우스 시설을 하여 적어도 비가림을 한다면 가능할 텐데 하는 생각을 줄곧 가지고 있었다. 자연재배 농민임을 자부하면서 비닐하우스 농사는 어림없는 일이라고 혼자 뿌듯해하고 있었건
토종씨앗 나눔행사가 지난 토요일에 있었다. 봄이 되기도 하였거니와 마스크해제로 이제 완연히 일상 활동이 회복되어서 여기저기서 행사소식이 많았다. 여성농민회는 윤석열 심판의 날 전국대회에 참여하였고,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자연그대로 농민장터는 200회를 맞아 뜻 깊은 행사가 치러졌다. 봄이 되면 들썩들썩 어딘가로 가고 싶은데 맞춤하게 벚꽃이 만개하여 춘상객들의 눈을 호강시켜주기까지 하였다. 우리는 토종씨앗을 가지고 여러분을 만나는 행사를 작은 동네 종달리에서 가졌다. 준비과정에 종달리사무소를 찾았더니 이장님이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우
언제 쉬웠던 적이 있었으랴만 올겨울은 유독 힘들었다. 12월 말에나 한번 눈발이 날릴까 말까 하는 이곳 제주에 12월 중순에 때 이른 한파에 눈보라가 휘날렸다. 한번 쌓인 눈은 낮은 기온 탓에 이틀 동안 녹지 않았다. 1월에도 한파가 왔다하면 2~3일 내리 낮은 기온에 당근과 무 잎이 동해(凍害)를 입었다. 가을 가뭄으로 늦게 파종한 당근이 미처 자라지 않아 애를 먹고 있었는데 더 자라야 할 당근의 잎을 상하게 했으니 당근 성장을 기대하기는 이제 끝이다. 마지막 한파에는 무를 고사 시켜버리는 결정적인 한파였다. 해안가 가까운 마을의
참외농사는 재밌었다. 직파재배를 고집하다가 처음으로 모종을 내서 정식(定植)한 참외는 의외로 잘 자라주었고, 수확도 재미있었다. 토종 먹골참외는 많은 양을 생산하였고, 작황도 좋았다. 토종 사과참외에 이어 토종 먹골참외까지 소비자 반응도 좋았다. 토종 먹골참외와 토종 사과참외, 그리고 노랑참외까지 세 종의 참외를 재배하고 판매하면서 다음 참외농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감도 잡았다. 수박은 양도 적었고 늦게 정식하여 수확을 할 수 있을까 나름 걱정하였지만 작년보다는 많은 수확량에 감사한다. 관리가 부실하고 시기가 늦어져 크기가 대
세 번의 태풍이 휩쓸고 지나갔고 토종 독새기콩 콩밭을 갈아엎었다. 그해 여름 우린 너무나도 열심히 콩을 파종하고 순치기를 하고 검질(김의 제주어)을 맸다. 본잎이 나와 왕성하고 건강하게 자라는 콩 새싹을 보며 뿌듯했고 힘이 불끈 솟았다. 순치기를 하고 가지를 많이 치고 안정적인 자세로 자라는 콩들을 보면서 어찌나 믿음직스러워 했던지.콩밭을 갈아엎은 날 남편은 응급실에 실려 갔고 수술을 했다. 한 달쯤 지났을까? 아직은 움직이지도 말라는 그 몸으로 콩 수확기를 움직여 콩을 수확하였었다. 말이 수확이지 우리의 주머니엔 주글대는 콩들만
“게난 할망 농산게”무경운 무투입 농사에 관심을 보여 이것저것 질문하고 대답하는 중이었다. 관심을 보였던 내 농사를 별거 없다는 듯 하시보거나 비아냥거리는 숨은 뜻이 가득하다. 할망농사란 말에는 조그맣고 보잘 것 없는 농사란 말의 의미가 숨겨져 있고,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그래서 집에서나 소비하는 하찮은 농사라는 의미가 강하지만 숨겨져 있다. 농약은 물론이고 비료나 퇴비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에는 갸우뚱하면서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경운 농사라는 말에는 가당치 않은 소리를 한다는 반응이고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말에는
태풍피해를 호되게 당하고 나서 다시는 콩농사를 짓지 않겠다 다짐을 했건만 어느새 토종콩을 갈무리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태풍이 여러 차례 지나갔고 9월은 가히 태풍의 달이라 불릴 만큼 여러 개의 태풍을 맞이하느라 몸과 마음이 바빴다. 당근을 파종하고 여린 싹이 막 올라온 시기라 직격으로 피해를 줬다. 무는 많이 성장해서 피해가 덜했지만 덜하다는 것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 콩은 바람 피해로 살짝 눕기는 하였지만 꼬투리가 상하거나 떨어지는 일은 없어서 큰 피해를 면했다. 구좌지역도 김녕 쪽으로는 바람 피해를 꽤 입었으나 종달
가끔 토종 씨앗 나눔을 한다. 일 년에 한번 혹은 두 번.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생기거나 나눔하기 적당한 씨앗을 적당량 채종한 경우에 진행한다. 공지글을 작성하고 신청을 받고 취합된 주소를 봉투에 일일이 적어둔다. 우편번호를 적어달라 요청하지만 없는 경우에는 검색창에 입력하여 우편번호를 찾아 적어 넣는다. 우체국에 가서 우편물을 부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반드시 다음부터는 하지 말아야겠단 생각을 한다. 하지만 적당한 때가 오면 다시 나눔글을 작성하고 나눔할 씨앗을 갈무리한다. 나의 토종씨앗들도 애초에 그들에게서 왔듯이 그들에게 나의 토
주인은 250평이라 했고 내가 보기엔 100평 정도로 보였고, 지나가는 사람은 150평 정도는 되어 보인다고 했다. 조그맣지만 알차게 농사지을 수 있는 맞춤한 곳에 올봄부터 여름까지 토종 먹골참외 농사를 지었다. 이제 막 수확을 마무리하고 다음 농사를 준비하고 있다. 대부분의 무경운·무투입·자연재배방식으로 경작하는 나의 밭은 100평 내외의 조그만 밭이다. 주위 사람들을 통해 얻었고 별다른 계약서도 없이 대부분 임대로도 따로 없이 빌려서 경작하고 있다. 정식을 5월 중순 경에 했고 얼마 전에 수확을 마무리하여 이제 쪽파를 심으려고
초여름 우리 수박은 아직 밭에 적응도 못하고 있을 때 오일시장에서 혼자 들기에 버거울 정도로 무거운 수박을 샀다. 다들 수박값이 비싸다고 아우성이었던 즈음이다. 친구들 모임에서도 커피잔을 사이에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수박값 비싸다 이야기 하길래 “수박 한 덩이에 1만5000원이 비싸냐?”고 되물었다. 커피 한잔에 5000원은 비싸다 하지 않고 서슴없이 지갑을 열면서. 왜 수박은 하나에 1만5000원 받으면 안 되나? 2만원은 받아서 안 되는 법이 어디 있기라도 한 거냐구? 수박값은 그렇다 치고 올해 유난히 수박이 크다 느
쿠바식 틀밭이 나를 농민이 되게 하였다. 거기 더해 틀밭에 걸터앉아 작업하는 나이 많은 농부의 사진은 ‘이거다’ 확신이 들게 했다. 지금은 틀밭 농사를 짓고 있지는 않지만 자연재배 농민으로 지내온 몇 년 동안 두둑(밭 고랑)을 어찌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끝없이 고민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해 보고 있다. 처음에는 파종하기만을 반복하다 보니 파종한 곳에 또 파종하는 불상사가 일어나고 풀 관리를 잘하지 못하는 관계로 조그맣게 심고 또 심고를 반복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줄을 치고 파종한 곳과 파종하지 않은 곳을 구분할 줄 알았고,
비 오는 소리가 제법 주룩주룩 들린다.어릴 적시인을 흉내 내던 언니 곁에서 눈동냥으로 봤던비 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란 시가 있었다제목이었는지 내용 중 이야기인지 지금은 가늠조차 어렵지만50년쯤 살아오면서 뇌리 한쪽의 화두이기는 했었다.너무도 오랜만의 비 예보에난 어제부터 살짝 들떠 있었다.마당에서 쪼그라들대로 쪼그라든 수박 모종은대지의 기운을 어서 느끼고 싶다고 아우성이었는데너무나도 길게 이어진 맑은 날씨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아니 가뭄을어제도 토종고추인 울릉초 모종을 물 한 방울 주지 않고 심긴 했지만수박을 심을 밭은 경운을
무경운(밭을 갈지 않는 것;편집자) 5년 차인 밭이 있으니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정도로 높아져 잎채소를 심어보자 맘 먹고 10월 중순경 모종을 내고 밭으로 옮겨 심었다. 직파를 고집하다가 상추 직파를 몇 년째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 있던 터라 모종 내고 옮기기로 했다.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보고 검색을 해 보니 상추는 연중재배가 가능하다 했다. 한여름 무더위 파종을 제외하면 언제든 씨앗을 뿌리면 재배가 가능하단 이야기다. 하지만 상추는 10월 중순경에 씨를 뿌려야 오랜 기간 맛있는 상추를 수확할 수 있다. 너무 이르게 8월쯤 파종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