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행입니다. 요즘 이 좀 뜸해졌지요. 이 칼럼을 쓰면서 귀한 인연을 많이 만났고, 또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책방들을 소개할 수 있어서 뿌듯하기도 했습니다.그런데 근 1년 사이 제 삶에 여러 변화가 찾아왔고 을 꾸준히 연재하기가 어렵게 되어서 긴 휴재 공지를 올립니다.몇 달간 은 좀 쉬고 재정비한 후에 다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제주 책방 소식을 기다렸을 독자님! 다시 다양한 내용으로 돌아올 을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무덥고 습한 계절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여
어느덧 ‘취향의 섬 북앤띵즈’가 문을 연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18개월의 시간 동안 많은 분들이 이곳을 찾았다. 책방 근처에 서귀포여자고등학교가 있다. 교복을 입고 책방을 찾은 여고생들이 기억에 남는다. 책을 사려고 동네의 작은 책방을 찾아온 소녀들의 마음을 가늠해 보니 ‘청량감’, ‘수줍음’, ‘설레임’ 등의 단어가 몽실몽실 가슴에 떠오른다. 덕분에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잊지 못할 손님은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던 겨울에 찾아왔다. 책방지기는 그날 눈보라가 너무 심해 책방 문을 열기는
이명옥 책방지기가 오름을 소유(?)하게 된 것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벽화 작업을 의뢰받아 제주시 구좌읍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3월이라고 해도 겨울처럼 매서운 날이었다. 그 구부정한 돌담길로 들어선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작업 장소로 가는 길이 익지 않아 다른 길로 빠지게 됐다. 수확을 마친 당근밭에서 하얀 것들이 보였다. 강아지였다! 막 젖을 뗀 것 같은 작디작은 강아지 2마리가 명옥씨를 바라보고 있었다. 부주의했더라면 자칫 차로 꼬물이들을 칠 뻔했다. 아찔한 마음을 쓸어내리니 이 꼬물이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그는 부자다. 무려, 오름을 가졌다! 제주 360여 개의 오름 가운데 그것도 꽤나 이름이 알려진 오름을 말이다. 용눈이, 거문, 사라, 백약이, 새별까지! 하지만 그는 처음부터 오름을 가질 계획은 없었다. 그가 걸어온 삶이 그를 그렇게 이끌었다. 그는 부자다. 섬을 가졌다! 그런데 이 섬은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것은 ‘개인의 취향’이란 이름으로 불려서 책이면 책, 사람이면 사람, 물건이면 물건 그 모든 것이 ‘취향의 섬’의 범주 안에 든다. 그러므로 그는 엄청난 부자가 아닐 수 없다. 이 절대적 부자의 이름은 이명옥.
이제 며칠 후면 나이롱 책방 탄생 2주년이다. 정확히 나이롱 책방 중앙성당점 개점 2주년이다. 처음 문을 열었던 삼양점은 임대 재계약이 불발됐다. 이런 이유로 2022년 5월 15일 지금의 자리에서 책방 문을 다시 열었다. 이 장소는 우연 같은 필연의 힘에 이끌려 정착하게 됐다. 처음 책방 자리를 알아볼 때처럼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하루는 제주시 서문시장 뒤쪽에 자리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향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터덜터덜. 발이 이끄는 대로 한참을 걸었다. 평소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골목 하나가 그
창밖 너머로 오래된 성당이 보인다. 그 창문과 성당 사이에는 파란 하늘과 초록 나뭇잎이 펼쳐져 있다. 늘 푸른 5월 같은 풍경. 보는 것만으로도 코끝에 상쾌함이 밀려들고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 이 책방을 알게 된 요인이다. SNS를 통해서 책방 정보를 얻는 편인데 이 한 장의 사진에 마음이 요동쳤다. 하지만, 바로 이곳을 취재하지는 못했다. 반년 정도 마음에 품고 있던 때, 취재에 나서게 됐다. 때는 바야흐로 동장군이 떠나지 않고 질척이던 3월. 제주중앙로상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약 5분. 오래된 건물들 사이의 좁은 도로를 걷는다
. 이진씨가 그림책 작가 양성 과정을 수료하며 세상에 펴낸 책이다. 아이에게 섬의 풍경을 전하는 내용인데 그 섬이 어찌나 아름답고 평화로운지 글과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날섰던 마음이 차분해진다. 이씨의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성격의 그림책인데 이씨의 고향은 남해의 섬 나로도다. 이 섬에서 태어나 11살까지 살았다. 이 진씨는 고향이 좋았지만 부모님 손에 이끌려 뭍으로 이주해야 했다. 나로도가 그에게 이상을 품게 한 곳이었다면, 제주는 이상을 실현하는 곳이다. 그림책을 펴내는 작가가 됐고, 뛰어난 바느질 솜씨로 작품을 만들
공기가 습하다. 비는 오지 않았는데 비가 온 것 같은 기분이다. 자리에 일어나서 책장을 서성인다. 다분히 의도를 담아 그림책 한 권을 꺼낸다. 책의 앞장을 펼쳐 QR코드를 찍는다. 14개의 피아노곡 목록이 펼쳐진다. 한 곡씩 차례로 듣다 맨 마지막 전곡 재생을 몇 차례 다시 듣는다. 음악을 들으면서 책장을 한 장씩 넘긴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 본 구도엔 활짝 펼쳐진 노란색 우산이 보인다. 다음 장에는 파란색 우산이 등장하고 그렇게 둘은 어딘가로 향한다. 다음 페이지. 이번엔 초록 우산과 빨간 우산이 추가로 등장한다. 빨간 우산과 노
제주왕벚꽃이 꽃비를 쏟아내고 나니 겹벚꽃이 만개했다. 연둣빛 새순을 틔운 가로수와 짙은 분홍의 겹벚꽃이 복잡한 현실엔 무관심한 듯 생명력을 뽐낸다. 시선을 조금만 올리면 다른 세상이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겹벚꽃은 전혀 필 것 같지 않았고, 가로수의 가지는 앙상했다. 하지만,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변화하며 움직이는 것이라고 계절은 또다시 우리를 일깨운다. 타고난 물성 자체는 생명력이 없으나 사람을 만나 무한의 생명을 얻는 것이 있으니 바로, 책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 어디서 만나느냐, 언제 만나느냐에 따라서 이것은 숱한
오랜만이다. 오랫동안 바라왔던 비가 촉촉하게 전국을 적시고 있다. 이 귀한 단비는 전국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산불을 껐고, 제한급수 중이던 남부지역의 가뭄을 해결했다. 다만,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제주와 뭍을 오가는 항공편이 무더기로 결항되고 있다. 기상 악화는 인간이 막을 수 없기에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갑자기 발이 묶인 입장에선 유쾌한 일이 아니다. 제주에선 모든 도민의 발이 묶이고 자유가 억압받던 때가 있었다. 기상 탓이 아니었다. 사람이 사람에게 그랬다. 너무나 가혹했던 시간들. ‘제주4·3’으로 정의되는 7년
안녕하세요! 요행입니다. 지난해 5월 이 첫인사를 드렸는데요. 와우! 어느덧 10개월이 흘렀습니다. 봄이 절정일 때 출발해 여름, 가을과 겨울까지 얼추 4계절을 함께했네요. 늘 잊지 않고 제 칼럼을 찾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격려와 응원의 댓글도 하나도 빠짐없이 읽고 있어요. (사실 아주 여러번 읽고 또 읽었답니다. 댓글이 참 큰 힘이 돼요. 감사합니다!) 그런데요. 돌이켜보니 제가 여름, 겨울방학도 없이 달려왔더라고요. 그래서 봄방학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3월 한 달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벚
칼럼을 쓰면서 나에겐 ‘우연한’ 일들이 참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이곳을 방문하기 2주 전, ‘어서오세요, 책 읽는 가게입니다’란 책을 도서관에서 만났다. 제목을 보고 호기심이 일어 읽어봤다.일본 도쿄에는 ‘후즈쿠에(fuzkue)’라는 가게가 있다. 오로지 책 읽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 놓은 곳이다. 저자인 아크쓰 다카시가 이 가게를 만들었다. 특히 책에는 가게 이용 방법이 12페이지에 걸쳐서 아주 자세히 소개돼 있다. 입장료에 따라 달라지는 체류 시간, 독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용자가 지켜야 할 수칙 등이다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제주사람들은 이곳을 제주 섬의 끝 마을이라 부르고, 종달리의 상징인 지미봉을 ‘땅의 끝’이라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근거가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태종 16년(1416년)에 산남(山南; 제주에선 한라산 남쪽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쓰임) 지방 인구가 증가되고 처리 사무가 정의(旌義; 지금의 성읍지역)와 대정(大靜)의 2현(縣)을 신설할 때 종달리는 ‘제주목의 끝 마을, 즉 마지막 마을’로 ‘종달’이라 명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출처 제주 본섬에서 ‘땅의 끝’을 상징
진숙씨에게 사진 찍는 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어봤다. “짐 자무쉬 감독의 ‘패터슨’이라는 영화가 있어요. 미국 뉴저지의 소도시인 패터슨에 사는 ‘패터슨’이라는 버스 운전사에 관한 영화인데요. 패터슨의 일상은 단조로워요. 출근하고 퇴근하고, 아내와 저녁을 먹고 반려견을 산책시키면서 동네 바에 들러 맥주를 한 잔 마시면서 하루를 마무리하죠. 그런 패터슨에게 한 가지 특별한 점은 매일 시를 쓴다는 거예요.단조로운 삶에서 의미를 가지는 한 가지죠. 반복되는 삶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이를 더 가치 있고 풍요롭게 해 주는 것이 패터슨에겐
섶섬과 제지기 오름의 마을, 서귀포시 보목리. 파아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섬과 섬이 마주한 곳으로 햇살이 쏟아지는 날엔 윤슬이 눈부시게 펼쳐진다. 봄부터 여름이면 자리돔이 마을에 활력을 더한다. 일년내내 푸른 빛을 뽐내는 제지기오름은 특히, 한여름에 오르면 동화 속 신비한 숲으로 초대받은 듯 매력이 상당하다.마음에 근심이 가득해서 몸마저 무거울 때 나는 종종 보목리로 향했다. 다리를 바삐 움직여 오름에 올랐다 내려오면 섶섬과 바다가 ‘난 늘 여기 있을거야. 언제든 기대.’라고 하는 것처럼 서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나에게 보목리는
시간이 머무는 책방은 헌책과 새 책이 약 8대 2의 비율로 구비돼있다. 오래전에 출간된 책들과 절판된 책을 만날 기회가 있다. 장르를 보면 철학 기반의 자기계발서가 주를 이룬다. 문학과 인문사회과학서적 그리고 범우사의 문고판 시리즈 등이다. 박성길 책방지기는 범우사 문고판을 특히 좋아한다. 사람에 따라서 책은 여가를 즐기기 위한 수단이 된다. 새로운 세계로 안내하는 안내자가 되며 자신의 감정을 대변하며 위로해 주는 친구도 되어준다. 박성길 책방지기에게 책은 ‘배움을 주는 스승’이다. 세상을 살면서 알아야 할 것들 특히 지혜를 성길씨
참 바쁜 날이었다. 3시에 책방지기와 만나기로 했는데 까닥하다간 늦을 위기였다. 마음의 여유가 없이 차를 몰아 목적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로 향했다. 다행히 약속 시간 전에 도착했고 차에서 내리니 나를 반겨 주는 것이 있었다. 바로 바다다. 그날은 너무나 기세등등했던 동장군이 물러나고 모처럼 햇님이 나왔다. 쨍한 쪽빛의 바다에 햇살이 쏟아져 내렸고 해수면에 닿은 햇살은 영롱한 빛을 반짝이며 부서졌다. 5분도 안 되는 그 찰나의 바다를 보는 순간 이곳으로 달려와야 했던 급박했던 시간을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그 바다를 떠올리면
세희씨는 어릴 때부터 알아주는 다독왕이었다. 부모님께 용돈을 받으면 서점에 갔다. 문고판은 어린 세희씨가 사기에 크기도 가격도 적당했다. 책을 직접 사서 소유하거나 빌려 읽는 일이 일찍이 몸에 뱄다. 책의 어떤 점이 그렇게도 좋았을까? “활자들이 한정된 장소에 있는 제가 경험할 수 있는 그 이상을 뛰어넘을 수 있게 해 줬어요. 나를 조금 더 성장시켜주고 넓혀 주는 그런 부분들이 좋았어요.”책이 주는 넓고 깊은 세계를 만나는 경험 못지않게 서점에서의 추억도 특별했다. 긴 사다리를 타고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책을 꺼내 보기도 하고,
인터넷 검색창에 ‘호시노 도미히로’를 써넣었다. ‘구필화가’라는 말이 따라왔다. 1970년 중학교 체육교사 재직시절 동아리 활동을 지도하다가 장애를 입었다고 한다. 사고 2년 뒤 호시노 도미히로는 입에 붓을 물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1979년에는 첫 전시회를 열었고 후유장애예술가로 활동하며 그의 작품은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덕분에 인터넷상에서 그의 시 몇 편을 만나볼 수 있었다. 오늘도 한 가지 슬픈 일이 있었다.오늘도 또 한 가지 기쁜 일이 있었다. 웃었다가 울었다가 희망했다가 포기했다가미워했다가 사랑
정현덕 책방지기를 책의 세계로 이끌어 준 사람이 아버지라면, 그를 책방의 세계로 인도해 준 이는 故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장이다. 구 소장이 그에게 ‘책방을 하라!’고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도했다는 표현이 무리는 아니다. ‘자신의 방식으로 인생을 설계하고 실행하라’는 가르침을 주었기 때문.1998년 우리나라 서점가에서는 구본형 소장의 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 불티나게 팔렸다. 그야말로 ‘구본형 돌풍’이 일었다. 그가 펴내는 책은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기업, 언론사, 학교에서는 그를 초청해 강연회를 가졌다. 모두가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