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우종 담당.
최근 들어 농어촌에는 전에 없이 낯선 이들이 배낭을 메고 지나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찌든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오름과 해안가, 농로와 올래길을 따라 걸으며 청정 자연이 숨쉬는 농어촌 마을을 여행자들이 찾고 있는 것이다.

21세기 디지털시대를 맞이해서 삼다(三多)의 섬 제주에서는 각종 유무형자원들이 콘텐츠로 개발되고 스토리텔링으로 상품화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농어촌을 테마로한 콘텐츠개발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관광객이 600만 명을 넘어서는 요즘 마을을 찾아온 여행객들이 잠시 머물면서 쉬고 즐길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감귤창고를 활용한 상품개발에 대한 제안을 던져본다. 농촌마을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감귤창고는 수확 철에는 가장 바쁜 공간이지만 감귤출하가 끝나면 뚜렷한 역할 없이 또 한해를 기다리는 유휴공간이기도 하다. 벚꽃 봉우리가 피어나는 지금 감귤출하를 마친 농촌에서 출입문이 꽉 닫힌 감귤창고를 꽤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때에 감귤창고 문을 활짝 열고 사진이 있는 갤러리, 서예와 그림이 있는 화랑, 민속공예품이 있는 박물관으로 활용한다면 감귤창고는 농촌의 이미지를 변화시킬 수 있는 보물창고가 될 수 있을것이다.

세련되고 화려한 전시관을 만들자는 게 아니다. 울퉁불퉁한 창고 벽을 따라 빈 컨테이너를 나열하고 컨테이너에 작품을 걸면 그대로 독특한 전시관이 될 수 있다. 이름난 서예가의 작품이나   프로 사진작가의 훌륭한 작품이 아니다. 마을사람들이 평소 취미생활을 통해 직접 만든 작품을 전시하면 훌륭한 갤러리가 될 것이다. 또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세상에 알려나간다면 문화예술이 어우러진 녹색체험 관광마을로 새롭게 탈바꿈할 수 있다.
 
도내 농어촌 마을에는 꾸불꾸불 이어진 돌담과 올래, 개구리 잡던 연못 등 유형무형의 자원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지만 운영 소프트웨어가 빈약하다.  마을에서 농사짓는 6~70대 어르신과 농촌을 지키며 사는 젊은이들이 함께 마을공동체 동아리를 형성하여 서예, 사진, 노래와 춤 등 취미생활을 활성화하고 주민들이 직접 만든 문화예술 콘텐츠를 감귤창고에 상설 전시해 나간다면 활력이 넘치는 건강한 노후생활과 아울러 여행자들이 머물렀다 가는 쉼터가 있는 마을이 될 것이다.

이같은 변화에 앞장서고 있는 마을이 정보화마을이다. 도내 정보화마을에서는 농어촌에 남아 있는 전통문화를 관광상품화하고 마을주변 관광지, 민박, 전통음식 등 마을의 이곳저곳을 인터넷 홈페이지를 활용하여 홍보해나가고 있다.

또한 지역 특산물인 감귤, 옥돔, 고사리, 땅콩 등을 전자상거래로 판매하여 소득을 올리고 있다. 학교 갈 아이들이 없어 초등학교가 사라진지 오래된 농어촌마을에 사람들이 찾아와 머물다 갈 수 있도록 정보화마을은 미래형 농어촌모델을 제시하며 새롭게 진화를 거듭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 감귤창고 문화예술공간을 연계한다면 활력을 잃어가는 농촌을 일깨워줄 신동력 에너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제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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