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럴까.
왜 이렇게 제주도를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마구잡이로 난발하고 제멋대로 파헤치는가.

뭐라고요. 행정상으로 우리가 제주도에 대한 모든 권리를 떠맡고 있다고요.

개발인가 난발인가는 당신네들 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요. 당신네들은 그저 비판하고 떠들고 방해만 한다고요. 제주도의 오늘과 내일은 물론 미래에 대해서 털끝만치도 생각지 않는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고 있다고요.

우리는 자나 깨나 제주도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요, 괜히 떠들지 말고 우리한테 맡기세요.

당신네들이 떠들면 될 일도 안 된다고요. 그래도 조용하지 못하고 시끄럽게 소란만 피운다고요.

아, 솔직히 당신네들이 뭘 아느냐고요. 당신네들보다 우리가 더 잘 안다고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비양도 관광케이블카개발사업>이 환경 영향 평가를 심의를 통과하고 제주도의회에 동의안을 제출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어처구니없는 발상의 개발사업이다.

작년 11월 필자는 김시종 시인들과 십여명이 제주에 갔었다.

하루는 <우리나라 순례>의 기획 속에 자전거로 전국을 돌고 있는 동포 고인봉씨와 가끔 참가 하는 요미우리 TV의 요코야마 히데하루씨와 필자 셋이서 자전거를 제주탐방에 나섰다.

제주시에서 오전에 출발하여 협재해수욕장까지 가서 필자는 그날 밤 모임이 있기 때문에 차로 되돌아왔다.

고인봉씨와 요코하마씨는 일본에서 자전가를 갖고 가서 제주 순례는 두 번째였는데 그들은 한림에서 자고 또 대정읍으로 향했다.

제주에서 협재해수욕장까지 약 32 km인데 도중에 여러군데 들렀기 때문에 그곳에 도착하니 저녁이었다.

협재해수욕장에는 관광객 몇 사람 밖에 없었고, 썰물의 백사장과 황혼녘의 햇살을 받은 비양도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이곳과 비양도를 연결하는 케이블카를 설치한다고 법석을 떨다가 중지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추진한다고 합니다>

우리들만이 이 풍경을 만끽하는 것이 사치스럽고 아깝다면서 감동 속에 빠져 있던 두 사람이 필자의 말에 깜짝 놀랐다.

이 바다 위를 전선으로 옭아매어 케이블카가 오간다니 말도 안 된다는 소리였다.

그것을 상상하는 필자도 소름이 끼쳤다.

남북 폭 850m 둘레 3.5km인 진주같은 비양도의 목에다가 사슬을 거는 행위였다.

누구의 첫 발상인지 몰라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무리하드라도 비양도에는 꼭 하룻밤만이라도 묵고 가세요>

일본에서 일부러 자전거 순례차 가는 고인봉 요코하마씨를 위해 의견을 물었더니, 오승철 시인이 어떤 망설임도 없이 꼭 그렇게 하라고 당부까지 했었다. 그래서 협재해수욕장을 택했다.

우리는 비양도에 잘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다음에는 꼭 머물겠다고 비양도를 향해 약속하고 그곳을 떠나면서도 연민의 정을 떨쳐버릴수 없었었다.

섬은 단절과 고독과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키면서 동경의 대상이 된다.

육지 사람들이 제주도를 동경하는 것도 그 때문이며, 제주 본도에 사는 사람들은 섬이라는 실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다시 섬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비양도는 빛나고 있다.

이렇게 보석처럼 빛나는 비양도를 이용해서 관광객 유치를 도모하는 정책 입안자들의 얄팍한  장사술은 너무 저속하다.

비양도가 케이블카로 이어질 때는 그 섬의 가치를 상실하고 만다.

비양도 주민들의 일상생활이 섬이기 때문에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면 문제는 또 다르다.

협재해수욕장에서 1.5km 밖에 안 떨어진 비양도는 그렇지도 않다.

문화는 지속적으로 지켜 나감으로써 가치가 있다.

인간이 형성해온 정신문화만이 아니고 자연 문화도 마찬가지다.

인생 팔십이라면 우리는 팔십년간 제주도라는 집을 빌고 살다 가는 것 뿐이다.

그러한 우리가 감히 제주도(비양도)를 제멋대로 쓸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

우리는 팔십년간의 나그네이며 비양도는 영원히 미래의 것이다.

비양도의 케이블카는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제주투데이>


▶1949년12월 제주시 삼양출신,  1973년 병역마치고 도일, 1979년「현대문학」11월호 단편「오염지대」초회추천, 1980년<오사카 문학학교>1년 수료(본과52기), 1987년「문학정신」8월호 단편「영가로 추천 완료,  중편「이쿠노 아리랑」으로 2005년 제7회 해외문학상 수상, 2006년 소설집 <이쿠노 아리랑>발간, 2007년 <이쿠노 아리랑>으로 제16회 해외한국 문학상 수상, 1996년 일본 중앙일간지 <산케이신문 주최 <한국과 어떻게 사귈 것인가> 소논문 1위 입상. 2003년 인터넷 신문「제주투데이」'김길호의일본이야기'컬럼 연재중, 한국문인협회,해외문인협회,제주문인협회 회원. 현재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면서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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