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시인 김시종(81) 선생님이 지난 2월 시집 <나쿠시타 키세쓰: 失くした季節>을 발간했다.

팔십을 넘으셨는데 대단하시다. 머리가 절로 숙여진다.

우리말 번역으로는 <잃어버린 계절>아니면 <없애버린 계절>이다.

이 시집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선 4월 3일자 아사히신문 기사 얘기를 써야 하겠다.

4월 3일 저녁 김시종 선생님댁에서 어머님 제사를 치르고 나서 몇 분들과 식사를 같이했다.

그 자리에서 아사히신문기사를 보았다.

김시종 선생님을 인터뷰한 기사가 신문 하단의 삼단 광고 기사를 제외한 전면 기사가 양면에 게재되었었다.

<우다노 다비비도;うたの 旅人>의 기사인데 <노래의 나그네>라는 의미의 연재 시리즈 기사였다.

미국 민요 <사랑스런 클레멘타인>노래와의 관계를 김시종 선생님이 설명하면서 제주와 일본에서 살았던 삶의 편린들을 심도 있게 파헤친 기사였다.

황국신민이었던 김시종 선생님에게 있어서 해방은 감격과 감동의 순간이 아니었다,

가미가제가(神風) 부는 일본제국주의의 패배가 안겨준 충격으로 방심상태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8월이었다고 솔직히 술회하고 있다.

이때에 자신도 모르게 제주 부둣가에서 불렀던 노래가 클레멘타인이었다고 한다.

넓고 넓은 바닷가에/오막살이 집 한 채/고기잡는 아버지와 철모르는 딸 있다/내사랑아 내사랑아/나의 사랑 클레멘타인/늙은 애비 혼자 두고 영영어디 갔느냐/

김시종 선생님이 유년 시절 아버지는 제주 부둣가에서 밤마다 낚시질을 하면서 김시종 선생님을 무릎위에 앉히고 불렀던 노래였다고 한다.

이 노래가 어린 시절을 일깨워주고 황국신민이었던 자신을 조선인으로 소생시켜 주었다.

4.3의 소용돌이 속에 일본으로 건너 온 김선생님은 조총련 조직 속에 활동하다가 조직의 획일주의와 관료성에 회의를 느끼고 비판하는 그에게 반조직분자라는 낙인이 지킨다.
1960년대였다.

팔순 넘으신 원로 시인의 적나라한 솔직한 고백은 읽는 독자들을 감동 시켰다.

필자도 김선생님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아사히신문 양면에 게재된 기사는 선생님의 응축된 삶의 기술이었다.

4월 3일 이날 마이니치신문에는 신문 하단의 삼단 전면 광고에 제주도 관광투어 모집을 크게 내고 있었다.

제주도에서는 이날 62주년의 4.3추모제가 대대적으로 열리는데 두 개의 기사는 필자에게 이율배반적인 감정을 안겨주었다.

왜 하필이면 이날 제주도 관광 광고를 냈는지 모르겠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아사히신문의 김시종 선생님 기사는 단순히 노래와 아픔의 4.3만을 클로즈업 시키지 않았다.

한류붐의 원점인 드라마 촬영지 소개와 감귤과 관덕정까지 사진과 함께 설명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제주도 광고를 전면으로 게재하는 일본의 일간지도 보아 왔지만 이번에 게재된 김시종 선생님의 인터뷰 기사는 그 이상의 제주도 광고 효과를 낼 것이다.

이 기사를 위해 제주까지 취재하러 갔던 하루야마 요이치(春山陽一), 호리에이지(堀英治) 두 기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클레멘타인>에 대해서 김시종 선생님은 <재일의 틈새>라는 평론. 수필집에 <클레멘타인 노래>라는 제목으로 첫 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다.

마침 <타카라쓰카(寶塚)시 외국인 시민문화교류협회>에서 세계 각국에서 그 나라 말로 부르는 <클레멘타인>을 회보에 게재한다면서 김예곤 선생님으로부터 악보와 가사 요청이 있었다.

필자는 한국어 가사와 악보를 보내고 김시종 선생님의 <클라멘타인 노래> 수필도 보내드렸다.

4월 2일 밤이었는데 어떤 인연을 느꼈다.

김시종 선생님 시집 <나쿠시타 기세쓰>에 대해서 쓴다고 해서 너무 탈선했다.

모두 35편인데 이 작품 속에 게재된 <4월이여,  먼 날이여>는 선생님 스스로가 번역해서 낭독하신 것을 4월 2일 날 저녁, 제주도 문예회관에서 열린 <4.3전야제>에서 피로했다.

시집은 춘하추동의 사계절로 나눠서 작품 배열을 하고 있지만 첫 장에는 춘(春) 즉, 봄이 아니고 하(夏), 여름부터 시작되고 있다.

하추동춘의 순서이다. 여름에 대한 강한 호소이다.

선생님은 후기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식민지 소년인 나를 열렬한 황국소년으로 만들어 버린 예전의 일본어와 그 일본어가 빚어낸 음률의 서정과는 (내가)살아 있는 한 마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의 의식의 업(業)과 같은 것이다>

시집 이름인 <잃어버린 계설>이라는 시도 여름 장르 마지막 장에 게재되었다.

선생님에게 있어서 팔월은 그야말로 <잃어버린 계절>일 것이다.<제주투데이>


▶1949년12월 제주시 삼양출신,  1973년 병역마치고 도일, 1979년「현대문학」11월호 단편「오염지대」초회추천, 1980년<오사카 문학학교>1년 수료(본과52기), 1987년「문학정신」8월호 단편「영가로 추천 완료,  중편「이쿠노 아리랑」으로 2005년 제7회 해외문학상 수상, 2006년 소설집 <이쿠노 아리랑>발간, 2007년 <이쿠노 아리랑>으로 제16회 해외한국 문학상 수상, 1996년 일본 중앙일간지 <산케이신문 주최 <한국과 어떻게 사귈 것인가> 소논문 1위 입상. 2003년 인터넷 신문「제주투데이」'김길호의일본이야기'컬럼 연재중, 한국문인협회,해외문인협회,제주문인협회 회원. 현재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면서 집필하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