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경 씨.
어르신 내외 두분이 손을 잡고 보건소에 내소하셨다.
점차 심해지는 할머니의 기억력 문제로 할아버지의 근심이 많으신 듯 했다. 젊을 때 기억력이 좋았으니 자신은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는 할머니는 올해에만도 벌써 4번이나 길을 잃으셨다.

길을 헤매는 할머니를 이상히 여겨 지나가는 차가 집에 모셔다 드리기도 하고, 바로 집 앞 올레길을 걷고도 집을 찾아오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가스불을 끄지 않아 냄비도 많이 태워먹고, 냉장고에 신발을 갖다놓기도 하는 등 할머니 본인은 괜찮다고 하지만 점점 상태가 안 좋아지는 부인을 지켜보는  남편과 자녀들은 애가 탄다.

60세 이상이 되면 누구든지 기억력이 저하된다. 그러나 어떠한 요인에서 기억력이 저하되는지 조기에 찾아낸다면 치매를 예방할 수도, 진행을 늦출 수도 있을 것이다. 제주도 내에 위치한 여섯 군데 보건소에서는 기억력검사를 무료로 실시하고 있다.

60세 이상 어르신에 대해 1단계 치매조기발견선별검사를 실시해 결과에 따라 2단계 치매진단검사가 필요한 경우 제주대학병원에 지정검사를 의뢰한다. 2단계 치매진단검사로는 치매신경인지검사, 우울증척도검사, 일상생활척도검사, 치매척도검사 및 진료가 시행되는 가운데 검사결과 치매로 판정되면 3단계 감별진단을 실시해 혈액검사, 요검사,뇌촬영(CT두부)촬영이 시행된다.

검진결과 치매로 진단받은 경우에는 거점병원과 보건소 진료 및 방문간호 등의 서비스를 받게 되며 치매관련 물품보급 및 대여, 장기요양보험과 연계하여 노인요양 시설입소 안내 등의 서비스, 배회가능어르신의 인식표(명찰)을 보급하며, 치매 확진자에 대한 치료비 지원도 이루어진다.

특히 인식표(명찰)보급사업은 실종이 우려되는 노인을 목격할 경우 인식표부착위치를 확인해 안내기관으로 연락을 취하면, 제보 받는 기관은 배회가능 노인 위치를 가족 또는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182)에 전달해 가족의 품으로 귀가토록 하는 시스템이다. 명찰 보급을 원하는 노인의 가족들은 보건소에 신청서를 접수하면 된다. 신청서를 받은 실종노인상담지원센터는 안내기관 전화번호인 129콜센터, 경찰청182와 배회가능 고유 번호가 적힌 명찰표를 제작, 부착위치 안내서와 함께 한 사람당 26개의 명찰을 배부받는다.

“할머니! 할아버지랑 손잡고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고 싶지 않으꽈? 뭐가 원인인지 찾아보고 더 나빠지지 않게 하게마씀.. 치료안행 전화번호도 할아버지 얼굴도 잊어버리면 할아버지는 어떵 살아지쿠과? 검사하고, 치료 받앙 할아버지랑 올레길 계속 걷고 얼굴 기억하면서 살게마씸..!!”

검사를 완강히 거부하던 할머니의 두려움이 조금은 풀어진 모양이다. 기억력 검사 다시하고, 전문의선생님 오시면 진단검사 받고 병원에 가서 CT도 찍어본 다고 한다. 원인을 빨리 찾아내어 치료를 받아 100세까지 할아버지 얼굴과 이름기억하면서 함께 손잡고 올레길을 걸었으면 한다. 건강검진을 하는 것처럼  60세 이상이 되면 1년에 한번씩 기억력검사를 권하고 싶다. 어르신들! 오늘 기억력 때문에 걱정이 되신다면 보건소에 노크 한번 해보지 않겠어요? <제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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