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유서와도 같은
그러한 시를 쓰고 싶다

유서처럼
떨리는 가슴으로
짧고
꼭 한 편밖에 없는 시를

핏줄을 헐고
온몸으로 쓰다가
그대로 숨을 거두어 버린다 해도

………<후략>………

<지은이>  梁重海(1927~ ) 호는 玄谷
 1959년 「사상계」지로 등단
 제주대학교 사범대학장, 교육대학원장 등을 지냄
 전 제주도문화원장
 시집으로 「파도」, 「한라별곡」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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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를 쓰는 일은 피를 말리는 작업이라고 한다.

일생을 걸고 수많은 시를 써냈지만 정작 ‘참詩’ 한편 걸러낸 일이 없다면 피를 말려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말리고 말렸으리.

통탄하면서도 시인은 결국 시를 놓지 못한다.

인생 추구와 갈망 속에서 시인의 창조적 행위는 자신의 분신적인 방법의 하나이다. 창조행위 그 자체가 진리의 실현이기 때문이다.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시란 어떤 시이어야 하는가?

‘핏줄을 헐고, 온몸으로’ 쓰겠다는 시, ‘유서와도 같은’ 시를 쓰고 싶다는 시인의 비장한 마음은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글=김용길 시인, 그림=강부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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