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화 작 '상처와 치유 2'
미술이 역사와 만났을 때, 역사가 미술로 조명됐을 그 역사의 기억은 사람들에게 더 뚜렷한 인상을 심어준다.

4.3 제 57주기를 맞아 탐라미술인협회(회장 오석훈)는 ‘동행’이라는 주제로 문예회관 제1전시실에서 오는 7일까지 4.3 미술제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12회째인 4.3 미술제. 작가들은 그림을 통해 4.3항쟁의 역사적 사건을 집요하고 줄기차게 탐구해 항상 새로운 4.3을 우리에게 열어준다.

전시 주제로 택한 ‘동행’의 의미는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같이 묻고 고민하고 함께 하자는 뜻이다. 또 관객과 진지한 소통을 통해 그 의미를 같이 하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4.3미술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예전 작품들이 '4·3' 자체를 서술적으로 묘사했다면, 근작은 이를 넘어 4·3과 우리 근현대사와의 관련을 포괄하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처음 눈에 띄는 작품은 현경화씨의 ‘즐거운 봄’이다. 봄이면 으레 새싹을 생각하게 된다. 그런 새싹인 어린이들의 해맑은 표정들을 엮은 작품이다. 어린이들 하나하나 밝고 순수한 웃음을 띠고 있다.


고경화씨의 작품, ‘상처와 치유’는 4.3을 겪은 사람들의 가슴에는 모두 아픔의 응어리와 한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런 한을 달래듯이 작품에 표현된 가슴에 밴드가 가득히 붙여있다.

▲ 안병식 작 4.3 2005

김영훈씨의 ‘들녘’도 눈에 띈다. 여러 개의 작품을 세로로 이어서 만들었다. 달이 초승달에서 보름달로 바뀌는 것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알게 해 준다. 그런 시간 흐름 속에 들녘이 붉게 물들었다.  하늘과 산이 온통 붉다.

안병식씨의 ‘4.3 2005’에선 이마에 주름이 가득한 할머니의 고통스런 얼굴 뒤에 한 남자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 남자는 홀로 외롭게 뒷모습을 보이며 걸어가고 있다. 할머니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 차다.

양미경씨가 그린 ‘아이들의 싸움방법’은 장독 속에 숨어있는 아이들의 눈빛을 표현했다. 어린이들의 눈빛은 무서움으로 떨고 있다.

그는 “4.3 미술제 초창기에는 4.3사건의 복원측면에서 4.3을 재현하는 작품이 많았다. 그래서 표현도 직접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4.3을 겪은 후유장애인들의 아픔을 다뤘다”며 “일상의 아픔을 다루면서 그들의 4.3의 아픔이 치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강요배씨의 덧칠기법이 눈에 띄는 ‘나무’, 정용성씨의 ‘낙화’, 박경훈씨의 ‘남-이별’, 고민석씨의 조형물 ‘갈등’, 김수범씨의 ‘봄날’ 등 다양한 작품들이 관객들의 시선을 잡고 있다.

이가운데 강요배씨는 1992년 제주와 서울에서 열린 「4·3역사화전」에서 「4·3」의 참상과 항쟁의 역사를 50여점의 화폭에 담아 강렬한 감동을 자아냈다. 그는 여전히 올해로 12회를 맞는 제주4·3미술제의 주요 작가이다.

전시장을 둘러보고 느낀 점은 4.3미술제가 1994년  '닫힌 가슴을 열고'를 주제로 첫 미술제를 연 후, 상극의 빗장을 열고 상생의 아름다움으로, 긴 어둠을 지나 진실의 햇불을 밝혀 평화의 바다로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탐라미술인협회는 1993년 9월 창립한 후 새로운 지역미술의 한 형태로 제주도만이 가질 수 있는 4.3미술제를 갖고 대중과 미술의 거리를 좁히고 새로운 체험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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