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판화가협회를 비롯한 도내 16개 미술인 단체는 4일 제주도 문예회관에서 '제주문화예술재단은 독단적인 수익사업을 즉각 중단하라'라는 제목의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제주미술인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제주문화예술재단의 민요조형물 건립사업은 제주도민들과 미술인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무시한 독선적 형태"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제주미술인단체는 이날 경기문화재단의 예를 들며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안일함을 꼬집었다.

이들은 "경기문화재단은 약 2억6000만원의 예산으로 13점의 조각작품을 공모, 전국 규모의 예술가들의 관심을 경기도로 집중시켜 문화예술사업의 기회의 장으로 인식케 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비해 제주문화재단은 "'민요조형물' 2건에 2억5천만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다며 이는 제주문화재단의 기본적인 공공성에 대한 책임의식의 결여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제주미술인단체는 "제주문화재단이 공모라는 작품선정의 민주적 절차까지 포함하는 공공미술의 본래취지에 역행한다"며 "현재 진행중인 '제주상징 민요조형물'의 진행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앞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공공 미술작품 설치에 대해서 공정한 공모의 절차를 밟는 한편 제주문화재단은 본연의 설립목적을 상기, 도민의 문화적 삶의 질적 향상과 문화 예술활동 창작지원에 힘쓸 것"을 요구했다.

이 날 제주미술인단체는 성명서 발표를 계기로 추진위를 발족해 '제주상징민요조형물'건립 사업을 적극 저지할 것임을 밝혔다.

한편 이날 참가한 미술단체는 제주조각가협회, 현대미술국제교류협회제주도지회, 제주도립미술관건립추진위원회, 삼무동인, 집동인, 제주판화가협회, 제주의 표정회, 에뜨왈, 바.란 그림회, 제주대 미술학과 교수.강사 일동, 제주대 대학원 미술학과 일동, 제주대 미술학과 학생회, 산남회, 오름조형연구소, 동인미술관 등 16개 단체다.

▲ '제주상징 노래조형물' 건립사업은?

제주상징 노래조형물 건립사업은 올해 초 제주도가 제주문화예술재단에 위탁 추진한 사업으로 도비 1억5000만원, 북군 5000만원, 남군 5000만원 등 총 2억5000만원이 투입됐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이 사업을 문화재단 부설 조형연구소에 맡겨 노래조형물 도안을 제작, 지난 10월 10일 '해녀노래'와 오돌또기' 노래조형물의 도안을 확정했다.

'해녀노래'는 북제주군 구좌읍 종달리 해안에, '오돌또기'는 남제주군 성읍민속마을에 내년 2월말까지 세워질 계획이다.

▲ 성명서 관련,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입장

이 날 성명서와 관련,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이제서야 공모를 운운하고 나서는 미술인 단체에 대해 당혹감을 나타냈다.

제주문화예술재단 관계자는 "도의 사업을 위탁받아서 하는 것으로 건립준비위원회에서는 처음부터 공모에 대한 얘기가 없었고, 재단 내에 조형연구소가 있어서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 일을 했다"며 "도안을 제작할 때도 전문인들로 구성된 도안설계팀을 만들었고 도안에 대해 1·2차 심의를 거쳐 충분히 보완을 거친 후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조각작품에 문제가 있다면 충분히 의견 수렴도 가능하고 무슨 문제가 있을 때 서로 의견도 교환할 수 있는데 사전에 아무런 말도 없다가 시공단계에 들어서야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공모를 운운하는 것에 대해 "공모를 한다고 반드시 공정성이 인정되고 우수한 작품이 나온다는 보장은 없으며 공모시 심사위원들에게 로비를 잘하는 특정 미술인이 당선되는 등  비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공모를 통해 한 사람이 하는 것보다 재단에서 이런 사업을 함으로써 사업 시 그 사업에 맞는 우수한 미술인들을 모아 사업을 수행하고 또 다른 사업을 하게 될 때는 또 그에 맞는 미술인을 선정해서 일을 하는 등 오히려 제주에 있는 미술인들에게 골고루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성명서에서 경기문화재단과 비교한 것에 대해 "경기문화재단은 재단내에 조형연구소 같은게 없어서 공모를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고 예산도 많이 갖고 있다"며 제주문화재단과는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표명했다.

이어 수익사업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우리가 이 사업을 하면서 남게 되는 돈은 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 들어간다"며 "만일 이 돈으로 우리주머니를 채우려 한다면 제주도청 감사 등 여러 감사에서 걸리게 된다"고 말했다. "회계장부를 공개하라고 한다면 충분히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공모를 다시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 다시 공모를 하게 되면 공모준비기간만 3개월이고, 추가 예산이 3000만원이 들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시간낭비, 예산낭비가 발생하게 되고 내년 2월 28일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사업에 차질을 빚게 된다"고 난처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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