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무분별한 간판들.
간판은 도심의 얼굴이다.그러나 대개 우리 주변에는 온통 요란한 간판으로 뒤덮여 있다. 무질서한 설치와 불량 저질간판으로 시각공해라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그러나 변화의 움직임도 있다. 한국옥외광고협회 제주시지회(지회장 김현철)가 칠성로 금강제화에서 탑동 방향으로 100m 정도의 간판을 새롭게 정비하는 ‘시범가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무분별한 간판을 모두 내리고 특색 있는 테마를 정해 모든 간판을 새로 디자인할 계획이다. “간판은 도시미관을 형성하는 새로운 요소”이며 "간판 교체사업은 침체되고 있는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한국옥외광고협회 제주시지회의 시각이다.


# 제주국제자유도시 격에 맞는 시범가로사업 추진

▲ 간판은 새롭게 변하고 있다.
한국옥외광고협회 제주시지회 김태신 부지회장은 “제주도 거리에는 특색이 없다. 한 건물에도 서로 규격과 재질이 다른 간판들이 즐비해 있어 미관상 좋지 않다”며 “시범가로사업이 차질 없이 이뤄진다면 간판 미학의 새로운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오래된 광고매체인 간판은 그 시대의 문화를 대변하는 정보 전달 매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무질서하고 원색적이다. 피로와 불쾌감을 유발한다.

이처럼 무질서한 간판은 한 건물주에 여러 임대인이 서로 다른 간판을 제작하기 때문이다. 임대인들 사이에 간판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는 것이 힘들다면 건물주의 관리 하에 간판의 공통화를 꾀해야 할 것이다.

제주시 박상도 광고물관리담당은 “건축주는 점포를 임대한 후 자기 건물의 관리측면에서 전체 간판에 대해 계획을 가지고 아름다운 간판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임대점포별로 일정규격이나 설치방법 등을 정하고 임대점포주가 이행하도록 임대계약서에 명문화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시지회는 올해 8회째를 맞을 옥외광고물대상 부문에 건물주에게 주는 상을 따로 마련할 계획이다. 아름다운 옥외광고상 시상을 통해 한 건물 안에 무분별한 간판들의 통일화를 꾀하기로 했다.

# 제주 새단장 합시다…업그레이드 프로젝트

▲ 김태신씨.
간판은 이제 객체로서가 아닌 건축물과 가로수, 광고의 내용물, 도시민과의 조화를 생각하여 도시미관과 환경을 효율적이고 보다 쾌적한 도시환경으로 조성하는 한 분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미국 보스턴시는 옥외광고물을 규제하고 있다. ‘사인 조례(Sign Code)’를 제정해 옥외광고물을 각 구역의 따라 규제방법과 내용을 달리하고 있다.

국내에도 제주, 서울, 부산 등에 도시경관조례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제주시는 2003년 3월 도시경관조례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간판의 크기, 형태, 색채, 재질 등 옥외광고물에 대한 계획이 포함돼 있다. 도시의 테마컬러를 정하고 옥외광고물난립방지 정책을 펼쳐 새로운 개념의 도시미학을 창출하자는 것이다.

지난달 9일 건설교통부에서 옥외 간판을 자체 정비할 경우 내년 하반기부터 재정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도 도시경관에 대한 높아진 관심과 일맥상통한다.

김태신 부지회장은 “대형화되어 가는 간판들은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는 형국이다. 작지만 아름다워 보이는 간판. 장인정신이 엿보이는 간판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특히 제주도의 특색이 드러나는 향토적인 간판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간판들 사이의 조화를 통해 간판 공해가 사라지고, 간판이 새로운 조형물로 태어날 수 있도록 광고인들은 저마다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평화의 섬 제주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아름다운 간판과 거리를 만드는 일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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