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월의 한라산
어둠이 내려앉은 어리목광장으로 총총 반짝이며 별들이 내려왔습니다.
별빛과 해드랜턴의 불빛만을 의지하며 어둠이 깔린 어리목 숲을 조심조심 한발 한발 내딛으며 한라산을 행해 어둠의 자락을 한올 한올 걷히며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 엷은 자주색으로 피는 설앵초가 주종을 이루지만 가끔은 흰설앵초도 있습니다.
뻐꾹새가 뻐꾹~ 뻐꾹~ 모습을 감춘 채 제일 먼저 반겨줍니다.
서서히 어둠의 자락이 걷히자 초록으로 단장한 숲의 모습이 희미하게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울울창창한 숲 속에 갇혀 버려도 좋을 만큼이나 신선한 새벽공기가 살며시 불어옵니다.
한라산에는 개구쟁이 새가 있나봅니다. 그 소리가 어찌나 재미 있는지 마치 누가 장난을 치는 것처럼 “워워워~ 워워워~·”모습을 감춘 새가 지저귑니다.
그에 화답으로 “그래 반갑다. 워워워~ 워워워~ ” 새들을 행해 숲을 행해 노래를 불러봅니다. 이렇게 숲은 아름다운 소리로 언제나 반갑게 반겨줍니다.

어리목 숲을 벗어나자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하며 자신의 모습을 확연히 드러내 보이기 시작하는 오름들이 안겨옵니다.

제일먼저 반겨주는 사제비동산에서 시원스런 샘물을 마시고 이제부터는 평온이 펼쳐지는 고원을 향해 천국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 구슬봉이와 비슷한 흰그늘용담
꿈처럼 펼쳐지는 천국의 등산로에는 설앵초가 제일 먼저 반겨줍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설앵초입니까. 설앵초는 고산지대의 양지바른 풀밭에 자라는 아름다운 꽃입니다. 빽빽이 자란 조릿대 숲사이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피어났습니다.

이 어찌 고맙지 않습니까. 주로 분홍색 설앵초가 주종을 이루지만 가끔 하얀 꽃을 피우는 흰설앵초도 드물게 있습니다.
오늘은 행운입니다. 제일 먼저 반겨주는 설앵초중에 흰설앵초도 보았습니다.
순백의 흰설앵초의 자태에 황홀하여 기절할 뻔 했습니다.

이렇게 뜻하지 않게 우리들의 들꽃은 다가와 기쁨을 줍니다.
설앵초의 인사를 계속 받으며 윗세오름 대피소를 향해 갔습니다.

이제 서서히 붉은 해가솟아 오르며 보석 같은 귀중한 하루를 선물 받게 됩니다. 이 또한 아름다운 날을 선물 받습니다.
귀중한 들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나는 한라산과 함께하는 귀중한 선물입니다.

▲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한라산)에서만 자생하는 세바람꽃.
부드러운 곡선미를 자랑하는 누운오름은 평온한 자태로 곡선미를 자랑하며 누워 있습니다.

아름다운 설앵초의 인사를 받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윗세오름 대피소에 도착했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간단히 컵라면을 먹고 나서 지상낙원의 무릉도원으로 향했습니다.

지상낙원의 무릉도원으로 가는 등산로에는 흰그늘용담이 화들짝 피어나 하늘을 향해 나팔을 불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관악기의 울림이 들리세요?
아, 오월의 악기, 흰그늘용담이 윗세오름 주변에 지천으로 피어나 고운 울림으로 가득 펴져 갑니다.
오고 가는 산행인을 향해 또는 하늘을 향해 나팔을 부는 작은 꽃, 흰그늘용담은 1000m 이상 양지바른 곳에 자라는 아름다운 들꽃입니다.
언뜻 보아서는 구슬봉이와 비슷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흰그늘용담이란 이름으로 보아서는 그늘에서 자라는 꽃인줄 알지만 햇살이 잘 비추는 양지바른 곳에 자라는 작고 아름다운 들꽃입니다.

▲ 연등을 밝혀 놓은 듯한 산작약.
흰그늘용담의 나팔 소리에 행보를 맞추며 지상낙원의 선작지왓에 펼쳐지는 진달래밭을 향해 갔습니다.
탄성을 지르며 곱게 물든 진달래밭에서 취해보는 지상낙원의 무릉도원, 오월의 한라산은 아름다움으로 작은 들꽃에서부터 화려하게 펼쳐지는 진달래와 산철쭉으로 곱게 물들었습니다.

큰윗세오름 너머로 부악이 웅장하게 솟아 있습니다.
언제나 당당한 한라의 맥 소리를 들으며 힘찬 발걸음으로 또 다른 내일을 향해 달려가야 합니다.

5월의 한라산에서 그렇게 보고 싶어했던 산작약을 운이 좋게도 만났습니다.
석가탄신일을 맞아 흰 연등을 켜 놓은 듯한 산작약은 풍선처럼 금방이라도 하늘을 향해 날아오를 듯합니다.

그렇게 오르던 한라산에는 들꽃들의 지천으로 피고 있음을 그때는 왜 몰랐을까요?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지 못했던 지난날의 아쉼만 남습니다.
들꽃의 소리에 눈을 뜨고 보니 아름다운 들꽃들의 노래 부르고 있었습니다.
세상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들꽃들이 지천으로 피고지고 있었습니다.
들꽃의 소중함도 알아가게 됩니다.

아, 작은 꽃잎의 흔들림이 들려옵니다.
영실기암쪽으로 하산하는 등산로에는 각시붓꽃, 애기괭이밥, 개별꽃,노란제비꽃, 제주양지꽃, 바위미나리아재비, 햇살처럼 해맑게 웃는 들꽃들의 인사 속에 하얀 꽃잎을 나풀거리는 세바람꽃을 만났습니다.

▲ 보석 같은 하루

세바람꽃은 우리나라에서는 오로지 한라산에만 볼수 있습니다.
순백의 꽃, 세바람꽃은 숲그늘에 자랍니다. 자그마한 키에 가냘픈 꽃대를 세우고 바람처럼 한들한들 불어오면서 수수한 빛깔로 다가오는 아름다운 꽃입니다.
꽃을 세 개씩 피운다 하여 세바람꽃이라 합니다.

세바람꽃은 변산바람꽃, 꿩의바람꽃의 봄 편지를 이어받아 바람꽃을 보지 못한 이들을 위해 5월의 한라산에서 하얗게 피어납니다.

오고 가는 산행인의 마음에 한 떨기 꽃으로 오월의 봄편지를 부칩니다.

[문춘자 시민기자님은 주부이며 시와 그림을 좋아하고 오름산행을 즐겨합니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