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는 것까지 숨기려고 하시면 안돼죠'"

"제가 오늘 현영남 과장님에게 인사문제를 몇 가지 이야기해서 마음이 그렇습니다만, 요 근래 제정신을 차려서 제주도 교육을 보면 김태혁 교육감님께서는 지난 4년여 동안 교육시설 환경이라든지 이와 같은 곳에는 의지를 가지고 획기적인 개선을 했고 어떤 면에서는 역대 어느 교육감도 하지 못한 그런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6개월에 한번씩 있는 교원인사의 덫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점에서 공정한 인사, 내쪽 사람이 아니라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사람들을 과감히 끌어들이는 인사 더불어 사는 인사를 해 주었으면 하는 마지막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제주도교육청 '파행 인사' 논란과 관련해 나온 말이 아니다.

지난 2000년 10월20일 열린 2000년도 제주도교육청 행정사무감사에서 제주도교육위원회 오남두 위원이 도교육청 인사와 관련해 발언한 내용이다.

▲  허위자료에 무원칙인사까지

또 다른 감사현장(http://www.council.cheju.kr/C04/C04_01/ViewContent.asp?HOI=6169&BUNHO=63&Code=169090) .  

같은해 11월 28일 교육관광위원회의 제주도교육청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장을 들여다 봤다.

박희수 전 의원은 그해 3월 도교육청 인사와 관련한 설문조사 내용에 대해 현영남 교원지원과장에게 따져묻고 있다.

박 전 의원은 "전교조 제주지부와 도교육청이 똑같은 인사를 놓고 설문조사를 했는데 도교육청은 '온전치 못했다'가 17.45% 나온반면 전교조 설문조사에서는 공정하다 2.2%, 공정하지 못하다 69.5%가 나왔다"며 "교육청은 승진한 사람들만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가" 라며 따져 물었다.

그는 이어 "4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교조 설문에서 '공정치 못했다면 그 이유는?' 질문에 '교육감 측근 중심인사'가 86.1%, 연공서열 25.22%로 나와 있다""선생님들이 이렇게까지 느낄 정도면 여기에 대한 교육청 나름대로의 설득력있는 대안이 나와야 한다" 고 주문했다.

이날 행정사무감사장에서는 도교육청의 잘못된 인사행정에 대한 사실인정 부분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오충남 전 의원은 2000년 3월1일자 승진인사와 관련 "전문직은 제외하고 일반교사에서 교감승진한 사람이 네 사람이기 때문에 네 사람의 3배수인 12명, 12등 이내의 자가 승진이 돼야 분명한데, 그렇지 못하고 전문직까지 포함해서 13위 자리를 승진시켰다""이는 13위인 특정인을 승진시키기 위해서 전문직까지 포함시켰다는 것"이라고 따져 물었고 결국 교육청 모 과장으로 부터  "잘못된 것" 이라는 시인 답변을 받아냈다.

이날 행정사무감사장에서는 도교육청의 허위자료 제출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도 들렸다.

박희수 전 의원이 "왜 이렇게 허위자료를 줍니까? 서면질문 낸 자료들에 대해서. 그렇게들 하시면 안됩니다. 모르는 내용을 숨기려고 해야지, 알고 있는 것까지 숨기려고 하시면..."이라고 따지자 당시 김 모 국장은 "앞으로 조심하겠다" 는 궁색한 답변이 이어졌다.

▲  교원노조, 교육감실 문턱도 못 넘어

전교조 제주지부는 8년간의 현 교육감 재임기간 동안 수차례에 걸쳐 인사문제와 관련해 면담을 요구했지만 "해당과를 통해서 하라"는 등의 거부의사만을  확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19일 제주지부 한 관계자는 "인사는 교육감의 고유 권한"이라는 것이 거부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능력있고 기획력 있는 사람을 뽑는다면 측근인사라해서 잘못될게 없겠지만 단지 친하다는 이유라면 안될 일"이라며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교육감이 입장을 밝혔지만 해결책은 전혀 제시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지난 2000년 이후 6차례 도교육청 인사와 관련한 성명서를 발표해 온 제주지부는 이번 논란과 관련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도교육감은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교육계와 도민에게 공개 사과할 것"을 주장했다.

제주지부는 이에 앞서 지난 5월에도 '도박관련 공무원의 부당한 승진인사를 철회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었다.

이와 함께 올 4월에도 성명을 내고 "교육감 측극 중심의 불공정한 인사는 현 교육감 임기 중 가장 논란이 많은 부분중의 하나"라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주도교육청의 인사행정을 다면평가 등 새롭고 공정하며 투명한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는 일은 김태혁교육감이 8년의 임기를 마무리하면서 반드시 해야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제주지부는 지난해 1월에도 '제주도교육청은 민주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의한 일반행정직 인사를 실시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는가 하면 지난 2001년 8월 '또 '그들만의 잔치'' 제하의 성명을 통해 "공정성을 의심받는 인사에 대한 철회를 요구한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이상에서 보듯 이번 파문의 시작은 도교육청 일반직 인사였지만 그 이전에 교원 인사와 관련해서도 수많은 의문과 질타가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  교원 인사도 수차례 문제 제기

이번 파문과 관련해 도교육청 일반직 6급 공무원들도 "게시판에 게재된 인사 비리 내용에 대한 사실 여부를 교육감과 관리국장은 11월10일까지 밝혀 줄 것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었다.

결국 도의회와 교육위, 교원단체 등이 도교육청 인사와 관련해 제기해온 우려의 목소리를 교육감이 못 들었을 리 없다는 추측이 교육계 안팎에서 힘을 얻고 있다.

또 이러한 지적들을 못 들었다면 이 또한 교육감으로서 직무 태만이 아니냐는 해석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한편 지난 17일 도교육청 기자실을 찾아 이번 사태와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밝힌 김태혁 교육감은 "사실 인사에 대해서 지적의 말들이 있었다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아니라 막연한 말들로 이야기되어 왔다"며 "그러기 때문에 저로서는 이것은 뭐 안된 사람들의 이야기로구나 생각했다. 참모들도 그렇게 들어왔다. 이와 같이 구체적으로 저희들에게 이야기 한 적이 없다"고 교육청 인사 문제가 제기된 것이 이번 뿐만이 아니라는 기자 질문에 대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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