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마저 2%대의 '저성장 공포'를 인정했다. 올해 3%대 성장을 낙관하는 것은 이제 정부뿐이다.

11일 한국은행은 '2012~2013년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GDP) 전망치를 2.4%로 지난 7월(3%)보다 0.6%포인트 낮췄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 역시 3.8%에서 3.2%로 0.6%포인트 하향하면서 경기 회복 속도가 완만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2%대 저성장 공포 급습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2.7%로 낮춰 잡은 데 이어 한은도 2%대 성장을 인정하면서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에 진입을 예고했다.

우리나라가 3% 미만의 성장을 기록한 것은 그동안 5차례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리먼사태 직후인 2008년 국내 성장률이 2.3%를 기록한 뒤 2009년에는 0.3%로 급락했다. 올해 역시 성장률이 2%대에 머문다면 여섯 번째 '저성장' 시기를 경험하는 셈이다.

당초 한은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유로존 위기가 고조된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올해 성장률이 3.7%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유로존 위기가 좀처럼 수습되지 않고 경기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올해 4월 3.5%, 7월 3%로 전망치를 낮춰 잡은 데 이어 10월에는 2.4%까지 낮췄다.

한은이 제시한 2.4% 성장률은 민간연구소와 해외 투자은행(IB) 전망을 통틀어 가장 낮은 수치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5%, 현대경제연구원은 2.5%, 한국경제연구원은 2.6%를 예상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10개사의 올해 성장 전망치도 평균 2.6%에 불과했다.

다만 기획재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3.3%, 내년엔 4%를 밝히면서 유일하게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고 있어 비판론이 확산되고 있다.

◇성장 전망 대폭 낮춘 이유는?

한은이 경제 성장률을 대폭 낮춘 이유는 유로지역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수출은 물론 국내 소비심리와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다만 내년 하반기부터는 대외 불확실성 완화와 글로벌 경기의 점진적 개선 등에 힘입어 성장률이 1%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국내 경기는 유로지역 재정위기 장기화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 증대로 수출 및 내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내년 초까지 매분기 1%를 밑도는 성장률(전기대비)을 보일 것"이라며 "유로지역 재정위기 장기화와 미국 재정절벽 등 하방 리스크가 우세하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설비투자(5.8%→1.5%)를 중심으로 민간소비(2.2%→1.7%), 건설투자(1.6%→0.2%), 상품수출(4.4%→3.4%), 상품수입(3.8%→2.4%) 전망치가 석 달 사이에 대폭 낮아졌다.

소비의 경우 증가폭이 점차 확대되지만 주택시장 부진과 가계의 부채상환 부담 등으로 소비 회복 속도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설비투자 역시 세계경제의 회복세로 개선세를 보이지만 유로존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투자 심리 개선은 지연될 수 있다.

수출은 올해 부진한 모습을 보이겠지만 내년에는 글로벌 수입 수요가 회복되고, 세계교역 신장률도 상승하면서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지난 7월 전망(200억 달러)보다 확대된 340억 달러로 예상했다. 내년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250억 달러로 추정했다.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비율은 올해 3% 내외, 내년에는 2% 내외로 예상했다.

다만 취업자수는 지난 7월 38만명보다 늘어난 43만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50~60대 장년층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취업자수 증가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이 확대될 것이라는 진단 때문이다.

한편 물가 상승 압력은 낮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지난 7월 2.7%에서 2.3%로, 내년에는 2.9%에서 2.7%로 낮춰 잡았다.

한은은 "국제 곡물가격 상승 등에도 마이너스 GDP갭이 확대되고, 국제 유가가 안정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될 것"이라며 "기대 인플레이션은 최근 소비자물가 하락세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서서히 하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한은은 경제전망 공표시점을 12월에서 다음해 1월로 변경키로 했다. 이로써 경제전망 공표시점은 기존의 4월, 7월, 10월, 12월에서 1월, 4월, 7월, 10월로 바뀐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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