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경계태세·보고체계 총체적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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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경계태세·보고체계 총체적 부실
  • 제주투데이
  • 승인 2012.10.11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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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강원도 동부전선 우리 측 경계를 뚫고 귀순한 북한 병사의 신변확보 과정에 관한 전말이 드러나면서 우리 군의 허술한 경계태세와 보고체계 등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사건이 발생한지 엿새 동안 일체 언급하지 않던 군은 지난 8일 언론을 통해 관련 내용이 보도되자 부랴부랴 해명하기 급급했다. 급기야 계속된 말바꾸기로 군에 대한 신뢰마저 떨어뜨리고 있다.

지금까지 군 당국의 해명을 종합해보면 우리 군은 북한 귀순 병사 한명에게 경계가 완전히 뚫렸다. 관련 사실을 파악하는데만도 열흘 가까운 시간을 소비했다.

그러는 동안 군 최고 수뇌부인 합참의장은 관련 사실을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해 국회에 허위보고했다. 믿지 못할 일이 우리 군 내부에서 벌어진 것이다.

◇철통경계 헛구호…귀순 병사 한명에 동부전선 '뻥'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군 병사는 지난달 29일 오전 4시께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50㎞ 북쪽에 위치한 소속 부대를 이탈해 2일 오후 8시께 북측 철책지역에 도착했다.

이 병사는 오후 10시30분께 비무장지대(DMZ)를 지나 우리측 철책에 도착했고 오후 10시30분에서 11시 사이 철책을 넘었다.

이어 처음에는 1소초에서 30m 떨어진 동해선 경비대 출입문을 두드렸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자 1소초로 이동해 소초 문을 두드렸고 11시19분께 소초원들이 발견해 신병을 확보했다.

북한 병사가 귀순한 2일은 오전에 강릉 경포대 앞바다에서 북한 잠수정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해당 지역 군이 경계태세를 강화한 날이었다.

귀순 당시 야간에는 GOP에서 근무하는 40여명의 장병 중 3분의 1인 철책 경계근무에 나간 상태였으며, 소초 생활관에는 상황 근무자 1명과 불침번 1명이 근무를 서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22사단은 과거에도 철책이 뚫려 경계태세에 허점을 드러낸 적이 있다. 1999년과 2009년 민간인이 철책에 구멍을 뚫고 월북하는 사건이 발생했었다.

2006년 6월에는 북한 병사 1명이 중부전선 비무장지대 철책을 통과한 뒤 나흘 동안 남측 지역을 돌아다니다 주민 신고로 붙잡히기도 했다.

군 당국은 전방부대 전투력과 경계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침투가 목적 아닌 귀순을 위해 철책을 넘은 북한 병사 한명에게 동부전선이 뚫려 군의 철통경계 목소리가 헛구호에 그쳤다.

◇허위보고 후 정정했더니 이번엔 합참상황실서 보고누락

군 당국은 북한 병사 귀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소초 폐쇄회로(CC)TV를 통해 신병을 확보했다고 설명했지만 사실과 달랐다.

지난 2일 밤 북한군 병사를 CCTV로 확인하고 신병을 확보했다는 최초 보고는 부소초장(부사관)이 추정해서 대대장에게 보고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대대장이 이를 사단장에게 보고했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이후 소초원들을 대상으로 신병 확보 경위를 파악하던 중 CCTV가 아닌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북한 병사를 발견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최초 보고를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알았다'라고 정정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합참 상황장교(영관급)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자료를 열람하지도 않은 채 윗선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8일 열린 합참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 앞서 귀순 병사가 소초안에서 발견됐다는 뉴시스 보도(8일자 '북한병사 지난주 동부전선으로도 넘어왔다') 이후 합참 작전본부는 지휘상황계통으로 확인지시를 했다.

합참작전본부는 10일 오전 6시30분 현장 합참전비태세검열단에 최종적으로 확인할 것을 지시했고, 전비태세검열단은 당일 오전 9시30분 "CCTV로 확인했다는 최초 보고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알았다는 내용으로 정정됐다"고 알려왔다.

◇북한 병사 신변확보 전후 5시간 CCTV 녹화기능 고장?

군 당국의 어이없는 해명은 또 있다. 북한군 병사가 귀순 의사를 밝히고 신병을 확보하는 과정을 찍은 CCTV가 당시 작동은 하고 있었지만 녹화는 안됐다는 것이다.

평소 소초원들이 탄약을 지급하고 반납하는 과정을 감시하기 위해 소초 입구에 CCTV가 설치돼 있다.

군 관계자는 "지난 2일 오후 7시30분부터 3일 오전 1시 사이 소초 출입문에 설치된 소형 CCTV가 작동은 했으나 기술적인 오류 때문에 녹화되지 않았다"면서 "이 CCTV가 녹화되지 않은 적이 자주 있었다"고 해명했다.

CCTV가 녹화되지 않은 시간은 북한군 병사가 북측 철조망을 통과해 우리 측 철책을 타고 넘어 소초까지 이동한 시간과 이후 해당 병사의 신병을 확보하고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대와 맞물린다.

군은 CCTV 녹화 내용을 고의로 삭제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인했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과 의혹도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軍 최고 수뇌부 일주일 넘게 사실관계 몰라

군 당국이 지금까지 조사한 바에 대한 사실 관계를 떠나 사건 발생 열흘이 가까운 시점에도 새로운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해당 부대는 사건 이튿날 귀순 병사의 신병 확보 경위에 대해 최초 보고와 다르다는 사실을 상급부대에 보고했지만 상급부대는 이를 누락시켰다.

급기야 군 최고 수뇌부인 정승조 합참의장은 이러한 사실을 까마득하게 모르고 국방위 국감에서 의원들에게 본의 아니게 허위보고를 해야 했다.

언론보도에 이어 민주통합당 김광진 의원이 귀순 병사가 문을 두드려 발견했다는 의견이 제시되자 그제서야 전비태세검열단에서는 22사단 현장에서부터 합참 상황실까지 지휘체계 전반에 걸쳐 사실관계를 조사했다.

10일 오전 9시30분 '문을 두드렸다'는 사실을 검열단이 현장에서 확인한 뒤 오전 11시30분 합참의장에게 보고했다.

결국 정 의장은 사건 발생 8일 만에야 정확한 보고를 받을 수 있었다.

민주통합당 김광진 의원은 "사건 일주일이 지난 상황에서도 군 최고 수뇌부인 합참의장이 관련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군 당국은 최근 잇단 북한군의 귀순이 북한군의 기강 해이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하고 있지만 우리 군의 기강해이가 더 심각해 보인다"고 꼬집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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