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현수막들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무분별한 현수막이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다. 담벼락은 물론 나무사이, 전신주 곳곳 불법 현수막이 내걸리지 않은 곳이 없다. 더욱이 지자체가 내건 현수막들은 단속의 손길도 피해간다.

# 제주는 불법광고물 무법지대…관광도시 이미지 훼손

제주시 화북 남문로터리 횡단보도 앞에 버젓이 내걸린 불법현수막은 벌써 몇 개월째다. 지자체가 내건 현수막과 상업광고 현수막이다. 이 곳에서 10m 떨어진 지점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이 현수막은 내걸린 기간이 오래됐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색이 노랗게 바랬다.

이 곳의 한 주민은 “화북의 중심지에 불법현수막들이 여기저기 어지럽게 내 걸려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며 “벌써 몇 개월 째 그대로 방치돼 있어 동네 이미지뿐만 아니라 관광도시 제주의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불만을 호소했다.

이와 관련 제주시 관계자는 “정기적인 순찰을 통해 불법 현수막들을 철거하고 있다”며 “하지만 불법광고물이 워낙 많다보니 모두 철거하는데는 시일이 걸린다”고 해명했다.

▲ 전봇대를 칭칭 감고 있는 제주시 현수막. 현수막을 제대로 읽을 수도 없다.
# 지정게시대의 부족도 한 몫…죄책감 못 느껴.

불법현수물이 많은 이유는 지정게시대의 부족도 한 몫을 담당한다. 제주시에는 51개의 지정게시대를 설치했으나 턱없이 부족하고, 이마저도 장소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외면당하는 곳도 많다.

한 보습학원 원장은 “지정게시대를 기다리려니 시간이 오래 걸리고, 단속대상이 되더라도 과태료를 내는 것도 아니어서 당분간만 아파트 근처에 붙였다”며 “불법인 것은 알지만 다른 사람들도 불법으로 많이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시에서는 불법현수막 단속은 하지만 다른 지역처럼 과태료를 부과하지는 않고 있다. 지정게시대의 부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되풀이 되면서 불법현수막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났고, 사람들에게 익숙해져 버린 실정이다.

# 지자체 현수막은 안전해요~

상업광고 현수막은 철거라도 된다. 하지만 지자체가 내건 현수막은 단속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엄연한 불법이다.

‘옥외관리물등 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공공기관과 지자체는 횡단보도나, 가로수, 전신주 등에 현수막을 내걸면 안 된다. 더욱이 바뀐 조례에 따라 올해 8월부터는 지정게시대를 제외한 모든 곳에 부착된 공공기관 현수막도 불법이다.

▲ 횡단보도 앞, 가로수 사이, 버스정류장 앞 등 여기저기 현수막들이 내걸려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작년까지는 공익성을 나타내는 현수막들은 가로수, 전신주 등을 제외하고는 단속대상이 아니었다”며 “하지만 바뀐 조례에 따라 모두 불법으로 지정됐고, 지자체에 이번 달 내로 바뀐 법을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공공기관과 지자체도 버젓이 금지된 지역에 불법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가로수 사이는 물론 횡단보도 근처에도 현수막이 걸려 있다. 특히 지난달 혁신안과 점진안 관련 현수막들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한 식당 주인은 “일반 상업광고 현수막은 철거해 가면서 자기들이 내건 현수막은 그대로 놔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부모도 잘못하면서 아이들에게 꾸지람 하는 것도 뭐가 다르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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