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도청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삼성그룹 이학수 부회장을 소환해 정치자금 제공 혐의를 조사하기로 해 본격적인 도청 테이프 내용 수사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삼성그룹 이학수 부회장이 9일 오후 불법도청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 소환된다. 불법대선자금 제공 혐의로 대검찰청에 소환된 지 1년 반 여만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소환이 재미교포 박인회씨가 도청 테이프 공개를 공개하겠다면서 공갈, 협박한 부분에 대한 보강조사 차원이며 이에 따라 주된 신분도 참고인 신분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박인회씨로부터 협박받을 당시의 상황과 이후 처리과정에 대한 조사와 함께 박씨를 만나기 이전에 이미 삼성 관련 도청테이프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불법대선자금 혐의로 소환된지 1년 반 만에 다시 검찰 소환

검찰은 이날 이학수 부회장을 불러서 박인회씨의 공갈, 협박 부분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참여연대의 고발내용에 대한 '피고발인' 조사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지난 97년 대선 당시 삼성이 100억원대에 이르는 정치자금을 여야 대선 후보에게 전달했는지, 이 사실을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했는지, 또 자금의 출처는 어딘지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검찰 조사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일단 학자들간에 약간의 견해차가 있기는 하지만 불법도청된 테이프는 증거능력이 없다는 의견이 다수다.

따라서 이 부회장이 홍석현 회장과 나눈 얘기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할 경우 수사는 초반부터 난관에 부딪치게 된다.

설사 이 부회장이 정치자금을 제공했다고 시인하더라도 이것이 뇌물에 해당된다는 점을 입증하기가 쉽지않을 뿐더러 자금 출처도 지난 대선자금 수사 때처럼 이건희 회장의 개인 돈이라고 하면 삼성과의 전면전을 각오하지 않는 이상 횡령 혐의를 입증하기가 어렵다.

이 부회장이 부인할 경우 수사는 초반부터 난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학수 부회장에 대해 피고발인 조사를 벌인다는 점은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검찰이 이 부회장을 상대로 공갈,협박 부분에 대한 조사와 더불어 참여연대의 고발내용에 대한 조사를 벌이기로 함에 따라 이 부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가 도청 테이프 내용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 개시를 알리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내용 수사에 대한 여론의 공감대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고 검찰도 아직까지는 내용수사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에 대한 피고발인 조사는 삼성에 대한 수사를 회피한다는 시민단체의 공격의 예봉을 차단하고 국민적 합의가 이뤄질 경우 도청 테이프 내용 수사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검찰의 의지를 천명하는 이중포석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 공격도 차단하고 검찰 의지도 천명하는 이중포석

과거 정권의 불법도청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 되면서 안기부와 국정원의 고위직을 지냈던 인사들의 소환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불법도청사건의 핵심은 도청테이프 유출경로와 유출 이후 석연치 않은 처리 과정,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의 불법도청 실태 그리고 도청 테이프 내용 등 세가지다.

이 가운데 도청 테이프 유출경로는 열흘 넘게 진행돼 온 검찰 수사와 국정원 발표 등으로 인해 미진한 부분은 있지만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의 초점이 과거 정권의 도청문제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검찰은 8일 옛 안기부의 도청팀인 미림팀으로 활동했던 현직 국정원 직원 두 명을 소환 조사한 뒤 돌려보낸데 이어 앞으로 미림팀에 관여했던 전,현직 국정원 직원들을 전원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이어 오정소 전 안기부 1차장 등 옛 안기부 지휘라인에 있던 인사들과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 당시 소통령으로 불렸던 김현철씨 등으로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수사의 초점이 과거 정권의 도청문제로 옮겨가는 양상

검찰은 8일 오후 전격적으로 불법도청 수사팀 확대를 발표했다.

지금까지 8명이던 검사수를 14명으로 대폭 확대하고 특수1부 유재만 부장을 중심으로 한 특수부 검사들이 주축이 된 새로운 팀이 국민의 정부 시절 국정원의 도청문제를 수사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당초 공안1부 검사들을 수사팀에 보강하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국정원을 지휘하는 부서여서 오해의 소지도 있고 공안 검사들을 모두 도청수사에 투입할 경우 공안업무도 우려돼 특수부 검사 위주로 팀을 구성했다.

이에 따라 특수부팀은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의 발언 직후 1년 반 가까이를 끌어오다 지난해 4월 혐의없음 결정을 내린 국정원 도청 의혹 수사자료를 검토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국민의 정부 시절 국정원의 도청에 대한 수사에 따라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승규 국정원장이 압수수색을 받을 용의가 있다고 밝힌데 이어 8일에는 천정배 법무장관이 압수수색을 포함한 모든 합법수단을 동원해 한 점 의혹없는 수사를 하라며 수사팀에 힘을 실어줬다.

여기에 정보기관의 불법도청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도 검찰편인 만큼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이 곧 단행되지 않겠냐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CBS사회부 안성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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