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인간계(人間界), 그 붉은 세상과 소용돌이

옥황상제(玉皇上帝)의 셋째 딸 여신(女神) 설문대는 지상세계에 내리고 보니 광막한 시간의 바다엔 어느새 태고(太古)와 미래(未來)가 어두운 거죽에 덮여 길게 늘어지고 끝 모르게 펼쳐져 있었다.

여신 설문대는 지상세계의 어두운 껍질들을 조심조심 걷어내기 시작 하였다. 지상세계의 곳곳의 어두운 껍질들을 걷어 내며 투시경을 채우고 자세히 살펴보니 여러 가지 색깔과 소리의 파동과 입자들이 서로 어울려 변화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 변화를 계속하고 있는 시간의 바다에서 붉은색깔이 많은 부분들이 보였다. 그 붉은 색깔들은 인간계(人間界)의 미래의 정서를 반영하고 있었다.

그 붉은 색깔은 언 듯 구분하기가 어려우나 그 중 한편은 욕심과 다툼과 경쟁에 눈이 벌건, 그 붉은 세상이요, 또 다른 하나는 상처입고 소외당한, 가련한, 그야말로 시울이 붉은, 그 붉은 세상이었다.

그 붉은 색깔이 퍼져 있는 그 한 가운데에는 회색의 점이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이 소용돌이는 인간이 삶이 고난의 소용돌이였다.

이 소용돌이를 잠재우거나 이겨내지 못하면 인간계의 영원성에 문제가 있는 부분이었다. 인간의 운명적 소용돌이 부분이었다.

인간계의 순환(循環)이 단절될 우려가 있는 이 회색의 동공(洞空)이 더 커지면 아니 될 뿐 아니라 인간계 전체가 멸망에 이르는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유심히 살펴보았다.

여기서 “설문대의 틀”이 구상 되었다. 설문대의 틀이란 바로 하늘의 뜻 하늘의 교시를 설문대가 구체화 시킨 구상 이였다.

조화(調和)의 신(神) 답께 인간계에 순환(循環)의 물코를 터 주어야 했다. 인간계가 스스로 순환(循環)의 길로 찾아 갈수 있도록 하는 순환(循環)의 고리이자, 순환의 이정표를 만들어 주어야 했다.


□ 팡돌.

- 지상계(地上界) 순환(循環)의 이정표(里程標)
- 지상계 순환의 고리

“이쯤이면 될거야 팡돌 하나 내려놓자, 구름바람 쉬어가게 지친세상 건너가게”

여신 설문대가 구상해 낸 첫 번째 설문대의 틀은 “팡돌”이었다.

“팡”이란 고유한 제주어로서 수평적으로 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며 수직적으로 는 사다리 역할을 한다. 또한 팡은 지나가다 지친 길손이 더듬어 엉덩이를 붙이는 “쉼 팡”이 되기도 한다. 무거운 짐을 짊어 질 때 그 무거움을 올려놓아 짊어지기 쉽게 하는 받침대 역할도 한다.

이렇게 “팡”이란, 수평연결, 수직연결, 그리고 노동적 요소와, 휴식적 요소등 인간의 삶이 핵심요소를 합일(合一)시킨 도구가 된다.

“팡”이 상징하는 바는 인간과 인간이 서로 동등한 수평적 교류의 가교이며 수직적으로는 천리(天理)와 지리(地理)를 꿰어 뚫는다. 또한 인간계에 가장 중요한 노동적 요소의 강인함이 있고, 휴식적 요소의 여유로운 정서가 있다.

이렇게 여러 가지의 핵심 상징을 압축하여 단 한마디의 단어로 “단순명쾌”하게 표현해 놓은 것이 바로 “팡”이다.

“팡돌”에 있어서 돌이 의미하는 바는 실로 다양하다.

돌이란 글자 그대로 무식의 대명사이다. 가장 단순하고 가장 무던하고 가장 흔한 것이 돌이다. 침묵이 대명사가 돌이며, 아무렇게 나 굴러다니는 것이 돌이다.

돌은 속이 꽉 차고 녹이 슬지 아니한다. 녹이 슬지 아니하므로 쇠보다도 세월에 강하다. 장수의 상징이요 영원성(永遠性) 이 상징이다. 흙이 본향이 돌이다.

만상의 원소가 집결되어 있는 결정체가 바로 돌이다.

돌에는 기억이 있다.
돌에는 무변과 영원(永遠)이 있다.
달관(達觀)의 지혜가 있다.
달관(達觀)의 무게가 있다.
돌 앞에서는 잡귀의 잔 꽤도 무용지물이다.

“그래, 팡돌 하나 놓아주자. 지상계의 인간이면 그 누구라도 흔쾌히 디디고 쉬어 넘어 갈 수 있게 팡돌 을 놓아주자.”

그리고 그 팡돌 에는 천리(天理)와 지리(地理)를 새겨놓아 인간들로 하여금 바른 길을 찾게 하자.

설문대의 틀이 맹렬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 하였다.
인간계(人間界)에 있어서 필연적 난관이 되는 이 회색의 회오리치는 소용돌이의 중심에 무거운 팡돌을 놓아 주는 것이었다.

인간계의 시간(時間)과 공간(空間)이 유난히 세게 부딪혀서 기(氣)가 센 곳에, 그 소용돌이 이는 곳에 상징적으로 무거운 팡돌 을 놓아 그 소용돌이를 잠재우고 지친 세상을 흔쾌히 건네어 주고자 했다.

이 팡돌은 인간이면 그 누구나 한번은 디디고 건너가야 할 숙명적인 곳이므로 앞으로 그 수많은 발자국 들을 지탱하기 위해서도 무던한 돌이 무변과 강인함과 달관이 지혜가 필요한 것이었다.

세상이 건너가야 하리라, 세상이 디디고 건너가야 하리라, 천상계의 맑은 기(氣)와 지상계의 청정한 바람소리와 인간계의 꿈과 사랑과 정열이 건너가고 건너오게 하여야 하리라

삶에 지친 길손들이 지친 나래를 접고 잠시 쉬어 가야 하리라, 여러 소란 속에 상처도 입었던, 고단한 영혼을 재정비하고 지친 육신을 재충전하여 다시 가야 하리라.

천장에 닿아 하늘의 뜻을 만져 볼 수도 있게 하여야 하리라.
그래 “팡”을 만들어 주자, 팡돌을 놓아주자, 진실로 영원을 향한 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주자.

여신 설문대의 구상(構想) “설문대의 틀”에 의하여 설문대의 여신은 천상(天上)에서 내려 올 때 싸 가지고 온 흙과 가슴속에 품고 온 그리움을 형상화 하여 천천히 “섬”으로 내려놓기 시작 하였다.

먼먼 훗날에 “건너가는 땅 세상을 구제하는 구원(救援)의 땅”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의 그 섬은, 제주(濟州)섬은, 이렇게 하여 그 탄생이 시작된 것이다.

하늘의 뜻을 그 누구 보다도 잘 아는 하느님 옥황상제의 셋째 딸 여신 설문대에 의하여 천(天) 지(地) 인(人) 삼계(三界)를 아우르는 순환의 상징 이자 순환이 고리로, 인간계의 순환의 이정표가 아름다운 하나의 섬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을 한 것이다.

“인간(人間)이면 누구나 한번은 밟고 지나가야 할 지상계의 팡돌”
“세상을 구제하고 아름답게 건네어줄 책임의 땅 제주(濟州)” 그 섬은 이렇게 시작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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