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가 24일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지난 9월19일 출마선언을 한 지 66일 만이다.

안 후보가 유력 대권 주자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지난해 9월6일부터다. 안 후보는 이날 뉴시스가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서 42.4%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40.5%)를 제쳤다. 2008년 이후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왔던 박 후보가 처음 2위로 내려앉는 순간이었다.

정치 경력이 전무한 안 후보가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리자 정치판은 요동쳤다. 언론은 이를 '안철수 현상' 또는 '안풍(安風)'이라고 불렀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실망이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났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단지 여론조사 결과가 바뀌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정치권은 안철수 현상을 심각한 위기로 규정했다. 박 후보는 여론조사가 실시된 다음날 "이런 상황을 계기로 정치권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학규 당시 민주당 대표도 "여야할 것 없이 이런 현상에 대해 깊이 있는 자기 성찰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정치권은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총선을 앞두고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해 위해 경제 민주화와 복지 공약을 대폭 수용했다. 민주통합당 역시 야권 통합을 통해 외연을 확장했다. 양 당 모두 쇄신 과정에서 반발이 뒤따랐지만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위기감이 더 강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바꿔단 간판으로 4월 총선을 치렀다.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명분으로 국민경선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안풍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무당파'라고 불리는 중도 성향 유권자층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지지층에 쉽게 흡수되지 않았다.

안 후보는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1위 자리를 유지했고 박 후보의 지지율은 제자리를 맴돌았다.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은 박 후보의 지지율에도 미치지 못했다. 안 후보는 정치 참여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언론은 그를 대권 주자 목록에서 빼놓지 않았다.

1년 가까이 잠행을 해오던 안 후보는 지난 9월19일 '정치 개혁'의 구호를 전면에 내세우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국민의 반을 적으로 돌리면서 통합을 외치는 것은 위선"이라며 "선거 과정에서 부당하고 저급한 흑색선전과 이전투구를 계속하면, 서로를 증오하고 지지자들을 분열시키며, 나아가서는 국민을 분열시킨다"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안 후보의 정치 개혁 구상은 공약을 통해 구체화됐다. 그는 ▲국회의원 정수 축소 ▲중앙당 권한 축소 ▲당론 폐지 ▲정당 국고보조금 감축 ▲청와대 임명직 축소 ▲대통령 사면권 제한 등을 정치 개혁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치권이 기득권을 내려놓자는 의미였다.

정치개혁은 12월 대선 국면에서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2007년 대선이 경제 이슈에 매몰됐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였다. 하지만 안 후보의 정치 개혁 구상은 기성 정치권의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 국회의원 정수 축소나 정당 국고보조금 감축 등은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야권 단일화 과정도 험난하게 진행됐다. 진척이 없는 단일화 협상이 피로감을 불러 일으킨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안 후보는 민주당의 조직력을 이겨내지 못했고 결국 후보직을 사퇴했다. '새 정치'는 이루지 못한 과제로 남았다.

안 후보는 후보직 사퇴 이후 지방으로 내려가 당분간 휴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장의 향후 행보를 쉽게 예상하긴 어렵지만 정치 행보를 이어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안 원장은 출마선언에서 "몇 번 직업을 바꿨지만 도중에 바꾼 적은 한 번도 없다.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이(정치) 분야에서 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안 후보가 정치쇄신이라는 측면에서 정치권에 모티브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라며 "정치 쇄신 과제가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23일 사퇴 기자회견을 가진 뒤 캠프 관계자들에게 "다시 시작한다면 여기(공약집인 '안철수의 약속')서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를 정치 행보를 위해 정책을 구체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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