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위주의 장묘문화가 성행함에 따라 자연환경이 훼손되고 국토가 잠식하는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매장위주의 장묘문화에서 화장위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20일 서귀포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장묘문화개선을 위한 시민공청회'에서 제기됐다.

이 날 김태복 한국토지행정학회장은 '우리가 당면한 장묘문제의 대책과 과제'라는 주제발표에서 "10년전 20.5%를 차지하던 화장률이 2002년 말 42.6%를 기록하는 등 국민들의 의식이 변하고 있지만 서귀포시의 경우 13.6%의 화장률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용인공원묘원은 매장일로부터 20년이 되면 유족에 통보없이 주검을 납골당에 안치하고 있으며 사랑의 교회 등 교계에서는 장기기증 운동을 전개 하는 한편 화장을 장려하는 등 장묘문화가 변화하고 있다"며 화장에 대한 의식이 바뀌고 있음을 밝혔다.

김 회장은 자기의 산이나 땅에 마구 쓰는 불법묘지와 약 800여만기(전체분묘의 약40%)의 연고자가 없는 무연고묘지, 살아있는 자의 주거공간과 주검의 공간이 격리돼 있는 현상 등을 우리나라의 장묘문제로 지적했다.

이런 불법묘지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공설 또는 사설 법인묘지 이용자에게 지자체별로 재정지원 등 인센티브 제공 방안을 강구하고 정확한 장묘시설의 지자체별 수요예측과 민·관 협력체제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날 공청회에는 현광수 시의원, 신천강씨 동계공파 문중회 강건호씨, 정구철 환경의제21협의회장, 서귀포시 진승정 사회복지과장이 지정토론자로 나서 토론을 했다.   

현광수 의원 = 전국묘지는전 국토의 1%를 차지하고 있으며 서귀포시 공설묘지는 향후 약 20년 정도 매장이 가능하다. 종래의 매장문화에서 화장문화로 바꾸기 위해서는 납골당을 대폭적으로 확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제주도가 적극 나서서 도비를 지원해야 한다. 또한 그룹대표나 유명인들을 통해 화장유언 서약운동을 벌여나가야 한다. 그리고 묘지에 대한 의식을 전환하기 위해 다각적 홍보 방안도 필요하다. 뿐만아니라 무연분묘에 대한 실태 조사를 해 그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정구철 환경의제21협의회장 = 관습을 바꾼다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지역사회 원로들이 나서야한다. 그리고 장묘문화가 정신적인 것을 다루는 만큼 종교단체에서도 나서야 한다. 그리고 우리지역 전통에 맞는 납골묘를 선택하는 등 전통에 대한 고려를 해서 장묘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또한 '납골당'보다는 '납골 공원'으로, '유골'보다는 '유분'으로 사용하는 등 죽음에 대한 공포를 줄일 수 있는 언어 표현도 중요하다. 이 밖에 화장을 하면서 생기는 부작용들에 대한 방안 연구도 필요하다.

강건호 문·종중 대표 =장묘문화는 세계 각 국의 지형·기후·문화마다 각양각색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매장 문화를 선호하며 차츰 화장문화로 바뀌고 있다. 이는 핵가족화에 따른 것으로 요즘 젊은 세대들은 2·3대 선조들의 묘역에 대해 잘 모르고, 선묘에 대한 벌초를 할 때도 돈을 주고 타인에게 맡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또한 국토가 점차 묘지로 잠식화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체발부 수지부모'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바꾸는 한편 납골묘 설치 시 관련제도도 완화해야 한다. 특히 납골묘에 몇 명이 들어가든 집단묘지인 경우는 허용면적이 3평밖에 되지 않고 지원금도 200만원으로 균일해 이에 따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서귀포시 진승정 사회복지과장 =지난 2001년에 '장사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으며 이 때 분묘의 설치기간과 불법 분묘 정비에 대한 사항이 신설됐다. 또한 사설묘지 설치 가능지역이 따로 정해져 있어 이 법을 따르다 보면 서귀포시는 법규상 매장할 곳이 없다. 현재 서귀포시에는 공설납골당이 없는데 납골당을 짓기 위해 현재 국비 5억과 시비 8억을 들어 건물설계 용역 중이며 내년 6월까지 건물을 완성할 계획이다. 그래서 5년 이내에 납골시설이 정착하도록 노력하겠다. 또한 공설 납골당을 만든 후에는 화장유언서약운동을 펴 나가겠다.

이 날 방청객으로 참석한 서귀포시 의회 오충진 의원은 "화장터가 혐오시설이라는 인식 때문에 지역에 화장터를 설치하기가 힘들다"며 "타지역에서 화장터를 설치할 때 어떻게 했는지 선례가 있으면 가르쳐달라"고 말했다.

이에 김태복 교수는 부산시와 수원시의 경우를 예로 들며 "화장터 입지 선정에 있어서 투명성을 확보하고 화장터 설치시 지역주민들에게 줄 수 있는 경제적 프리미엄을 먼저 제시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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