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 기적.

한편, 옥황상제는 당신의 셋째 딸 설문대가 한라산정을 케어내는데 문제가 있음을 알았다. 설문대가 하늘에 대한, 그리고 하늘의 뜻에 대한 그리움이 기도를 위하여 한라산정을 볼록하게 만든 순간부터 누적에 누적을 거듭하여 온 그리움이 기도가 모두 질량으로 모두 기억되어 있었던 것이다.

무게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그리움, 그 그리움이 기도의 무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무거운 것이었다. 할 수 없이 옥황상제는 미리 얼른 손을 써서 한라산정을 유두의 형태로 떼어 내어 낸 다음 도로 그 자리에 놓았다. 일단 떼어만 놓은 것이었다. 옥황상제가 지상계에 직접 손길을 뻗은 것은 하늘이 법도의 해석에 있어 객관성을 상실한 것이었다.


당신이 정한 법을 스스로 어긴 결과가 된 것이다. 여신 설문대가 산정을 캐어 내어 산방산 자리에 앉히는 과정에서 일어난 기이한 현상은 바로 하느님 옥황상제의 도움이었다.


어째든 이 일로 인하여 하늘나라에서는 난리가 났다. 우주파 신하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이 광막한 우주에서 그 우주의 한 귀퉁이에 까맣득히 존재하는 태양계(太陽系). 우주(宇宙)의 한 변방(邊方)에 불과한 태양계라는 그 동네, 그 태양계 내에서도 조그마한 하나의 알맹이인 일환세계(一丸世界) 이면서도 우주의 중심(中心)이 노라고 떠들어 대는 건방진 푸른 눈알이면서 오만하기 짝이 없는 인간계(人間界)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하필이면 천상(天上)의 신하중이 하나였던 하늘공주 설문대가 하늘이 법도를 어겨 쫓겨 내려간 바로 그 지상계에 체통도 없이 상제께서 비록 잠깐 이나마 직접 손길을 뻗었던 사건은 우주음파를 타고 각 은하계마다 대서특필로 “소도리”를 탔다.


이 사건은 영원히 천상계 초유의 일로서 옥황상제는 결국 반성문을 작성 하고(그것도 자필로) 각서까지 첨부하여 우주회의실에 제출하게 되었고 그 문서, 옥황상제의 반성문은 우주회의실에 영구 보존 문서 “기적1호”으로 분류하여 보관토록 하여 일단 무마가 되었다.


이 사건을 원만히 해결토록 한 것은 노인성(남십자성)으로서 노인성은 바로 장수별(長壽星)이다.


이 별은 지금도 가끔 서귀포 삼매봉을 향하여 눈웃음를 보낸다.
이런 소문을 어떻게 알았는지 알아버린 인간계에서는 이 사건을 재빠르게 인용하여 하늘을 빙자하는 사건들이 빈번히 일어나는 역사가 반복 되었다.


□ 석종(石鐘) 그, 하늘의 종소리.

고독한 옥황상제가 모정의 그리움을 달래어 줄 당신의 이 정표로서 동시에 사랑하는 당신이 셋째 딸 설문대의 망향이 이정표로서 유두(乳頭)의 형상으로 하여 한라산정을 뽑아다가 산방산으로 좌정(坐定) 시켜 놓은 옥황상제는 그 기억의 바위에 파동이 권능을 불어 넣어 하늘의 종소리를 기억시켜 놓았다.


유두의 형상은 또한 종(鐘)의 형상과도 같은 것이다. 이 둥그런 기억의 바위, 석종(石鐘)으로 하여금 둥근 울림으로 세상을 울리고 하늘벽을 울리게 하여 당신이 멀리에서도 들을 수 있도록 권능을 불어 넣었다.


이미 여신 설문대의 그리움이 누적되어 있는 바위의 돔, 영원한 태고와 영원한 미래가 모두 기억되어 있는 하늘의 종.


태고와 미래를 압출한 기억의 돔으로 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짙푸른 영겁을 풀어 허기진 영혼을 울리어 달래고 지친 영혼(靈魂)에 활력을 불어 넣고자 했다. 인간의 눈으로 보는, 듣는 음악이 아닌 “보는 음악(視覺音樂)”으로 하여 소리는 인간이 몸체를 통하여 울리어 나오게 하였다.


그래서 지금도 지나가다 지친 길손 들이 한라산 중턱 어디서엔가 잠시 쉬며 산방산을 바라보노라면 하늘이 종소리가 은은히 들이여 옴을 느낄 수 있다. 적당한 거리, 약 1~2km의 거리에 보면 강한 기(氣)가 서늘하게 파동쳐 옴을 느낄 수 있다.


□ 태양을 올리는 팡, 일출봉(日出峰).

여신 설문대는 태양을 올리는 제단 겸 팡돌로서 일출봉 바위산을 넓적하게 다듬어 놓고 태양을 올리는 방향지표(方向指標)로 99봉을 만들었다. 계절(季節)에 따라 태양이 솟은 방향을 유도하기 위하여 관솔불을 피우는 등경석도 마련하여 놓았다.

우주의 메시지가 부악에 당도 하여 가시광선 긴 파장이 붉은 색을 띄우면 동편 오름들이 오름봉 마다 빛을 받기 시작하고 마침내 일출봉이 동편 바다에서 태양을 힘차게 올린다.
동편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불끈 솟아 오른 붉은 태양은 그 찬란한 깃을 펼치며 힘차게 날아오르기 시작한다.

- 간밤의 약속, 잊지 않으리라 -

서서히 날아오르며 붉은 빛을 거두어 간다.
붉은 세상을 달래어 간다.
욕망에 눈이 벌건 그 붉은 세상을 다독여 간다. 굶주리고 소외되고 상처도 입은, 그 시울이 붉은 세상을 달래어 간다.
서서히 날아오르며 그 열로 그 빛으로 푸른 생명들을 키워나간다.
푸른 영원을 굴린다.

“일출봉(日出峰) 검붉은 힘
태양을 올리노라
푸른 가슴속 둥근 불새
깃을 펼쳐 날아올라
달래리. 붉은 세상을
키우리. 푸른 생명을”



□ 고군산 굼부리와 여신의 엉덩이의 선.

이렇게 여신 설문대는 지상세계로 내려 온 후, 바쁜 날들을 보냈다.


지상계 곳곳을 누비며 어두움이 조각들을 거두어들임과 동시에 순환이 이정표로 섬을 창조하는 작업도 거의 완성단계에 접어들었다.


여신 설문대는 일을 하다가도 쉬고 싶으면 한라산을 베개 삼아 눕기도 하고 서귀포의 고군산을 깔고 앉아 태평양 푸른 물에 빨래를 헹구기도 하였다.
그래서 고군산 굼부리는 육체파 여신 설문대의 풍만한 엉덩이 선이 지금도 그대로 생생하게 나타나 있다.


□ 우도섬의 생성내력과, 그 청청한 오줌줄기

육체파 여신 설문대의 오줌줄기는 역시 청청하였다. 일출봉과 식산봉에 발을 디디고 오줌을 누면 폭포 같은 물줄기에 땅이 패이고 물길이 새로 생기곤 하였다.

우도(소섬)는 원래 육지였던 것이 여신 설문대의 오줌줄기에 의해 패이면서 떨어져 나가 섬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우도와 일출봉사이의 물목은 그 깊이가 깊고 물살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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