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는 제주의 상징이다. 그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바다를 '밭'으로 일구면서 할머니에서 어머니로, 어머니에서 딸로 '잠녀의 삶'을 이어오고 있다. 고단한 삶의 연속에도 그들은 대물림을 운명처럼 받아들였다. 그러면서도 주어진 삶의 터전에 안주하지 않았다. 희망을 건져 올리기 위해 새로운 터전을 개척하는데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들은 한반도를 넘어 러시아까지도 영토(바다밭)를 확장했다. 이들의 삶을 보면 '혼자'란 없다. 일터를 향할 때부터, 물질, 그리고 짧은 휴식까지 모두가 '함께'다. 공동체적 삶 그 자체다. 일상의 조각조각들의 모두 공동체와 연계돼 있다. 그들의 삶의 형식인 해녀문화가 해녀의 명맥을 유지하게 했고, 또한 제주를 있게 했다. 해녀를 넘어 해녀문화를 중시해야 하는 이유다. 해녀가 아닌 해녀문화의 세계화를 위해 이선화 제주도의회 의원이 뛰고 있다.<편집자 주>

▲ 이선화 제주도의회 의원이 해녀가 아닌 해녀문화의 세계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선화 의원(새누리당, 비례대표)은 해녀의 딸이다. 외가가 제주시 우도다. 외할머니에 이어 어머니(김금자씨)도 해녀 출신이라고 했다.

'제주의 명동'으로 불렸던 제주시 칠성통에서 유년기를 보내면서도 초등학교 여름방학 때면 외가인 우도를 찾아 또래아이들과 원담에서 자맥질하며 지냈다고 했다.

이 의원이 해녀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몸 속에 '해녀 DNA'가 잠재됐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선지 이 의원이 해녀, 그리고 해녀문화라는 '자신만의 바다'에 빠져든 것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3년 제주MBC 프로듀서로 입사했다. 해녀문화에 관심을 가졌던 '해녀 딸' 이 PD는 1992년 해녀 다큐멘터리를 제작, '좋은 프로그램'으로 선정되는 등 수상 경력도 많다.   

# 이선화 의원 "제주해녀 세계화, 해녀 아닌 해녀문화로 접근해야"

이 의원의 도의회 입성은 해녀문화의 세계화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내딛는 계기가 됐다.

이 의원은 도의회 입성한 2010년부터 해녀 정책의 방향 전환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오고 있다. 핵심은 '해녀'가 아닌 '해녀문화'로의 시각 교정이다. 

이 의원의 주장에는 직업군(群)·기능군으로서의 해녀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해녀공동체를 포한한 '해녀문화'에 터잡고 있다.

이 의원은 "21세기 여성의 시대를 맞아 시대정신을 해녀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고 단언했다.

제주의 해녀문화에는 지역 상생, 공동 배분을 통한 '배려', 불의에 대한 저항 정신, 리더십, 멘토링시스템, 개척정신 등 공동체가 지향하는 모든 것이 녹아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성산읍 온평리 등 상당수 마을은 해녀들이 '학교바당'을 따로 일궈 초등학교를 세우는 등 지역사회에 기여했고, 연로한 선배 해녀를 위해 '할망바당' 구역을 별도로 만들어 배려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1931년 5월 일제의 해녀에 대한 착취가 극에 달하자 일제와 투쟁을 결행하는 등 항일운동에도 앞장섰다"고 말을 이어갔다.

이 의원은 "상군·중군·하군의 엄격한 서열 속에서도 공동배분이라는 '아름다운 나눔'이 있었고, 연고도 없는 타시·도는 물론 러시아·일본 등지의 출륙(出陸) 또는 출가(出稼)는 개척정신의 한 단면"이라고 역설했다.

이 의원은 해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누구보다 분주하다.

이는 최근 일본에서 일본해녀 '아마'를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려는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 이선화 의원 "해녀문화, 21세기 글로벌 시대 대응 시대정신 담겨 있어"

▲ 이선화 의원이 일본 미에현 방문 당시 촬영한 사진 등을 제시하며 제주 해녀문화의 세계화를 위해 도민역량 결집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해녀문화의 세계화를 위한 정책세미나 개최 등도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이다. 해녀문화의 인류문화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도민 역량 결집과 함께 해녀문화의 국가브랜드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일본 '아마'의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 등재의 중심축인 마에현 등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마에현 뿐 아니라 '아마'가 활동하고 있는 8개 현이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사활을 걸었다"고 소개했다.

이 의원은 "공공기관 내부는 물론 시내 곳곳이 '아마'로 도배될 정도로 열의가 대단하다"며 제주사회의 분발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마에현 등 8개 현은 '아마'를 새로운 지역 브랜드로 집중 육성하고 있고, 주민 역시 자발적으로 100엔 모금운동을 벌이는 등 '아마'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지역이 총체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제주 해녀문화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민·관 동행' 등 지역사회 역량 결집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도정에 대한 '불만 보따리'의 매듭도 하나 둘 풀어 놓았다.

이 의원은 "제주도정의 경우 해녀문화가 아닌 해녀, 문화군(群)이 아닌 어업군로 접근하고 있어 도정 자체가 해녀문화의 세계화를 차단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이선화 의원.
이 의원은 "제주 해녀박물관의 경우 학예사 1명이 해녀문화를 담당하고 있다"면서 제주도정의 해녀문화에 대한 관심 정도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또한 이 의원은 "아주 오래 전부터 해녀들이 제주를 지탱해 왔고, 1960년대 수산분야 총수입의 2분의 1을 담당하는 등 지금까지도 막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해녀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청정 공동어장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해녀와 해녀문화에 대한 도정의 관심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도정이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위해 막대한 예산 투입과 함께 범도민추진본부와 범국민추진본부를 구성하기도 했다"면서 "해녀문화의 국가브랜드화, 세계화를 위해 그같은 노력의 절반만이라도 기울여야한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해녀문화를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면서 "그러나 이같은 과정에서 해녀문화에 대한 이해 폭 확산으로 과거 우리의 삶을 지배했던 공동체 문화 회복과 제주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도민의 힘이 결집되는 것이 더욱 소중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해녀문화에 응축된 공동배분, 상호 존중, 지역 상생, 개척정신 등의 공동체적 삶의 편린 하나 하나에는 21세기 글로벌 시대를 맞아 우리가 지향해야할 시대정신이 오롯이 살아 숨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해녀문화의 세계화는 '제주 어머니'  해녀의 자손인 우리 모두의 몫"이라며 "이를 위해 도민과 함께 동행하겠다"고 말했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농촌사회인 라다크 사람들의 공동체에서 '오래된 미래'를 찾았다. 호지는 라다크인의 공동 노동, 함께 하는 교육 등을 통한 공동체를 미래사회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호지가 농경사회인 라다크에서 '오래된 미래'를 찾은 것과 마찬가지로 해녀문화 역시 해양사회에서 찾는 미래사회 대안이 될 수 있다.

해녀 공동체의 삶의 방식에 내재된 '지혜'가 제주를 넘어 지구촌 미래의 대안이 될 수 있기에 이 의원이 주창하는 해녀문화의 세계화는 '제주판 오래된 미래' 찾기와 다름 없는 것처럼 다가 온다.<제주투데이>
 
<강한성 기자 / 저작권자ⓒ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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