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사라, 사라오름 그렇게도 가고 싶었던 아름다운 사라오름, 사라오름을 가지 못하면 내 마음은 병이 날것만 같았습니다. 사라오름 사진을 보는 순간 내 가슴은 쿵쿵 뛰며 멈출 것만 같았습니다. 결국, 사라오름을 가기 위해 분주한 아침이 시작되었습니다.

성판악 매표소에서 표를 끊는 등산객들 마다 설레는 마음으로 가득 찬 눈빛이 활기차게 빛나고 어린이들의 눈빛 마냥 푸르고 깊은 호수 같은 하늘이 텅 빈 나뭇가지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햇살 좋은 초겨울 날씨입니다.

약간의 찬 기운이 돌기는 했지만 초봄날처럼 포근해서 한라산을 향해 가는 걸음마다 신바람이 나있는 등산객들이 발걸음은 빠르기만 합니다. 갈색 낙엽은 등산로에 젖은 채 누워 있습니다.

낙엽···, 무수한 낙엽을 바스락거리며 거닐고 싶습니다. 며칠 쌀쌀한 겨울 날씨로 인해 낙엽들은 바스락거리는 힘조차 없이 조용히 주검의 갈림길에 누운 채 있습니다.

성판악 코스는 참나무 숲으로 이루어진 곳이며 조금의 단조로움은 있으나 경사가 완만해서 그다지 힘든 코스는 아닙니다. 성판악 코스의 매력은 참나무 숲이 우거져 있어 여름이면 무성한 참나무향기로 등반로를 가득 채울 것입니다. 조금의 단조로움을 없애 주기 위해 삼나무 숲길이 중간에 있으며 침목으로 어이 놓은 등반로를 걸어가는 그 느낌은 한라산을 등반한다는 느낌보다는 마치, 가벼운 산책로를 걷는 느낌이라 좋습니다.

 등산로 후미진 곳엔 꽁꽁 언 서리들이 포근한 햇살에 몸을 녹이며 호호 불어 대고 있습니다. 사라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약수 한 병 길어 넣고 다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사라악으로 가는 길은 한참이나 멀게만 느껴졌지만, 아름다운 사라호수를 보는 기대감은 설레기만 했습니다. 사라대피소를 지나 조금 오르자 등산로 가운데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버티고 있습니다. 아~, 여기로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은 마구 뛰기 시작했습니다. 커다란 나무 한 그루 왼쪽으로 소로가 보이는데 언뜻 보아서는 길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스치고 지나칠 수 있습니다.

참나무 숲 사이로 조릿대들이 빼곡히 들어서 조릿대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어디가 길인지 나 있지 않기 때문에 앞서간 이들의 흔적만이 좁다란 길을 내주고 있을 뿐입니다.

좁다란 길 위로 무수히 쌓인 참나무 낙엽···, 낙엽을 밟는 촉감, 낙엽의 향수가 고즈넉하게 풍겨오는 좁다란 오솔길은 사라악으로 가는 매력의 길입니다. 아~ 늦가을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구르몽의 낙엽을 떠올리며 낙엽을 밟고 싶을 것입니다.

시몬,

나무 잎새 저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구르몽은 쓸쓸히 나뭇잎 지는 숲에서 낙엽을 밟으며 낙엽 지는 소리를 들었을 것입니다.

영혼처럼 우는 낙엽에 구르몽의 영혼도 울었을 것입니다. 조릿대 이파리마다 하이얀 눈물이 글썽이며 햇살에 몸을 녹이고 있습니다. 어제의 추위로 꽁꽁 언 마음을 녹이듯이 서로 몸을 비벼대며 어제의 어둠을 녹이며 소리 없이 숨죽이고 있을 뿐입니다. 조릿대 숲길을 조금 오르자 사라악 정상에 섰습니다.

아~~ 사라악! 꿈에도 그리던 사라악은 정말로 아름답습니다. 산정 화구호로는 굉장히 넓은 호수입니다.

야호~~~~~~야호~~~~~~~

소리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호수를 깊은 산속에 꼭꼭 숨겨 놓다니···,

선녀들이 내려와서 놀다 가는 호수인가? 동심으로 돌아가 약간 얼어붙은 호수 위를 거닐기 시작했습니다. 어제처럼 기온이 내려갔으면 하이얀 꽃을 피워내는 눈꽃을 보았으리라!

그리고 스키도 탈 수 있었으리라 아쉬움만 가득 채워졌습니다. 다시 기온이 뚝 내려가면 사라악을 오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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