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9일, 천안함이 침몰한지 사흘째 되는 날이다. 평택 제2함대 사령부에서는 구조 상황에 대한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 있던 날이다.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실종자 가족들은 군의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는 듯 분노 섞인 울음을 터트리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군 관계자들은 실종자 가족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것은 물론 앞뒤로 멱살이 잡히고 내동댕이쳐졌다.

4년 후, 2014년 4월 17일,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다음날이다. 전남 진도읍 실내체육관에서 정홍원 국무총리는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체육관을 찾았지만, 거친 항의에 물세례까지 받고 ‘쫓겨났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단상에 오른 해양경찰청장 또한 마찬가지였다. 가족들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하려 할 때마다 야유와 욕설을 받았다.

두 사고는 닮았다. 국가적 위험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국민이 전적으로 믿고 기대야할 정부가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불신의 가장 큰 원인은 대처다. 천안함과 세월호 사건은 모두 사건 초기 현장 상황 보고가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노출하면서부터 신뢰를 잃었다.

천암함 사건 이후인 2011년 정부가 ‘천안함 백서’를 만들었다. 대형 사고에 따른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이 주요 내용이다.

세월호 침몰 초기에 혼선이 있었다. 정홍원 총리는 19일 진도군청에 마련된 범부처사고대책본부에서 브리핑을 통해 “(그간) 발표에 혼선이 있었던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어제 체계를 확실히 했으며, 앞으로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나흘 만에야 사고 대응 창구가 일원화된 셈이다.

각계각층은 이렇게 미봉책을 내놓는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안전문제에 대한 ‘매뉴얼’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긴급 상황에 대한 매뉴얼이 전혀 없는 것일까. 답은 ‘있다’ ‘매뉴얼은 매우 많다’ 오히려 ‘너무 많아 문제’라는 답까지 돌아왔다. 다만 수많은 매뉴얼은 ‘각 부처 간 상호작용을 통한 신속·정확한 문제해결’이라는 핵심을 짚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상 무용지물이란 것이다.

한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위기대응을 하는 곳은 안행부이지만, 실질적으로 운영되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 지시로 모든 부처를 총괄하는 총리실이 확대·개편돼야 한다. 총리가 이 사건을 지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말처럼 정 총리는 사고 수습의 수장으로 나섰다. 그러나 재난본부시스템의 처음과 끝이라 불리는 ‘정보 관리’는 이미 실패한 뒤였다.

제주도인 경우도 이번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재난에 대비해 방제 시스템과 기존 매뉴얼을 재검토해야 한다. 도민과 제주를 찾는 관광객의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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