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대통령은 26일, 정흥원 국무총리의 사의(辭意)를 60일 만에 반려했다. 총리직 유임을 결정한 것이다.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안대희·문창극’ 두 총리후보 지명자의 연이은 낙마(落馬)로 심한 내상(內傷)을 입은 박대통령으로서는 정총리 유임이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이었을 터이다.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난맥상(亂脈相)으로 국정 공백과 국론 분열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국회 청문회 문화의 저질성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국회가 ‘목소리 큰 쪽이 이긴다‘는 고성불패(高聲不敗)의 난장판임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다.
법을 만드는 입법기관인 국회가 진실을 왜곡하는 악의적 언론의 선동에 편승해 법을 유린하는 탈법기관임을 스스로 선언한 것이기도 하다. 의회 민주주의 위기의 시그널이다.

특히 후보자의 낙마를 외치며 저주의 굿판을 벌였던 야당 의원들, 소신도 지조도 없이 여기에 끌려 다니며 맞장구 쳤던 여당의 중진의원들, 정부인사에 조롱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내는 그들의 독설은 국회청문회를 동물의 왕국 수준으로 끌어 내렸다.

여기서 ‘정치 스나이퍼(저격수)’로 이름 날리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지원의원의 공격은 단연 돋보였다. 사냥 늑대의 이빨처럼 날카로웠다.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불도그 같은 집요함, 등골이 오싹할 정도였다.

박의원은 낙마하기 전인 ‘문창극 후보자’를 겨냥, “낙마를 위해 총력을 경주 하겠다”고 예의 그 날카로운 늑대의 송곳니를 드러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포악한 언어로 맞이 하겠다”는 적의도 숨기지 않았다. 풍화되지 않는 감정의 찌꺼기를 여과 없이 배설한 것이다.
“(청문회가 열리면)부관참시(剖棺斬屍) 하는 기분이 들것”이라고 으스스한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모골(毛骨)이 송연(竦然)’한 겁박이었다.

박의원은 ‘문창극 후보’당시 청문회 위원장이었다. 무릇 위원장은 중립적이어야 한다. 원만한 회의 진행을 위해 조정능력을 발휘하는 자리다. 일반의 생각이 그렇다.
그러기에 청문회도 열리기 전부터 청문 대상자를 여지없이 물어뜯고 부관참시까지 하겠다고 으름장 놓으며 공갈과 협박을 하는 자리는 아닌 것이다.

말의 품격은 찾을 수가 없었다. 늑대의 으르렁거림 뿐 이었다. 막말과 망언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원을 욕되게 할 뿐이다.

그의 거침없는 독설이 청문회 정국을 뜨악하게 할 즈음 “박의원을 총리후보자로 올려놓고 청문회 과정을 거치도록 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농반진반이었지만 심상히 넘길 일도 아니었다.
지나온 삶이 얼마나 깨끗하고 당당했는지 한번 발가벗겨 보자는 심술이 묻어있었다.

‘박지원 국무총리 후보자’
이제 부터는 픽션이다.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그의 총리후보직 수락을 전제로 한 허구다. 그의 안티들이 유포하는 인터넷상의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에 근거하여 상상력을 동원하여 가공한 것이다.
가상 시나리오인 셈이다.

‘박지원 의원(이하 박지원)이 총리 후보자로 지명되자 난리가 났다. 정치권은 맨붕에 빠졌다. 사회일반은 화들짝 놀랐다. 상상을 초월한 의외의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정부 여당 저격수가 그가 비판해 마지않은 정권의 총리후보자라니....
지명배경에 대한 설왕설래는 온갖 사족(蛇足)을 달고 설레발 치고 돌아다녔다.

연정(聯政)의 신호인가. “얼마나 깨끗한지 두고 보자”는 식의 정치저격수에 대한 엿 먹이기인가. 지금의 청문회 수준이라면 예수님이나 공자님이 와도 만신창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존경하는 야당 청문위원 여러분, 여러분이 여러분의 동료를 실컷 물어뜯고 치부까지 까발려보라”는 심술이거나 몽니인가.

물론 정부의 국정 인사를 놓고 장난치는 것은 온당한 일이 아니다. 윷놀이 하듯 함부로 던질 수는 없는 일이다. 대통령의 고민과 깊은 뜻이 어디에 있건 세상은 ‘박지원 총리후보 카드’를 절묘한 히든카드로 보고 있다. 마음껏 입방아 찧고 까블 소재이기 때문이다. 히죽거리며 ‘박지원 카드’를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이 시나리오는 허구이고 웃자고 하는 소리다. 일반의 심리적 카타르시스의 분출이다.

새정치민주연합측의 표정은 벌레 씹은 듯 일그러졌다. 웃는 표정도 아니고 우는 것도 아닌 묘한 표정이었다.
그들의 입맛에 맞는 총리후보를 기대했으면서도 정작 ‘박지원 카드’를 받아들고는 어쩔 줄 몰라 했다.
물어뜯을 다른 후보자를 노렸다가 막상 동료의원이 지명되자 허탈감에 빠진 듯 했다.

새누리당은 회심의 미소다. “네가 했던 만큼 당해보라”는 심보나 다름없다. 타작을 준비하는 선머슴처럼 손바닥에 침을 바르며 벼르고 있는 형국이다.

벌써 일격을 날렸다. 박후보는 김대중 정부당시 불법대북 송금과 뇌물수수 혐의 등 치명적 비리를 저질렀다고 했다.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학력위조 논란과 한빛은행 불법 대출의혹, 박연차 로비의혹 사건 등 줄줄이 의혹으로 한때 공천에서 탈락하기도 했다고 아픈 곳을 헤집었다. ‘비리의 온상’ ‘비리 백화점으로 애당초 공직후보 미 자격자라는 것이다.
사실 박의원은 모모 그룹 등에서 1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을 받고 복역했던 전과 기록도 있다.

언론은 ‘박지원 까발리기’에 더욱 혈안이었다. 2중국적 논란 등으로 인한 정체성 문제에서부터 부친의 친일 전력, 조부와 부친의 공산당 활동의혹에 대한 공개질의 등은 ‘박지원’으로서는 뼈아픈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미국생활에서의 여성편력과 아내 몰래 영화배우출신 모 여인과의 연애행각과 섹스 스캔들 까지 지역신문에 보도됐던 믿을 수 없는 행각은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히기에 충분한 사안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줄줄이 의혹에 박지원은 긍정도 부정도 않고 있다.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대꾸할 가치가 없어서 침묵하는지, 휘말리고 싶지 않아서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의혹이 제기된 사실만으로도 공직후보로서는 이미 자격을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의혹과 부끄러운 과거를 갖고 있는데도‘박지원’은 총리 후보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누구누구처럼 후보직을 스스로 사퇴할 것인가.

이 같은 여당과 언론의 ‘박지원 들춰내기’가  그가 다른 총리후보자를 상대로 벌였던 ‘포악한 언어’로 ‘부관참시 기분 들게’ 당하고 있는 셈이다.
그가 했던 지독한 독설이 부메랑이 되의 그의 목을 죄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픽션은 이렇게 끝을맺는다. 어떤 경우를 상정해도 현실성 없는 ‘박지원 총리후보 시나리오’는 먼저 ‘박지원의 막말청지’나 ‘아니면 말고’식 의혹제기는 결국 자신을 옭아매는 부메랑으로 작용한다는 교훈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정치권 전체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있다.

법정스님은 생전에 늘 ‘말조심’을 당부했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쏟아내는 것은 빚으로 남고 해야 할 말을 하지 않은 것도 부채로 남는다’고 했다. 할 말 아니 할 말을 가리라는 교훈이다.

칼에 베인 상처는 일주일이면 아물고 새살이 돋지만 말로 입은 상처는 평생 아물지 않고 마음을 썩게 한다고 한다. 악한 말에서는 더럽고 역겨운 냄새가 나지만 고운 말은 향기를 뿜는다는  말의 교훈도 있다..

품격 있는 정치언어가 정치의 품격을 높인다. ‘박지원 식의 독살스런 독설’은 정치를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쓰레기 정치로 만들 뿐이다. 그러기에 ‘박지원 식의 정치언어’는 정치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도 박물관 쪽으로 보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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