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붓꽃
붓꽃과 / 여러해살이풀
학명 : Iris rossii Baker
꽃말 : 부끄러움, 세련됨, 존경, 신비한 사랑

오월의 농부에겐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아침 해가 뜨면서 땅거미 지는 저녁 무렵까지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시원한 냉수가 꿀맛이요, 시원한 바람 한 점이 영락없는 천국이다.
이렇게 오월도 막바지에 다다르자 내 머릿속은 복잡해져온다.
사치인 건 알지만 백록담을 봐야 한다는 생각에 잠을 설치고는 지천으로 여기 저기 피어나 한라산의 하늘이 모두 제 것 인냥 자태를 뽐내고 있을 애들이 너무 보고파 무조건 한라산을 향해 뜀박질을 하기 시작했다.
2~5월까지가 봄의 시작을 알리는 봄 들꽃들의 계절이라 여름 들꽃이 피기 전에 봄 들꽃을 담고 싶은 욕심이 앞선다.

아이리스는 그리스어인데 무지개라는 뜻이라 하네요.
붓꽃이란 이름은 꽃봉오리 모습이 마치 붓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라는군요.

산지 풀밭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라며, 군데군데 모여서 꽃이 필 때 잎은 꽃대와 길이가 비슷해집니다.
붓꽃은 꽃이 피지 않을 때도 잎 모양이 난처럼 수려해 관상용으로도 인기가 높답니다.

대부분의 꽃 이름에 “각시”가 붙으면 시집 온 새색시처럼 작고 예쁜 모습을 연상하게 되는데 각시붓꽃은 붓꽃 중에 키가 작고 앙증맞아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나 봐요.

각시붓꽃의 각시는 붓꽃류 중에서 꽃과 잎이 작아서 이르는 말인데 식물의 크기가 작은 데서 유래한 이름이라 하네요. 각시붓꽃에게는 “애기붓꽃”이란 예쁜 이름도 갖고 있네요.

혹시 아세요?
화투에 등장하는 오월 난초라고 하는 것은 각시붓꽃은 아니지만“붓꽃”이라는 사실을~
앞으로는 오월 난초라 부르지 말고 오월 붓꽃이라 부르면 어떨까요?

오월의 한라산은 너무도 사랑스럽다.
숲 터널을 지나면 새파란 하늘, 훤히 보이는 서귀포 시내, 숨 몰아쉬며 힘겹게 오르던 등산객들이 찬사가 쏟아져 나온다.

“내 평생 언제 한라산을 또 오를 수 있냐”며 감격하고 감탄하고 어쩔 줄 몰라 한다.

내가 싱글벙글 각시붓꽃과 눈 마주치며 놀고 있는 모습이 궁금한지 등산객들이 뭐하냐며 곁으로 다가온다.
모두들 각시붓꽃과 눈 맞춤을 하는 순간 사랑에 빠져버렸는지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댄다.
“우와!! 어쩌면 이리 곱게 피었을까?”
“꼭 무슨 난같이 생겼어~”
땀 흘리며 숨차게 올라왔던 오르막길이 한라산 해발 1800고지에 흐드러지게 피어 반갑게 맞아주는 새색시 각시붓꽃의 자태에 넋을 잃어 얼굴 가득 웃음으로 번져나간다.

나 역시 숨차게 올라와 파란 하늘과 아주 가까이에서 여기저기 빼어난 자태를 보란 듯이 자랑하는 각시붓꽃과의 첫 만남은 아직까지도 설레임으로 남아있다.
더 놀고 싶은데 내려가려니 얘들이 자꾸 눈에 밟혀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전설]
황산벌 전투에서 전사한 신라 화랑인 관창에게는 “무용”이라고 하는 정혼자(定婚者)가 있었다고 합니다.

관창이 전쟁에서 전사했음을 알고도 무용은 관창을 지아비로 마음에 담아뒀기에 죽은 관창과 영혼결혼식을 올렸다고 합니다.

관창의 무덤에서 슬픈 나날을 보내다 어느 날 죽음에 이르게 되자 마을 사람들이 관창의 무덤 옆에 무용을 묻어주었다.

이듬 해 무용의 무덤가에선 보랏빛 꽃이 다소곳하게 피어났는데 꽃 모양은 부끄러운 각시의 모습을 닮았고, 함께 피어난 잎은 관창의 칼처럼 생겼다고 해서 “각시붓꽃”이란 이름으로 전해져 내려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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