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과 / 두해살이풀
학명 : Trigonotis peduncularis
꽃말 : 나를 잊지 마세요, 나의 행복

뿌연 황사 먼지와 함께 꽃가루 날리던 날~
잠깐이지만 틈이 나서 들꽃을 만나러 무작정 길을 나섰다.

멀리서 색스폰 소리가 들려와
“무슨 연주회가 열렸나?”
잠시 둘러보기로 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중년의 신사가 연습을 하고 있는지 곁을 지나가도 인기척이 없다.
한쪽에서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아주머니들이 김매느라 재잘거리며 웃고, 떠드는 소리가 영락엾는 제주아줌마다.
땅 밑을 살피며 걷고 있는데 내 눈에 들어오는 작은 들꽃이 봄바람에 살랑거리고 있네요.
계란말이처럼 돌돌 말린 모습이 너무나도 깜찍하고 앙증맞은 이 아이와의 만남이 이루어지던 날~
첫사랑을 만나는 기쁨으로 가슴 설레게 만들어 버리는 이 아이가 “꽃마리”란다.
안녕, 안녕~
너무너무 반가워.

 

넌 내가 좋아하는 연한 하늘색으로 봄옷을 갈아입고 있구나.
가운데 노란빛깔의 도넛이랑 너무 잘 어울려.
근데 온통 하얀 가루를 뒤집어쓰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운 걸~
얼른 비가 내려 너의 뒤집어쓴 먼지를 깨끗하게 씻겨주어야 할 텐데...
햇볕 따스한 날에 널 만나러 다시 올게~

근데 비 온다는 소식이 없단다.

드디어 봄비가 퍼부었던 날~
내 귀염둥이들은 잘 있겠지.

“깨끗하고 청초한 너의 모습을 담아 주리라”생각하니 벌써 입가에는 미소가 번진다.
“헉”
근데 이 귀엽고 앙증맞은 아이들이 안 보인다.
분명 여기가 맞는데..
그 날, 그 제주아줌마들이 이 아이들을 잡초라 생각하고 모두 매어버린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넘 마음이 아파서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엉엉”내가 울고 있었다.

일이 바빠 잠시 이 아이를 잊고 있었는데 아니 웬걸~
풀밭에서 이 아이들이 제 집 마당처럼 햇볕, 바람과 벗하며 신나게 놀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예쁘던지...
쪼그려 앉아서 한참이나 이 아이들이랑 눈 마주치며 시간가는 줄 모르게 놀고 왔네요.
지나고 보니 이 아이는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아이랍니다.
농장 돌담 밑에도 옹기종기 모여앉아 노는 모습을 보니 반가워 신나던 걸요~

봄에 어린 순을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하는 이 아이는 어린잎을 비비면 상큼한 오이냄새가 나는군요.
식물 전체가 털로 덮여 있고, 잎은 달걀모양을 하고 있네요.
꽃줄기가 뻗어 처음 꽃봉오리가 달릴 때는 돌돌 말아져 있다가 밑에서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면 꽃줄기가 위로 향하는 모습이 보여요.

다른 이름으로 꽃말이, 꽃다지라고도 부르고 있네요.
꽃이 필 때 계란말이처럼 돌돌 말려있던 꽃들이 퍼지면서 밑에서부터 한 송이씩 피기 시작한다 하여 “꽃마리”라고 불린다고 하네요.
가운데 노란색은 꽃가루받이를 하기 위해 벌레를 유인하기 위해서라니 대단한 아이죠.
연한 하늘색이 너무 사랑스러워 이 아이들에게 반할 수밖에 없답니다.

너무 작아서 꽃마리의 아름다움을 미처 알지 못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고나면 이 아이에게 반하고 말걸요~
아무데서나 흔하게 보여서인지 잡초라 불릴지 모르지만, 또 너무 작아서 금방 눈에 띄지도 않지만, 이 아이는 보면 볼수록 귀엽고 예쁜 우리 들꽃이랍니다.

콩과 함께 비교해봅니다.

김종태님의 시 한편

꽃마리

도르르 말려있는 꽃봉오리
마음을 닮아 연분홍인데
설레는 가슴 피어보면
아무도 보지 않는 서러움에
하늘을 좇아 파란색이다
서있는 사람들은 결코
만날 수 없는 작은 꽃
그래도 버릴 수 없는
노란 꿈을 부여안고
실바람에도 꽃마리
가로 눕는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