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평생교육지원과 현희정
아침 여덟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 수강생이 먼저 로비에 앉아있다. 이어폰을 꽂은 채 사전을 검색하고 노트에 단어를 써가면서 중얼중얼 몰입한다. 저녁 시간이 되면 강의시작 1시간 전 부터 여든 네 살 어르신이 밤색깔 손가방 속에 중국어 사전, 연습장, 필기도구가 담긴 가방을 들고 중국어 강의실로 들어가 예습, 복습을 한다.

또 다른 강의실에는 양쪽 어깨에 가방을 메고 한글을 배우러 들어오시는 어르신들, 그 외에도 직장에서 퇴근하고 교육을 받으러 오는 수강생들이 많다. 젊은층 보다는 40~60대 어르신들의 교육 열정은 불이 꺼지지 않은 강의실로 가득 채운다.

요즘 내 주변에도 누가 저녁을 먹자고 해도 교육이 있는 날은 약속을 하지 않는다. 언제부터인지 사람들은 개인적인 약속보다는 교육에 투자하는 시간이 늘어난 것 같다. 한번 교육을 받기 시작한 사람들은 일 년 내내 아니 평생 동안 교육을 받으러 이곳저곳 찾아다닌다. 교육장소가 사람과의 소통의 시작이고 생각의 변화를 가져다주는 아지트가 되어버린 셈이다.

마치 아이들이 핸드폰이나 컴퓨터 게임 중독에 빠지듯 100세 시대 살다보니 이젠 누구나가 새로운 배움에 대한 도전이 시작된 것 같다.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사람들이 교육을 꾸준히 찾아다니는 진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교육을 통해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의 동아리를 구성하게 되고 새로운 사람과 만남, 그리고 소통, 배운 것을 나누는 기부 등을 통해 새롭게 변화하는 자신을 보게 되면서 교육의 즐거움이 삶의 행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가을이 성큼 지나가듯 올해 교육프로그램도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일 년 동안 교육과정을 운영하다 보니 꾸준한 반복 학습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걸어가는 사람들 앞에는 새로운 길이 열린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100세까지 살아야 한다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의 교육에 대한 열의가 뜨겁다. 그분들은 단순히 교육에 대한 열의만이 아니라, 교육에 임하는 태도의 변화가 더 감동적이다. 과거 나이 드신 분들은 배우려는 마음보다 가르치려는 경향이 많았다. 남의 말을 들으려하기 보다 당신들의 말을 들어주기를 바랐다. 나이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베풀려는 것보다 받기에만 익숙해졌던 건 아닐까? 그러나 지식과 정보시대에선 차라리 나이 어린 사람들에게 배울 점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고령화시대를 염려하기보다 고령화 시대에 알맞은 사회분위기 변화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제는 특정세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사는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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