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들이 많다. 전직 검찰총장 등 검찰고위직 출신들의 성적 일탈과 관련해서다.
“전직 검찰총장 출신인 골프장 회장이 밤중에 골프장 내 여직원 기숙사를 찾아가 샤워중인 여직원을 불러내 강제로 껴안고 볼에 키스하는 등 성추행을 했다”는 고소 사건을 말함이다.

경기지방 경찰청 성폭력 수사대는 “피해자로부터 관련 내용의 고소장을 접수 받았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고소인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검찰총장에 대한 조사도 예고하고 있다.

물론 당사자는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관련 여직원이 그만둔다고 해서 위로 차 찾아간 것일 뿐 신체접촉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혐의를 부인할수록 논리적 모순의 수렁에 점점 빠져드는 느낌이다.

먼저 “여직원이 그만둔다고 해 위로 차 찾아갔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다.
여직원은 성추행 사건이 있은 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며칠 후 사표를 냈다고 했다.
그렇다면 회장은 사표도 내기 전에 위로 차 찾아간 셈이다. 전후가 헷갈린다.

성추행 사건 이전에 여직원이 “그만 둔다”고 했다고 치자. 그러면 낮에 위로해주면 될 일이다.
‘갑중의 갑’이라 할 수 있는 회장께서 그만두는 최하 말단인 안내 데스크 직원을 위로한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기는 하다.
그것도 한 밤중에 ‘금남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여직원 기숙사를 찾아 샤워중인 여직원을 불러내 위로를 했다는 것은 아무리 앞뒤를 짜 맞추어 봐도 설득력을 얻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면서 회장은 나오면서 여직원에게 5만원을 줬다고 했다. 5만원이 퇴직 위로금인가, 아니면 성추행 댓가인가. 치사하고 비겁한 ‘갑’질이 아닐 수 없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같은 ‘엽기적 위로행위’로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검찰총장 신상이 거의 모든 언론에서 쉬쉬하고 있는 일이다.
검사장 출신인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골프장 캐디(경기진행도우미) 성추행 혐의나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길거리 음란행위 혐의 때는 실명과 사진이 왁자하게 공개된 것과는 천양지차다.

일부 인터넷에서 ‘사법고시 수석합격, DJ정부서 검찰총장을 지냈고 2002년 물러난 뒤 골프장과 관련된 일을 해오고 있다’는 정보가 고작이다.

이를 근거로 한다면 ‘DJ정부시절 검찰총장을 지낸 인물 중에서 골프장 회장 직함을 가진 이는 한 사람 뿐이다.
DJ정부를 뒤흔들었던 권력형 이용호 게이트의 중심 인물이었던 신승남(70) 전 검찰총장 뿐이다.
그는 2001년 5월 26일부터 2002년 1월 15일까지 검찰총장으로 재임했다. 지금은 경기도의 예의 그 골프장 회장으로 있다.

물론 혐의만으로 사실을 특정하여 매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성급한 오류에 빠질 수 있다.
확정 판결 때까지 무죄추정의 원칙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전직 검찰총장은 사회지도층이다. 공인이기도 하다. 물론 공인의 명예도 중요하기는 하다. 그러나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도덕적 의무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 역시 중요하기는 마찬가지다.

도덕적 해이에 빠진 사회지도층이나 공인의 일탈을 일깨워 비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만일 부끄러웠던 혐의가 허위로 밝혀진다면 그만큼 그의 도덕적 위상은 높아질 것이아닌가.
그러기에 사회지도층 인사의 실명공개는 언론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신승남 전 검찰총장의 성추행 혐의에 대한 지나친 실명보호는 언론의 비겁한 몸사리기이고 비슷한 다른 경우와도 형평성에 벗어나는 일이다.

이유야 어디에 있건 신승남 전 검찰총장의 ‘성추행혐의’는 개인과 가족은 물론 검찰을 ‘국민적 조롱의 대상’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부끄러운 기여다.

신 전총장, 박희태 전국회의장,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파도파도 미담만 나왔다던 채동욱 전검찰총장의 혼외자 파문, 김학의전법무차관의 성폭행사건, 현직검사의 피의자 성추행 사건 등 등, 나라 최고의 권력 엘리트 집단 출신들의 성적 일탈은 사직(司直)권력층의 모럴해저드가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를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사회적 시각은 시니컬하다.
“검사 동일체냐 성추행 동일체냐”거나 ‘검찰이 성추행 양성소냐“는 비아냥거림은 일반 인내의 한계영역을 넘어서고 있다.

자성을 뛰어넘어 검찰조직 해체 수준의 뼈를 발라내는 대오각성(大悟覺醒)이 필요한 것이다.
암기형 지식으로 권력의 힘을 키우는 조직에서 인성을 바탕으로 한 지성의 세계를 지향할 일이다.

‘박희태나 신승남’의 경우를 보면서 ‘마초 콤플렉스’나 ‘열등감 콤플렉스’를 이야기 하는 이들도 있다.

‘마초(Macho)이즘’은 남성 우월주의자를 일컫는 심리학 용어다. 지나치게 여성을 비하하거나 공격하는 성 차별주의자, 사실은 그러질 못하면서 병적일 정도로 남성다움에 매달려 여성을 비하하고 공격하는 심리현상이다.

남성적 기질을 지나치게 강조해 남자로 태어난 것이 마치 여자를 지배하기위한 특권이라도 되는 듯 행동하는 병적 증세이거나 남성의 심리적 불안 증세를 말한다.
그것이 여성을 성적 노리개 감으로 여기는 공격으로 나타난다.

‘열등감 콤플렉스’도 마찬가지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둘러는 “열등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열등감의 방어기제로 우월감을 동원한다”고 했다.

성적능력이나 성적 매력을 잃어버린 ‘마초’들이 지나간 권력의 우월감을 동원하여 성적 열등감을 숨기려는 보상행위다.
그것이 성추행 등 공격행위로 나타나는 것이다. 노쇠한 권력과 약화된 남성성에 대한 비뚤어진 심리현상이다.
모순처럼 들리지만 ‘우월적 열등감’이 부끄러움을 모르는 망령된 성적 공격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박희태·신승남’류의 ‘마초 콤플렉스’나 ‘열등감 콤플렉스’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정신과 의사 칼 메닝지는 “인류의 95% 이상이 열등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억제하고 극복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삶의 무게나 평가가 달라질 뿐이다.

고위검찰 출신 몇몇의 외설스러운 일탈이 전체 검찰조직에 구정물을 끼얹고 수많은 선의의 조직원들에게 모닥불처럼 뜨거운 부끄러움을 지핀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고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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