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망하다. 안타깝다. 최근에 연이어 패착으로 작용하고 있는 원희룡도정 인사시스템을 생각하면 그렇다.
김국주제주도감사위원장 예정자에 대한 제주도의회의 ‘임명동의안 부결 처리’는 원희룡 지사의 인사스타일에 치명상을 안겨 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두 차례의 제주시 행정시장 인사 낭패, 각급 도 산하기관장 공모 인사와 관련한 사전 내정설의 현실화, 사실상 도의회의 부적격 의견을 받은 기관장의 임명 강행으로 인한 도의회 반발 등 등 민선 6기 인사에 대한 도민적 실망과 불신이 제어 능력의 한계치를 벗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원지사가 공모과정을 생략하고 작심하여 지명한 도감사위원장 내정자까지 도의회 동의를 얻지 못하고 낙마한 것이다.
원지사에게는 참담한 인사 참사로 기록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서 원도정의 인사시스템과 인사 스타일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어떤 조직에 있어서든 인사 시스템은 조직안정과 발전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조직이 지향하는 목표를 달성한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업무를 효율적으로 경영하기위한 바탕이 인사시스템인 것이다.

제주도 역시 마찬가지다. 민선 6기가 지향하는 ‘더 큰 제주, 새로운 성장으로 세계의 중심이 되는 제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이에 합당한 인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다.

그렇다면 행정시장을 비롯해 일괄 사표를 받고 전면 교체작업에 들어간 6대 기관장에 대한 인사도 이렇게 구축된 인사시스템의 프로세스에 따라 책임감 있게 진행되어야 마땅한 일인 것이다.

각각의 조직 기능에 맞는 전문성과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는 것은 인사시스템의 기본에 속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인사권자나 인사조직의 책임이고 감당해야 할 일이다.

사정이 그러한데도 원도정의 인사시스템은 작동되지 않았다.
이미지 관리용 포퓰리즘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공모제와 제도나 기준에도 없는 인사 청문을 실시함으로써 도지사의 인사권만 웃겨 버렸다.

권력지향형의 영악한 기회주의자들이 ‘아니면 말고’식 재수보기 들러리만 양산해버린 꼴이다.
이미 예정자가 낙점되었는데도 혹시나 요행을 바라는 심정으로 배팅하는 희극적 상황이 연출됐던 것이다.
인사 공모제가 코드 인사를 위한 들러리로 변질되거나 악용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도의 인사권은 도지사의 고유권한이다. 그러나 그것은 도민으로부터 위임받은 한시적 권한일 뿐이다.
시쳇말로 ‘조자룡 헌칼 쓰듯’ 아무렇게나 휘둘러도 좋은 독선적이고 독단적인 무한 권력이 아닌 것이다.

그러기에 인사권은 도지사에게 있지만 도민을 대표하는 도의회 검증작업의 필요성은 얼마든지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를 이해하는 쪽이라면 도지사의 고유 인사권과 도의회의 검증 기능은 양면의 칼날이거나 동전의 양면처럼 대립적 충돌관계가 아니고 상호 보완관계로 운영될 수도 있을 것이다.
투쟁적 갈등관계가 아니고 경쟁적 보완관계로 발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긍정한다면 지금까지 공모 절차와 인사위원회 심사와 추천, 도지사의 낙점, 도의회 청문과정을 거치는 기관장 인사프로세스는 비판 받을 일만은 아니다.
되레 참신하고 투명한 개혁적 인사시스템으로 환영받을 일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기관장 인사에 대해 도민들이 불신하고 실망하고 있다. 왜 그런가. 인사 시스템 운영의 겉과 속이 다르기 때문이다.

공모(公募)절차는 공모(共謀)로 변질되고 눈가림용 요식행위에 불과 했다.
이미 내정자를 낙점해 놓고도 공모절차의 시늉만 했던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도감사위원장 내정자 지명에서는 도의 사전 검증이라는 인사시스템이 전혀 작동되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사고 있다.

내정자의 전문성은 물론 능력이나 책임감, 인격, 도덕성 등에 대한 검증 작업을 소홀히 했거나 아예 무시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정자에 대한 하자나 흠결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도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심각한 구멍이 뚫린 것이고 알고도 청문절차를 진행했다면 도민과 도의회를 우롱한 독선적 인사시스템 운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세간에 떠돌아다니는 말대로 원지사가 단지 서울대 출신이라는 ‘엘리트 프레임’에 갇혀 앞뒤 감당 없이 내정자를 지명했다면 참신성과 개혁성을 무기로 하는 원지사의 이미지에 흠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 고전에 ‘의인불용(疑人不用) 용인불의(用人不疑)’ 라는 말이 있다. 인사문제와 관련해 가끔 인용되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다.
‘미덥지 않으면 쓰지를 말고 일단 썼다면 믿어라“는 말이다. 사람을 씀에 있어 미더운지 아닌지를 철저히 분별해야 한다는 교훈이나 다름없다.

인사 내정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작업의 필요성과 일맥상통하는 말일 수도 있다.
그동안 불신을 안겨준 원도정의 인사시스템에 보내고 싶은 말이다. 정상적인 인사시스템이 작동되기를 주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야 그동안의 인사 실패에서 비롯됐던 도정 불신과 실망에서 벗어날 수 있을 터이다. 원도정 앞날이 걱정되어서 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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