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빙기의 두 얼굴

 

제주소방서 119구조대 소방장 김현진

 

입춘이 지난지도 한참이 되어 이제 곧 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다. 아직 완연한 봄이 오진 않았지만 차가운 바람은 점점 그 자취를 감추고, 유채꽃들은 머지않아 만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두터운 점퍼보다는 코트나 가벼운 외투를 걸친 사람들이 햇살을 좇아 이곳저곳 나들이를 간다. 성큼성큼 걷는 봄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추웠던 겨울이 어느덧 끝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엊그제 출동했던 한라산에는 아직 겨울과 봄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군데군데 있는 눈과 얼음은 봄과 공존하는 겨울을 나타내는 듯 새로 피는 꽃들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봄과 겨울 사이, 해빙기에 있는 제주. 조심하고 염려해야할 것은 무얼까.

해빙기란 말 그대로 얼음이 녹는 시기다. 2월 하순부터 4월 초순까지 겨우내 쌓인 눈과 얼음이 천천히 녹는다. 하지만 녹기만 하지는 않는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밤에는 지표면 사이에 있던 물이 다시 얼어붙어 토양이 팽창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지반은 점점 약해진다.

해빙기 가장 조심해야할 것은 단연 실족사고이다. 수분은 가득 머금은 지반 곳곳에는 진창이 생기고 별다른 주의 없이 산행에 나선 이들은 삐끗하기 십상이다. 또 따뜻한 날씨 속에 얼음이 깨지면서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 올라서기 전에 두드려봐야 할 것은 돌다리뿐만이 아니다.

지반약화로 인해 낙석사고도 잦다. 겨우내 바위를 붙잡고 있던 얼음과 흙이 녹으면서 산악지역에서는 바위가 떨어지는 일이 생긴다. 뿐만 아니라 공사현장 부근 지반의 침하로 축대와 옹벽, 노후 건물의 균열이 일어날 수 있다. 가설 건축물의 경우 더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다.

해빙기는 두 가지 모습을 갖는다.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는 건강한 시기인 동시에 많은 위험들이 곳곳에 산재해있는 시기인 것이다. 아주 작은 주의와 노력이면 충분하다. 부디 안전사고 없는 해빙기의 제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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