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나리아재비과 / 여러해살이풀

◆ 학명 : Hepatica insularis

◆ 꽃말 : 믿음, 인내

어둡고 차가웠던 숲 속은 꽃샘추위와 차가운 봄비를 기다렸다는 듯이 흠뻑 적시고 새순이 돋아 나오길 손꼽아 기다립니다.

앙상한 나무 그늘 아래엔 밤하늘 은하수(변산바람꽃)는 땅 위로 내려와 차가운 바닥을 하얗게 수를 놓고, 황금접시(세복수초)는 햇살 아래 황금물결로 출렁입니다.

그 틈을 비집고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펴는 보송보송 솜털을 달고 올라 오는 새끼노루귀의 귀엽고 앙증스런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기다리는 꽃샘추위와 차가운 봄비는 친구가 되고 푹신한 나뭇잎을 이불 삼아 두터운 털옷을 미리 준비한 기특한 아이입니다.

눈과 얼음을 뚫고 나오는 풀이라는 뜻에서 파설초(破雪草)라 불리기도 하는 새끼노루귀는 하얗고 길다란 털옷을 입고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밉니다.

꽃잎처럼 보이는 하얀 꽃받침은 6~11개이고, 꽃잎은 퇴화해 사라져 버리고 3개의 포에는 털이 많이 보입니다.

잎 뒷면은 꽃자루처럼 솜털이 많이 달리고 뒤로 말려서 나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전체 모습이 보송보송한 긴 털로 덮인 잎이 새끼 노루의 귀를 닮아서 '새끼노루귀'란 귀여운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네요.

여러개의 꽃받침은 겹을 이루는 것도 보이고 많은 수의 암술과 수술이 돋보입니다.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아이들은 꽃가루받이를 하기 위한 전략으로 꽃받침이 꽃잎으로 화사하게 진화해 버렸나 봅니다.

새끼노루귀도 변산바람꽃처럼 숲속의 나무들이 잎을 만들기 전에 꽃가루받이를 끝내야 하는 부지런함과 인내를 보여줘야 하는군요.

이 아이도 따뜻한 봄햇살 아래 봄꽃들과 경쟁하며 벌과 나비를 불러 모으기 보다는 꽃샘추위와 맞서며 서둘러 꽃을 피워 아름답고 눈에 띄는 털옷을 입고 심부름꾼들을 유인하는 전략을 세우기로 했나 봅니다.

잎은 뿌리에서 3~6개가 모여 나는데, 3갈래로 갈라진 삼각형 모양의 갈래조각은 끝이 뾰족하고 양면에 털이 많고 앞면에 무늬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다 자란 후에는 얼룩진 흰무늬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꽃자루 끝에는 꽃이 하나씩 달리고, 꽃을 피우기 시작하면 잎은 세갈래로 뚜렷이 갈라진 모습이 보입니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미나리아재비과의 삼형제 노루귀는 노루귀, 새끼노루귀, 섬노루귀가 있는데 우리 제주에서 볼 수 있는 아이는 '새끼노루귀'입니다.

새끼노루귀는 꽃과 잎이 같이 피고 잎 표면에 흰 무늬가 있는 것으로 구별이 됩니다.

숲 속에는 허리를 구부려야만이 눈 마주칠 수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힘겹게 살아가는지 모른 채 무심코 지나가는 등산화에 밟히는 아이들이 종종 보입니다.

아마 나도 이 아이들을 밟고 지나 왔을지도 모르겠네요.

남들보다 일찍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펴는 하얀 솜털옷을 입은 아이는 오늘도 제주의 거센 바람을 이겨내며 S라인의 요염한 자태로 꽃가루받이를 위한 심부름꾼들을 열심히 끌어 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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