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암 현중화 선생(1907∼1997)을 기리기 위한 추모전이 열리고 있다.
 
제주소묵회(회장 김순택) 주최로 3일부터 7일까지 제주도문예회관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제6주기 소암 현중화 선생 추모전'에는 소묵회 회원 28명의 30점과 유명서예인 26명의 38점 등 작품 6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추모전에는 김태혁 교육감과 현계호 선생이 소장한 소암 선생의 휘호 '화담 서경덕의 시'와 '매월당 김시습의 시' 등 소암 선생의 병풍작품 3점과 선생의 유묵을 목각으로 출품한 제주서각회 회원들의 서각 작품 20여점도 감상할 수 있다.

소암 선생의 서법을 연마하고 전수하기 위해 1973년 창립된 제주소묵회는 1997년 소암 선생이 타계한 이후 해마다 추모전을 갖고 고인의 묵향을 기려왔다.

제주소묵회는 올해 타계 6주기를 맞아 '소암선생서 해행초 천자문(素菴先生書 楷行草 千字文)' 한질(3권)을 발간, 전시기간 한질 당 3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한편 제주소묵회는 3일 오후 6시 문예회관 전시실에서 소암 선생 추모식도 가졌다.

이 날 추모식에서 좌혜정씨가 추도사를 했다.

<다음은 추도사>

선생님 사랑합니다

- 소암선생 6주기에-
                                                                                                                                        

좌혜정(제주소묵회 회원)

소암 사부님이시어! 세월이 물같사와 선생님께서 선화하신 지 어언 여섯 해가 지나고 있습니다.
흰구름이 흐르고 나무와 꽃향기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을 무척이나 사랑하시던 師父님. 어느 해 가을 들길을 가시다가 들국화가 피어 있는 것을 바라보시며 기꺼운 표정으로 사념에 잠기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조범산방에서 白雲을 보시며 '내 보습과 닮았구나' 하시며 당신을 뜬 구름에 비유하시던 선생님! 세상살이 이치를 孤高한 심경으로 살피시며 속된 부귀영화를 찾지 않으시고 우리에게 삶의 표본을 보이시던 선생님! 오직 필묵을 곁에 두고 서법의 묘미를 탐구함에 항상 정진하시던 선생님! 우리들의 영원한 스승이시어!
 여섯 해 전에 선생님의 육신은 땅에 묻히셨으나, 가르침의 말씀은 꽃향기처럼 지금도 우리의 가슴 속에 남아있습니다. 저희들을 가르쳐 이끄시던 훈계의 말씀에 감사함을 느끼며 늘 拳拳服應(권권복응)하고자 하나이다. 그때 눈물을 흘리며 슬퍼한 것은 육신의 이별을 애달파함이었습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성심껏 받들지 못한 회한의 아픔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눈물을 닦고, 사부님의 근본적인 가르침에 맞추어 서예의 이상과 예술의 정신을 일깨우는 데 힘써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오직 한 길, 서예를 길로 삼아 올곧은 삶의 여정을 걸어가신 선생님을 다시 찾아야 할 때인가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우리들에게 서성 왕희지를 알게 하셨고, 溫故而知新(온고이지신)을 통하여 지고한 진리의 세계에 들어가는 길을 보이셨습니다. 서예의 기본 원리를 익히며 서법을 찾고, 서법을 따라 연구하는 것이 서예 공부라며 서법의 뿌리인 육조체를 깨우치려 하셨습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 가셨고 우리들에게 보이신 그 길을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몰랐습니다. 바라보면 더욱 더 높아지고 파고들면 더욱 더 단단해지는 경지인 것을 이제야 겨우 감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투정이나 하고 망연하여 넋을 잃고 있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새롭게 의지를 다짐하며 첫걸음을 디디는 심정으로, 이제까지 걸어왔고 앞으로도 걸어갈 길을 가야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사부님! 생전에 하시던 말씀을 유언처럼 다시 한번 상기시켜 보렵니다.
"각자가 자기만 살려고 하지 말라. 소묵회를 살리는 길이 나를 살리는 길이며, 제주도를 살리는 것이 우리나라를 위하는 길이다. 그러니 나를 넘어서 소묵회를 제주도를 우리나라를 위하는 길로 가자 하는 정신으로 공부하라."
이렇게 후학들을 지도하시며 나와 너 나아가 우리 모두가 잘되는 길로 인도하시고자 하셨던 사부님의 뜻을 우리는 잊지 않고 이어가고자 다짐합니다.
이제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자리하고 계신 사부님! 우리가 더욱 용기를 잃지 않고 정진할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시기를 기도 드리면서 이만 추모사에 가름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소암 사부님 영전에 삼가 사랑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부님! 사랑합니다.

이천삼년 십이월 삼일 선생님 서거일에 문하 좌혜정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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