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국내 1호 투자개방형 외국인병원(이하 영리병원)이 들어설 예정인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사업 지구 내에 의료시설 건축허가를 승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영리병원 반대 단체들은 현재 정부가 외국영리병원 사업계획 승인 여부를 심의 중인 가운데 사실상 영리병원으로 사용될 의료시설에 대한 건축 허가가 먼저 이뤄진 것은 영리병원 허용을 위한 ‘수순 밟기’라며 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0일 제주도에 따르면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내 의료시설에 대한 건축허가 신청을 지난달 30일 승인했다. 의료시설은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1만 8,200㎡ 규모로 46개 병실을 비롯해 검진센터, 피부과, 성형외과, 피트니스, 스파, 문화시설 등이 들어선다.

제주도는 해당 의료시설에 대한 건축허가는 보건복지부가 진행 중인 외국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 승인 여부와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헬스케어타운 내 의료시설은 이번에 건축허가가 이뤄진 게 유일해 사실상 영리병원 용도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영리병원 반대 단체들은 이번 건축허가가 정부와 도, 사업자간 사전 교감의 결과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복지부의 영리병원 사업계획 승인 외에도 도의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서둘러 영리병원건물에 대한 건축허가를 내준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제주도가 그동안 외국영리병원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절차대로 행정절차를 이행하겠다는 방침인데다, 박 대통령이 지난 6일 대국민 담화에서 "경제 살리기에 꼭 필요한 법"이라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 3개를 지목하는 등 정부와 도 모두 영리병원 허용에 무게를 싣고 있어 국내 1호 영리병원 탄생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지난 8일 제주에서 열린 강연에서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 4단계 제도개선 당시 제가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맡았는데 그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의료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영리병원을 꼭 해야 한다고 했다"며 "하지만 영리의료법인을 포함하면 특별법이 통과할 수 없었기에 대통령의 지시에도 차기 개정안에 영리의료법인을 포함시키기로 하고 4단계 제도개선을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당시 야당 국회의원 3명의 동의를 받고 통과시켰는데 5단계 제도개선에도 영리의료법인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지금까지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무슨 이유로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것인지 모르겠는데 굉장히 잘못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영리병원을 하게 되면 제주도가 훨씬 더 발전할 수 있다"며 "정치권에서 반대하는데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료민영화 저지 및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 관계자는 “시민사회단체 여론조사는 물론 제주도의회 여론조사에서도 제주도민들이 영리병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건축허가를 내준 것은 도민의 뜻을 역행하는 것”이라며 “도민과 공감대 형성 이후 추진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원희룡 지사는 더 이상 공공의료를 포기한 ‘제2의 홍준표’가 되지 말기를 마지막으로 당부한다”며 “도민들의 영리병원 반대 의사를 확인한 만큼 더 큰 제주를 위해 스스로 영리병원 사업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입장은 이렇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조속한 통과를 요구했던 이른바 '경제 활성화 3법(法)'의 처리 불가 방침을 공식화했다.

새정치연합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김성주 의원은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특정 사업자들을 위한 특혜성 입법이고 가짜 경제 살리기 법안"이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김 의원은 서비스산업발전법에 대해선 "보건 의료 분야를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면 바로 통과될 수 있다"고 했고,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은 "영리 병원화 수순을 밟는 것이어서 안 된다"고 했다. 관광진흥법에 대해선 "특정 재벌에 혜택을 주는 법"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야당은 관광진흥법이 서울 경복궁 옆에 대한항공이 건축을 추진 중인 특급 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해주려는 법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동안 새누리당은 "공공 의료 부문은 서비스산업발전법에서 제외하자"며 타협안을 내놨고, "대한항공이 호텔 건축을 이미 포기했는데 재벌 특혜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해 왔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도 '경제 3법'의 8월 국회 처리를 수차례 요구했지만 야당의 공식 거부 방침에 따라 관련 법안 처리가 더욱 힘들어졌다.

‘진퇴양난’의 기로에 서있는 국내 영리병원, 왜 박근혜 대통령은 계속 미련을 갖고 있을까?

지난해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제주헬스케어타운 개발에 뛰어든 중국 녹지그룹 회장 장위량(张玉良) 등 중국 기업가 대표 5명을 면담했다.

면담에서 장 회장은 녹지그룹이 총사업비 9억 달러 규모로 진행 중인 제주헬스케어타운 개발 현황을 보고했고, 박 대통령은 녹지그룹의 투자에 대해 치하와 격려를 했다.

녹지그룹의 제주 투자는 2011년 이후 상하이시위원회, 상하이시정부의 국가자본 및 국가기업에 대한 개혁과 '走出去'(해외로 나가 투자 하라)라는 전략 지침에 호응한 결정이었다.

이런 지침에 의해 한중 관광산업계의 첫 번째 협력프로젝트로 제주헬스케어타운에 9억 달러의 프로젝트 추진을 결정했다.

이런 박 대통령과 녹지그룹과의 관계 속에는 중국 시진핑 주석이 있다.

지난해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한국에 대한 투자 의지를 가진 중국기업들이 대거 몰려왔다.

중국기업대표단으로 구성된 이들은 한국 기업과 `70억 5000만 달러+알파' 규모의 MOU를 체결하고 돌아갔다.

박 대통령과 녹지그룹, 그리고 시진핑 주석과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

먼저 상하이 출신인 중국 시진핑 주석과 상하이시정부의 투자기관 녹지그룹과는 관계다.

들리는 얘기로는 상당 부분 밀접하게 관계돼 있다고 한다.

향후 녹지그룹이 한국의 상암지역, 용산재개발, 인천송도 등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것도 시진핑 주석의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정황으로 중국 녹지그룹이 한국에 투자하는 사업은 투자가의 유리한 입장에서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엔 녹지그룹이 제주 서귀포시 제주헬스케어타운에 외국영리병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논란 속에 박 대통령과 정부가 밀어붙이는 국내 1호 영리병원 추진, 이 사이에 어정쩡한 원희룡 지사와 제주도의 입장이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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