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6월 어려운 사정에도 불구하고 저가 항공사 사상 처음으로 국제선 면허를 취득해 취항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제주항공이 최근 도민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제주항공은 통 큰 여장부로 재계에 널리 알려진 장영신 회장의 애경그룹 계열사로 제주와의 남다른 관계로 설립된 항공사다. 애경그룹 창업주이자 현 장영신 회장의 남편인 고 채몽인씨는 이재수난 당시 대정읍 군수였던 채구석 군수의 5남으로 제주와 인연을 두고 있다.

제주항공의 경영은 애경그룹의 최대주주이면서 사실상 오너인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다.

채형석 부회장은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의 장남으로 지난 2006년 11월 그룹 총괄부회장겸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뒤 그룹 경영 전반을 맡아 오고 있다.

최근 제주도의 협조와 인연으로 출범한 제주항공이 코스피 상장을 위해 상호 변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도와 마찰을 빚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제주항공'이라는 상호를 '㈜AK제주항공'으로 변경 추진한다고 밝혔다. 애경그룹 주력 계열사임을 인식시키기 위해 오는 9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상호 변경을 추진하겠는 설명이 따랐다.

이어 제주항공은 지난 18일 임원 2명을 제주도 관계부서에 보내 상장 일정과 함께 상호 변경 문제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제주도는 지역항공사로 출범한 제주항공이 지역과 상생하기 위해서는 상호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제주도 김남근 교통제도개선추진단장은 "도민 정서를 고려해 제주항공이 초심으로 돌아가 상호를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법원에 상호 변경 금지 가처분 신청이 가능할지와 '(주)제주에어 사업추진 및 운영에 관한 협약서' 규정대로 손해배상이 가능할지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양측이 쟁점은 협약서 내용이다.

‘제주항공은 제주도와 협의해 상호·상표를 결정해야 한다’라고 명기된 내용의 '협의'에 대해 제주도가 '합의' 또는 '승인'의 개념으로 보는 반면 제주항공 측은 '특정 사안에 대해 의견을 구하고 적극 반영한다'는 뜻으로 축소 해석해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창립 10주년을 맞는 제주항공이 자사 이익을 위해 제주도민의 정서를 무시하면서 까지 상호를 고집하는 이유는 회사 지분 비율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지분이 당초 25%였으나 증자 과정에서 4.5%대로 떨어져 버려 제주도의 영향력이 크게 약화됐다.

향후 이 문제를 두고 양측이 협상을 하드래도 상호변경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한 법적으로 가드래도 결코 제주도가 유리하지 못하다.

(주)AK제주항공으로 밀고 가는 애경그룹의 생리, 주식회사 제주항공의 논리에 도민들은 그저 씁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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