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농촌지도사 문선희

메밀로 묵을 쑬 때는 우리 집 제삿날이었다. 두부보다는 메밀묵으로 준비해야 훨씬 경제적이라 계산이 되었는지 두부적 대신 묵으로 대신하기 까지 했다. 이른 새벽에 미리 준비해두는 음식으로 밑이 눋지 않게 오래 잘 저어야 된다고 뒤에서 계속 말씀하시는 어머니의 소리와 함께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묵을 저어야 되어 더 힘들었다.

이렇게 나의 어린 추억에 같이 있던 메밀을 지난 주말 강원도 봉평에서 만났다. 축제장을 가는 길은 해바라기, 고추, 수수, 잡초가 같이 자란 메밀밭들로 정겨웠다. 봉평의 메밀이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오는 허생원과 성처녀의 절절한 사랑을 말하는 것이라면 제주의 메밀은 어떤 것일까? 나에게 제주메밀은 어머니의 넉넉한 베풂이다. 몸국에 갖은 양념 후 마지막을 메밀가루가 제 맛을 내고, 아기 낳은 딸에게 고깃국을 해 주지 못해도 메밀조베기는 들고 갔던 어머니의 넉넉하고 애틋한 마음이 제주도 메밀이다. 어머니가 해 주신 메밀음식은 봉평에서 먹은 것 보다 훨씬 딱딱했지만 구수한 맛으로 기억한다. 제주의 자갈땅에서 보리를 수확하고 쉽게 할 수 있는 작물이 메밀이었는지 메밀은 시골에서 제사나 명절 음식에서 빠지지 않았던 식재료였다. 강원도에서 더 많이 생산될 것이라 생각하기 쉬운 메밀 생산량은 우리 제주도에서 전국의 26%를 차지하고 강원도가 11.9%이다. 재배면적도 전국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 많이 생산하고 기억에서 잊지 못할 메밀에서 제주를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농업기술원에서는 메밀을 가지고 다양한 음식을 개발하고 상품화해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하여 오는 탐라문화제 기간 동안 메밀 음식전시회도 계획하고 있다. 어릴 적 먹었던 메밀 100%를 사용해야만 메밀음식이 되는 건 아니다. 소비시장에서 지속적인 상품이 되고 소비 활성화가 되려면 건강 기능성, 어우러진 맛, 모양, 가격 등 여러 요인들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메밀을 생산하는 농업인 중심으로 여러 가지 상품을 만들고 6차 산업으로 새로운 시장을 이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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