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소리 없는 군대(China's silent army)'. 두 명의 스페인 기자가 2013년에 출간한 책이다.

후안 파블로 카르데날(Juan pablo cardenal)과 에리베르토 아라우주(Heriberto araujo)기자가 2년간 세계 25개 나라에 살고 있는 500여명의 중국인들을 만나 직접 취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 중국인들을 ‘소리 없는 군대’라 했다. 세계각지에 퍼져있는 중국인들은 가는 곳마다 현지의 인구 구조를 바꿔놓고 있을 뿐 아니라 거액의 투자로 ‘신식민주의자’의 이미지를 심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국 등 서방 중심의 세계질서를 중국 중심의 ‘베이징 스타일로 리 모델링 하고 있다’는 분석은 이미 오래전 이야기다.

그 소리가 남의 일로만 들렸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부동산 식민지’ 운운도 지나친 걱정이라 외면했었다.

최근 중국자본에 의한 제주의 부동산 광풍을 피부로 느끼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중국인들의 제주도 땅 매입현황을 접하고서야 말장난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이다.

지난주 이창호 국회 입법 조사관이 낸 보고서를 보고서다. 중국자본에 의한 거침없는 제주부동산 매입현황을 보고 ‘제주부동산 식민지’라는 말이 결코 엄살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지난 2011년 말 기준, 외국인 소유 제주도내 토지는 951만6000평방m였다.

2014말에는 1662만7000평방m였다. 3년 사이에 711만평방m가 증가했다.

이 기간 중 중국인 소유 제주도 땅은 142만 평방m에서 834만평방m로 늘어났다. 3년 사이 487.4%가 급증했다.

중국인들의 제주부동산 잠식은 군대식 용어를 차용하자면 그야말로 ‘융단폭격 수준’이었다.

닥치는 대로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거대한 포식동물의 왕성한 식욕을 연상케 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중국인들의 제주부동산 매입행태가 제주부동산 시장에 광풍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부르는 것이 값이라 했다. 흥정을 하고 가격을 놓고 밀고 당기는 ‘밀당 거래’의 시장 속성은 사라져 버렸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는가. 많은 관측이 ‘제주 부동산투자 이민제’가 멍석을 깔아줬다고 했다.

부동산 투자 이민제는 2010년 2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외국인이 미화 50만 달러 또는 한화 5억원 이상을 투자하면 국내거주 자격을 주고 이후 5년이 지나면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중국인 입장에서 투자 이민제는 달콤한 유혹의 손짓이었다. 제주는 국제자유도시다. 비자 없이도 드나들 수 있다.

이런 지역에서 영주권을 확보 할 수 있다는 것은 비자 없이도 여러 나라를 다닐 수 있는 인센티브를 확보하는 것이기도 하다.

거기에다 제주는 매력의 땅이다. 청정지역인데다 오목조목 풍광이 빼어나다.

중국과의 거리도 가깝다. 그들이 눈독을 들일만 한 곳이다.

그런 뜻에서 중국인들의 ‘제주 땅 욕심’은 그들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투자가치로도 욕심을 낼만 하다.

그러나 제주도 당국이나 제주도민 입장에서는 ‘제주 부동산 투자 이민제’가 마냥 기꺼운 일만은 아니다. 닭갈비처럼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별로 일 뿐이다.

그런데다가 갖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투자 이민제가 중국자본에 의해 부동산 식민지의 길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스런 비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뒷감당 없이 외자유치만을 노린 부동산 투자 이민제가 제주도 땅이 감당 못할 정도로 중국인 손으로 넘어갔을 때를 생각하면 그렇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한 역기능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건물이나 상권 임대료 상승에 따른 영세 상인이나 서민들의 고통은 지역 경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악재다. 사회적 갈등 요인이기도 하다.

제주지역 생태나 자연·인문환경 가치 훼손 등도 중국 자본에 의한 제주부동산 잠식의 역기능이다.

벌써부터 중국자본이 운영하는 시설이나 업체의 현지인 고용외면 등 지역주민과의 갈등도 표출되고 있다.

제주여행업계의 기능이 이미 중국 자본에 조종당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부동산 투자 이민제의 역기능과 부작용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제도 폐지나 개선 방안 등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홍콩의 경우다. 경기부양 목적으로 이 제도를 시행하다가 부동산 경기 과열 등 부작용이 일자 지난 2010년 10월 이를 전면 중단했다.

제주도 당국이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일이다.

중국의 ‘소리 없는 군대’가 제주 땅을 점령하고 그들의 영향력 아래 제주경제가 좌지우지 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제주 부동산 투자 이민제가 중국자본에 의한 ‘부동산 식민지 제도’로 변질되지 말아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제주부동산 시장의 이상 과열현상에 대한 당국의 생존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이에대한 극약처방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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