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만에 제주에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로 제주를 찾은 관광객 9만여명이 3일 동안 발이 묶이는 사상 유래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앞으로 제2공항이 추진될 성산읍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성산읍 제2공항 반대위원회’에서 성명을 내고 이번 1.23 항공대란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반대위원회는 먼저 지난 3일 동안 공항에서 고초를 겪은 관광객들에게 제주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리고 제주도정의 무능이 있었지만 제주도민의 따뜻한 온정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성명서에는 이번 제주공항 사태에 제대로 관리 및 재난 대응도 못하면서 어떻게 제2공항을 운영할지에 대한 물음과 이번 사태를 대응하는 제주도정의 행태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성명서 전문]

2016년 1월 7일 국토교통부와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주민이 아닌 기자를 상대로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설명회를 가졌다. 여기서 우리 위원회가 제기한 '하도철새도래지'와 맞물린 공역에서 비행기와 새가 충돌하는 이른바 '버드 스트라이크'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제기에 대해서 용역책임자 김병종교수는 "버드 스트라이크를 예방해야겠지만, 항공안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틀 후 9일 오전 김포발 제주행 진에어 여객기가 이륙 직후 엔진에 새가 빨려 들어가는 버드스트라이크가 발생하여 비행기가 회항했다.

1월 22일 국토부, 한국개발연구원(KDI), 제주도청 공항확충지원본부 관계자은 제주공항 대회의실에서 ‘제2공항 건설 예비타당성 조사’와 관련한 비밀 간담회를 진행한 지 하루 뒤에 제주공항은 마비가 되어 버렸다. 국내외 관광객 9만명이 발이 묶여 버렸고, 2000여명이 공항에서 쪽잠을 자야했다. 주말인 토요일 밤에 공항에 있던 국내외 관광객들은 암흑과 같은 하루를 보내야 했다. 종이 박스를 주으러 다녀야 했고, 먹을 것이 없어 굶어야 했다.

그 때 제주도는 무엇을 했으며, 제주도를 이끄는 수장인 도지사는 무엇을 했습니까? 폭설이 예보된 그 날, 원희룡 제주지사는 재일본제주도민협회 신년인사회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이날 원희룡 도지사는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가 비행기 출항이 취소되자 일본 출장을 취소하고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긴급 방문, 폭설대비상황 보고를 받고, 폭설과 한파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그리고 어제와 오늘 제주도정은 이번 항공대란과 관련하여 제주도와 원 지사에 대한 원성이 잦아지자 많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제주공항 난리통에 공항에 얼굴을 보이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도청서 컨트롤타워 역할 충실했다면서 한국공항공사와 제주공항 24시간 개방 문제, 관광객들에게 빵과 음료를 제공하는 문제 등을 협의하느라 (공항 방문이)여의치 않았다"고 해명하면서 국토부 소속 한국공항공사에 책임을 떠 넘겼다.

제주공항 수천명 노숙에 대해 일부 저가 항공사 때문이라고 항변하면서 “저가 항공사에서 공항에서 밤샘 대기한 선착순으로 대기 순번을 주는 행태가 있다 보니 며칠 동안 공항에서 밤을 새는 승객이 많았다. 이 부분이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통탄하는 부분"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내며, 저가 항공사에 대한 시스템을 고치겠다고 말했다.

재난 관련 매뉴얼에 대해서는 “태풍 때의 시스템은 저희들이 이미 매뉴얼도 돼있고 시스템이 돼있습니다. 근데 그런 경우에는 한 500명 정도를 예상해서 시스템을 잡았는데, 이번에는 하루에 4만 명 이상이 묶여버렸기 때문에 숙소도 저희들이 연결하는데 너무 턱없이 부족했다”고 하면서 재난대응매뉴얼을 고치겠다고 말했다.

하나씩 들여다 보겠다.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제주도만이 아니라 한국공항공사는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는 1월 7~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문제가 된 수하물 처리시스템을 비롯해 최근 북한 도발 및 설 연휴 성수기 대비, 안전관리 전 분야에 대해 집중점검을 실시했으며, 이번 특별점검은 활주로, 항행안전시설·장비점검, 수하물 처리시스템, 공사현장 관리, 여객터미널 등 시설뿐만 아니라 안전조직체계와 구조소방 관리체계, 재난대응매뉴얼 활용 등 운영 시스템까지 이뤄졌다고 언론사를 통해 보도하였지만, 재난대응매뉴얼은 무용지물이었다. 오히려 제주도와 소통부족으로 공항에 체류했던 수천여명에 대한 지원이 늦어지면서 그들은 공포스러운 밤을 보내야 했다.

제주공항 수천명 노숙에 대해 일부 저가 항공사 때문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당연히 저가 항공사는 지금의 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저가 항공사 중에 이번에 문제를 일으켰던 제주항공은 제주도가 투자하고 지금도 제주도가 최대주주 중의 하나인 기업이다. 이에 대한 비판은 제 얼굴에 침뱁기와 같은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1월 25일 ‘제주 자연재난 표준행동 매뉴얼 한파와 폭설에 무용지물'이라는 기사에 따르면 제주도는 태풍, 홍수, 강풍, 풍랑, 해일, 조수, 대설, 낙뢰, 가뭄, 지진, 황사, 그밖에 자연재해에 준하는 폭염·적조·한파 등 자연 현상 등이 발생했을 경우 신속하고 정확한 상황 대처를 위한 재난 유형·단계·업무유형별 표준행동 매뉴얼을 갖췄다고 말하고 있다.

재난 매뉴얼에 따르면 대책본부 편성기준은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4개이며, 대설경보가 발령되고 대설에 의한 대규모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경계' 단계에서는 대책본부 비상 2단계를 가동하고 대비 계획 등을 점검하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대설경보 발령 및 재난 발생 가능성 확실 단계인 '심각'에서는 전 부서 및 재난관리책임기관 비상근무를 하는 한편 즉각적인 대응태세에 돌입해야 한다.

하지만 제주도는 도지사가 보고받고 지휘한다는 이유 등으로 대책본부 비상 단계를 가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로 인해 제주시는 지난 23일 비상근무 인력을 10분의 1인으로 정했다가 지난 24일 오전 3분의 1인으로 증원했고, 서귀포시는 지난 24일 오전 부서별 인원의 2분의 1을 비상근무 인력으로 배치하는 등 행정시별로 다른 기준이 적용됐다고 한다.

제주도는 현재 재난표준행동매뉴얼에 따른 신속한 행동 및 지시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면서 앞으로 현실에 맞게 재난표준행동 메뉴얼을 고치겠다고 말하고 있다. 직무유기를 해놓고, 앞으로 잘 고치겠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소을 잃고 외양간을 고치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 번 항공대란 사태는 제주도에게 씻을 수 없는 이미지에 상처를 입혔다. 단 3일만에 관광 제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국내외를 휩쓸어 버렸다. 이 무형의 손해는 상상 이상이다. 누구의 책임인가? SNS와 카페를 통해 공항에서 어려움에 처한 관광객을 도우려한 제주도민의 책임인가? 아니면, 감귤, 월동무, 양배추 폭락에 농민들이 시름하고,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아 집없는 제주도민들이 신구간에 한숨을 쉬게 만들면서, 총선에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 도시사 선거 마케팅이나 전개하는 원희룡 도정이 책임인가?

수 km 떨어진 제주공항 폭설로 인한 항공대란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수십 km 떨어진 제2공항에 대해서는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겠다는 말인가? 현재 한 개인 제주공항에 대해서 재난표준매뉴얼도 제대로 작동조차 하지 못하면서, 앞으로 두 개의 공항이 생겼을 때 재난표준매뉴얼은 가동할 수 있겠는가?

지난 2010년 1월 수도권에 100년만에 내린 폭설과 이에 대한 대응이 소흘했던 지자체장 들은 그 해 지방선거에서 대거 낙선했다. 그 후로 자칫 제설 작업에 소홀히 했다간 당장 선거에서 패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면서 지자체장들은 예산ㆍ장비ㆍ인력을 총동원해 겨울철 제설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제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 제주도민은 현명하기에 누가 이 번 폭설과 항공대란 사태에서 기본을 하지 못했다는 걸을 잘 알고 있으며, 선거에서 표로 심판할 것이라 믿는다.

원희룡 도정은 지금 이런저런 변명을 할 것이 아니라,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과 제주도민에게 실기와 직무유기를 한 부분에 대해서 먼저 무릅 끓고 사과를 하고 용서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무능하다고 생각이 들면 자진 사퇴도 생각해 보라.

2016. 01. 26.

성산읍 제2공항 반대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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