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는 음습하고 어두운 곳을 좋아한다. 역겨운 냄새를 풍긴다.

바퀴벌레에 대한 이미지는 그래서 불쾌하고 고약 할 수밖에 없다.

왜 뜬금없는 바퀴벌레 이야기인가. 4.13 총선 40여일을 앞둬 제주정가에 바퀴벌레 같은 고약한 유언비어(流言蜚語)가 새끼 치며 번지고 있어서 하는 소리다.

유언비어는 바퀴벌레처럼 음습한 곳에서 생산되고 어두운 곳에서 슬금슬금 기어 나온다.

근거 없이 떠도는 말을 바퀴벌레(蜚)에 빗대어 비어(蜚語)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실체 없는 사실을 조작 또는 왜곡해 상대편을 중상모략하거나 그 내부를 교란시키기 위해 생산 유포하는 흑색선전은 뿌리 뽑아 마땅한 사회악이다.

어두운 뒷골목에 숨었다가 남의 뒷머리를 내리치는 비열하고 악랄한 강도행위나 다름없다.

사회공동체를 혼란에 빠뜨리고 나라를 병들게 하여 붕괴시키거나 파멸에 이르게 하는 악의 뿌리인 것이다.

유언비어는 그만큼 위험하고 고약하다.

옛 중국 왕조 실록(實錄)등에는 대궐 높은 곳에 대를 세우고 “남을 헐뜯는 자는 참형에 처한다"는 글귀를 새겨 경계했다는 기록이 있다.

군주가 백성의 입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지어낸 말로 백성을 혼란에 빠뜨리고 요사스런 말로 나라를 병들게 하는 사악한 변설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회적 불신을 조장하고 공동선을 허물어뜨리는 각종 유언비어나 남을 음해하는 흑색선전 선동이 소셜 미디어 등에 힘입어 시공간을 초월하여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 전파 속도가 너무 빨라 사실 여부를 확인할 시간이 없고 당하는 쪽에서는 수습할 여력도 재간도 마땅치 않다.

최근 20대 총선을 앞둔 선거 국면에서도 이렇게 제어하기 곤란한 음해성 유언비어가 걷잡을 수 없이 춤추고 있다.

거의가 실체가 불분명하고 출처가 모호한 뜬구름 잡기 형의 ‘...카더라’식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유언비어가 사실인 듯 그럴듯하게 화장하고 포장되어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데 있다.

당하는 쪽에서는 ‘아니’라고 얼굴 붉히며 열 백번 해명을 해도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데 속된 말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인 것이다.

해명을 할수록 점점 수렁에 빠져 헤어 나올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밖에 없다는 데 문제는 심각하다.

대부분 음해성 유언비어다.

금품수수 행위가 적발돼 후보자격이 상실될 것이라는 이야기에서부터 여성편력 사생활 문란 등을 교모하게 짜깁기하여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도덕성 문제도 단골 메뉴다.

일부 고위직 공무원의 특정 후보 지원 등 공무원 선거 개입이나 관권선거 사례도 그럴듯하게 유포되고 있다.

특정후보의 경우는 선거여론조사에서 아예 제외됐다는 식으로 불출마 사실을 기정사실화하는 미확인 내용이 쉬쉬하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다.

최근에는 고위 공직자 출신 예비후보가 건축허가와 관련, 재직 당시 거액의 뇌물을 수수했다는 미확인 내용이 번지며 해당 후보자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 방송 보도로 촉발된 고위공직자의 뒷돈 거래 설은 본인의 강력한 부인과 검찰고발 등 발 빠른 대응에도 불구하고 걷잡을 수 없이 사실인양 번지고 있다.

지금으로선 아무도 결과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다. 소문이 너무 구체적이고 여론 제어 능력이 한계를 벗어난 듯 수습의 실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유언비어나 흑색선전은 그것을 잠재우려 할수록 불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된다는 데 상황이 심각해지는 것이다.

유언비어는 ‘아니 땐 굴뚝 론’에 힘입어 점점 사실적으로 변질된다는데 고민이 깊어 질 수밖에 없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느냐”는 전제가 왜곡된 사실을 진실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거액 뒷돈 거래 설’도 ‘아니 땐 굴뚝 론’에 힘입어 열심히 의혹의 연기를 뿜어내고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올 포트와 포스트 먼은 유언비어에 대한 대표적 연구가로 알려지고 있다.

그들은 1945년에 발표 했던 ‘유언비어 법칙’에서 ‘사안의 중요성이 클 수록, 그리고 사안에 대한 정보와 근거가 부족하고 모호성이 커질수록 유언비어 영향력이 커진다’고 했다.

정확한 정보 부족이 유언비어를 양산하고 사회적 문제를 야기 시킨다는 논리다.

따라서 정확한 정보가 충분히 전달되면 유언비어는 자연스럽게 사라진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 등 최근 선거 국면에서 쏟아지는 각종 음해성 유언비어와 흑색선전의 폐해를 줄이고 차단하기 위해서도 검찰이나 경찰, 선거관리위원회 등에서 유권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신속히 제공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거법 위반 사안이나 고발사건에 대한 빠르고 정확한 정보 공개는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도 필요하고도 당연한 조치일 수밖에 없다.

‘바퀴벌레 선거전략’이라는 ‘유언비어 선거 전략’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게 하기위해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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