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해병대 이야기다. 대한민국 해병대는 세계 최강 수준의 상륙작전 능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전쟁이나 월남전 등에서 보여주었던 한국해병대의 혁혁한 전과(戰果)는 현대 전쟁사에 영원히 남을 빛나는 기록이다.

한국전쟁 당시 뉴욕타임스의 종군기자 마거릿 히킨즈는 송고한 기사에서 한국해병대를 가리켜 ‘그들은 귀신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용감했다(They might capture even the devil)'고 했다.

‘귀신 잡는 해병’은 여기서 유례하여 오늘까지 내려오고 있는 자랑스런 해병의 또 다른 이름이다.

한국전 때,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놀라운 해병의 승전보에 ‘무적해병(無敵海兵)’이라는 휘호를 써서 전공(戰功)을 치하하기도 했었다.

월남전에서는 한국해병대의 전설적인 막강 전투력에 놀란 외신들로부터 ‘신화를 남기는 해병’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작지만 강한 해병은 그래서 나라의 자랑이었고 국민의 자긍심이었다. 국민적 지지와 신뢰의 바탕이기도 했다.

현역해병과 예비역 해병간의 끈질기고 강고한 유대는 ‘한 번 해병이면 영원한 해병’임을 자랑하는 것이다.

해병대는 1949년 4월 15일 380명으로 창설됐다. 해군에서 지원한 병력이 모태다.

해병1기는 일본군이 사용했던 99식 소총과 무명천에 국방색을 염색한 훈련복을 입고 초라하게 출발했다.

이렇게 미미하게 출발했던 해병대가 전설적인 전과기록을 세우며 세계최강 상륙군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인용하자면 ‘시작은 미미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 는 성서말씀을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해병은 이렇게 온갖 역경을 극복하는 지독한 훈련을 통해서 단련되고 성장했다.

빨강 바탕의 해병 명찰은 피땀으로 단련된 지독하고 강인한 훈련의 표상이다.

명찰의 빨간색은 피를 상징한다. 거기에 새겨진 노란 글씨의 이름은 땀이다.

“땀을 많이 흘려야 피를 적게 흘린다”는 고된 해병훈련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누구나 해병은 될 수 있지만 아무나 해병이 될 수 없다”는 말도 생겨났다.

그런데 이러한 해병이 최근 수모(受侮)를 당했다.

아무리 느슨하게 생각해도 해병의 명예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욕이었다.

지난 28일의 일이다. 해병 9여단 소속 병력 8명은 민관군 통합 항만 방위훈련에 참가했다. 해군기지 외곽 방호 임무 수행 훈련이었다.

트럭에 편승하여 소총을 들고 사주경계(四周警戒)를 하면서 강정마을을 통과 할 때였다.

개량한복 차림의 신원 불상 남가가 군 트럭을 막아섰다. 그리고는 “군인이 총을 들고 마을에 진입하여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며 폭언과 삿대질을 서슴지 않았다.

관련보도를 종합해 보면 “일부 주민들의 거친 욕설과 항의에 훈련 중인 군인들이 총을 내리고 패잔병처럼 고개를 숙였다“고 했다.

이는 ‘귀신 잡는 해병’의 자존심과 명예에 씻을 수 없는 먹칠을 한 것이다. 해병 창설 67년 역사의 치욕이다. 부끄럽고 참담하다.

작전(훈련)중인 군 병력이 주민 욕설이나 삿대질에 훈련을 중단하고 죄인처럼 주눅이 들었다는 사건의 전말은 그래서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해병의 사기(士氣)를 위해서도 그렇다.

해병의 명예회복이나 작전(훈련)차질에 대한 책임소재를 규명하기 위해서도 사건의 전말을 철저히 조사하여 전모가 밝혀져야 한다.

훈련은 적의 침투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제주지역 항만통합방위 훈련이었다.

도지사가 통합방위위원회 의장이 되어 함대사령부, 해병9여단, 지방경찰청, 향토예비군. 민방위대 등 전 방위 조직이 참여했었다.

따라서 훈련 이동 중 훈련참가 군 병력이 총을 견착하여 사주경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군작전의 기본인 것이다. 시비대상일수가 없다.

그렇게 하여 적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가방위 작전능력을 키우게 되는 것이다.

군인의 기본 무기체계는 소총이다. 그러기에 총을 갖고 작전(훈련)을 하게 마련이다. 꽃을 들고 훈련을 하는 조직이 아니다.

그런데도 장전도 되지 않은 총기로 사주경계를 했다고 삿대질을 하고 욕설을 퍼부었다.

거칠게 말해 군 작전 훈련을 방해하는 이적행위나 다름없다.

일부 주민들이 훈련 해병들에게 ‘점령군’이라고 욕설을 했다면, 그렇다면 강정마을은 ‘해방구’라는 말인가.

군은 국가의 안위를 위한 간성(干城)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기도 하다.

군은 사기(士氣)를 먹고 사는 조직이다. 국민의 신뢰는 군 사기를 키우는 최고의 자양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군의 사기와 명예에 치명상을 줬다.

눈치 보기로 어물어물 넘겨서는 아니 될 이유다.

4월(15일)은 해병대 창설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달이기도 하다.

그러면 해병의 사기를 진작시켜주고 격려해 줘야 할 일이다.

그러지는 못할망정, 적대적 감정으로 해병을 업신여기고 조롱하고 망신을 줬다. 군을 사랑하는 국민이 할 짓은 아니다.

그러기에 통합훈련 위원장인 도지사나 각급 훈련 참가조직이 이번 사건에 침묵하는 것은 옳지 않다. 비겁하고 무책임 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할 당위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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