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삐딴 리’는 1962년 발표한 전광용(全光鏞)의 소설이다.

권력에 빌붙어 보신하려는 비열한 기회주의자를 고발하는 내용이다.

주인공은 병원을 운영하는 의학박사다.

일제 때는 꿈속에서까지 일본말을 하며 일본인에게 굽실거렸다.

광복 후 러시아가 쳐들어오자 거기에 줄 대려고 안간힘을 쏟았다. 아들까지 러시아로 보냈다.

그러다가 미군 치하가 되자 다시 영어를 배우고 딸을 미국 유학시키는 등 찬미가(讚美歌)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가 ‘꺼삐딴 리’다.

친일·친소·친미 등으로 이어지는 변절의 과정에서도 도덕적 기준이나 부끄러움을 몰랐다.

인간적인 지조나 신념은 물론, 영혼까지도 스스럼없이 팔아치우는 속물근성이었다.

상황에 따라 몸 색깔을 바꾸는 놀라운 카멜레온 적 변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만의 장기자랑이었다.

소설을 인용하는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다.

하이에나처럼 권력의 부스러기를 쫓아다니는 군상(群像)들이 아직도 곳곳에서 똬리 틀고 탐욕의 눈을 번득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하 JDC) 이사장 자리를 놓고 군침 흘리는 권력 철새들의 행태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JDC 이사장 공모에는 9명이 응모했다.

면면은 정치 부나비들이거나 끊임없는 사리사욕을 위해 권력의 양지에 줄을 대려는 토목개발 사업자 등이 포함됐다.

오죽해야 지난 29일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 공동성명을 내고 이 같은 상황을 비판했겠는가.

특히 개인의 영달이나 사익을 위해 JDC이사장 자리를 노리는 개발 사업자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JDC 이사장 부적격’ 비판은 그만큼 도민적 공감을 얻고 있다.

공기업 CEO 공모제는 권력의 낙하산 인사 폐해를 없애기 위해 도입한 제도적 장치다,

‘투명한 인사’를 통해 유능한 전문 인사를 기용해서 공공 기관을 개혁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변질 됐다. 청와대나 정부 부처 등 권력의 입김에 따라 오락가락 하는 ‘낙하산 보다 더한 낙하산 인사’로 변질 됐다.

공모제가 들러리를 동원하여 낙하산 인사를 합리화하기위한 제도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이번 JDC 이사장 공모도 마찬가지다. 이미 특정인에 대한 사전 내정설이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다.

여기서 놀랍게도 청와대 정무수석 이름이 나온다. 특정 응모자와의 연루설이다.

확인이 곤란한 이 같은 ‘루머 성 내정설 의혹’은 누가 JDC 이사장으로 낙점되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특히 현재 JDC가 추진하는 신화역사공원에 500억원 규모의 사업권을 따낸 토목 개발 사업자가 JDC이사장 공모에 참여 한 것에 대해서 뒷말이 많다.

지방언론권력까지 거머쥔 그가 낙점됐을 경우 JDC 개발 사업의 사유화 등 공적인 각종 개발 사업이 사익 추구 개발 업자 농간에 휘둘릴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악성 소문 코드는 JDC의 정상적 경영에 치명적 사안으로 작용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JDC가 ‘하이에나 권력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JDC가 ‘부채 제로’ 달성과 연간 수천억원 규모의 면세점 수익 창출 등 경영성과를 내며 먹고 살만하자 ‘너도 나도 뜯어 먹겠다고 달려드는 꼴‘이다.

여기에다 제주도까지 나서 ‘JDC 먹잇감’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최근 원희룡지사의 JDC관련 발언은 적대감을 넘어 노골적으로 “JDC를 먹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사는 “JDC는 이대로 안된다”고 했다.

JDC를 정부 산하 공기업에서 제주도 산하로 이관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지사의 표현은 가벼웠다, 정제되지 않아 거칠고 선동적이었다.

“JDC처럼 오직 돈 쓰는 것에만 고민하는 공기업은 대한민국에 없다”.

“JDC가 제주관광공사를 망하게 했다”. 제주관광공사의 제주시내 면세점 진출을 JDC가 막았다는 것이다. 비난성 공격 발언이나 다름없다.

발언의 전후 행간을 종합하면 “그러므로 JDC는 제주도로 이관해야 한다”는 것이다. “JDC를 통째로 먹고 싶다”는 욕심을 포장하여 내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지사의 발언은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않았다. 이사장 선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앞뒤 감당 없이 시민사회단체 논리에 편승한 선동에 다름 아니다.

퇴임을 앞둔 JDC이사장을 끌어내리고 뒤에서 총질했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JDC 이사장은 사실상 제주개발의 한 축이자 도의 파트너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맹비난을 퍼부었다. 이는 떠나는 사람에 대한 인간적 예의도 아니다.

나치 독일의 선동정치가 괴벨스(1897~1945)는 ‘분노와 증오를 부르는 선동은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했다.

지사의 발언에서 ‘괴벨스 적 선동’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여간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싹한 한기가 온몸을 찌른다.

취재 결과 지사의 발언은 사실관계와도 거리가 멀었다.

제주관광공사의 면세점 제주시내 진출건의 경우가 그렇다.

이는 이미 도지사와 JDC, 국무조정실, 국토교통부, 제주관광공사 등 5개 기관이 합의하여 서명했던 사안이다. 여기에는 변동할 때는 협의하자는 내용도 있다.

제주관광공사의 예산 확보 능력, 송객 수수료 등 커미션 경쟁, 입점 브랜드 등을 놓고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과의 경쟁력 확보, 제주시내 상권 붕괴 등 지역경제 혼란 문제 등을 종합 검토한 상황에서 합의한 사항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일방적으로 JDC를 매도했다.

JDC의 제주도 이관문제도 그렇다. 속된 말로 JDC는 먹을 만하다.

연간 4천~5천억 규모 매출의 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할만하다. 충분히 욕심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덥석 먹을 수 있을 것인가.

JDC 공시 자료 등을 분석 해보면 지금까지 JDC는 제주개발 사업 등에 8000억원을 투입했다.

정부는 2400억원, 제주도는 116억원이었다.

향후 2021년까지 7000억원에서 1조원까지 소요된다는 전망치도 있다. JDC를 이관 받는 제주도가 이같은 막대한 자금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정부 산하 공기업과 지자체 산하 공기업의 대외 신인도나 신뢰도 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 이는 외자유치와도 연동되는 것이다.

지자체 공기업에 대한 중앙정부의 관심 저하도 극복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자사의 ‘JDC의 도 이관 욕심’은 이러한 예측 가능한 불이익이나 부담, 불합리성이나 리스크 등 종합적 판단에서 근거한 것인가.

아니면 즉흥적 감정적 감성적 접근인가.

그렇지 않고 이사장이나 이사진, 감사 등 인사권을 좌지우지 하고 덩치나 키우는 제왕적 도지사 권력 욕심 때문에 내질렀다면 어이없고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도자의 발언은 신중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앞에서 아양 떨고 뒤에서 눈 흘기며 삿대질이나 하는 표리부동은 경계해야할 지도자의 덕목이다.

JDC를 ‘하이에나 권력의 먹잇감’으로만 보려는 작금의 흐름이 걱정되어서 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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