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에 대한 인식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좋게 보는 쪽도 있고 나쁘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이다.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먹고 산다.

주권을 가진 국민의 수임자로서 책임을 다해 공익을 추구하고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의무를 진다.

공무원을 국민의 공복(公僕)이라 부르는 이유다.

교과서적 논리를 동원하면 그러하다. 정말 그러한가?

부정적 시각에 편승한다면 공무원은 국민의 심부름꾼으로 보기가 어렵다.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국민위에 군림하려는 권위주의 집단으로 볼 수 있다.

관료적 또는 관료주의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여기서 비롯된다.

민의를 무시하고 독선적·형식적이며 권위를 내세우는 관료주의, 공무원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 시각은 지금까지 일반이 듣고 보아왔던 경험칙에서 비롯됐다.

그렇다고 공무원 전체를 동일 선상에서 채찍으로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전체 공무원들의 얼굴에 구정물을 끼얹는 일부 고위 공무원들의 권위주의적 특권의식이 문제인 것이다.

선의의 대다수 공무원, 특히 땀 흘리며 국민에게 봉사하는 하위직 공무원들의 수고는 국민입장에서는 위안이고 희망이다.

오늘은 이들 두 부류 공무원들 이야기다. 하나는 고위직, 다른 한 쪽은 하위직, “꽃과 쓰레기‘로 대비되는 두 공무원상에 대한 이야기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 20일 간부회의에서 작심한 듯 ‘일부 고위 공직자들의 행태‘와 관련 직격탄을 날렸다.

“범죄의 현장 증거‘, ’다른 직업을 찾아라’는 등등 논리는 단순하고 명쾌했고 주문은 싸늘하고 강경했다.

고위직 공무원들의 승진이나 전보 인사, 경조사 때 줄 잇는 축하화분이나 축화, 조화 등에 대한 일갈이었다.

업체 등에서 보내온 축하 화분, 축화나 조화 등을 자랑으로 착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는 시행을 앞둔 이른바 ‘김영란 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다면 ‘범죄행위에 대한 자수이며 범죄 현장 증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사가 실례를 들며 비판한 것처럼 결혼·장례식장에 즐비하게 늘어선 축화나 조화의 수에 따라 고위공직자들의 위상과 영향력을 평가하는 사회적 인식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기에 축화나 조화가 자랑이며 권위의 상징으로 읽혀 질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꽃의 유혹에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은근히 기대하는 쪽도 있을 터이다.

지사는 “이를 자랑으로 인식할 수준이라면 시대정신과 어긋나기 때문에 스스로 다른 직업을 찾는 게 낫다”고 했다. 간결하지만 강하고 거친 표현이다.

“제주도 고위 공직자 상당수가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 과거 관습에 젖어있고 따라서 스스로 공직을 떠나라“는 강도 높은 주문으로 볼 수 있다.

지사의 입을 통해 ‘꽃 선물’에 우쭐대는 제주고위공직자 행태의 일부가 노출된 것이나 다름없다.

직을 이용한 영향력 행사나 관행이나 관습에 얽매어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고위직들이 아직도 건재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제주고위직 공무원들의 숨은 얼굴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지사의 수준 높은 공직 구조조정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다음은 꽃을 받고 희희낙락하는 고위 공무원 그늘에서 묵묵히 땀 흘리는 하위직 공무원 이야기다.

대민(對民)행정 또는 위민(爲民)행정의 최 일선에서 일하는 읍·면·동 공무원 들이다.

이들은 꽃에 파묻혀 폼 재는 고위직과는 달리 쓰레기더미에 파묻혀 땀을 쏟고 있다.

최근 한 읍사무소 공무원이 SNS를 통해 ‘쓰레기 행정’에 대한 울분을 토해 냈다.

요약하자면 읍면동 하위직 공무원들은 불법 쓰레기나 치우는 청소부나 다름없다고 털어놨다.

‘청소부가 된 공무원’, 그의 외침은 쓰레기 행정에 대한 치열한 고발이었고 희망을 찾지 못하는 읍면동 공무원의 울분이자 절규였다.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 불법 쓰레기 투기로 읍면동 직원들은 육체도 정신도 만신창이가 되기 일쑤라는 것이다.

휴일까지 반납하고 밤낮없이 불법쓰레기와 뒹굴며 씨름해도 쓰레기 행정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쓰레기 대책과 관련된 현실적인 문제 뿐 아니라 클린하우스 운영의 문제점, 분리수거의 혼란, 쓰레기 행정의 이원화, 시민의식 실종, 청소차량 운영의 이중성, 생활환경 담당자의 고충 등 등 쓰레기 행정전반에 대한 문제들이 담겨 있었다.

‘쓰레기 청소부가 된 공무원‘, 읍면동 하위직 공무원 위상이 쓰레기같이 이렇게 아무렇게나 버려져야 하는지, 그의 절규는 징소리처럼 가슴을 때리며 울렸다. 할 말을 잃게 했다. 그저 가슴이 먹먹할 따름이다.

‘꽃과 쓰레기‘로 비교되는 고위직 공무원과 하위직 간의 뒤틀린 위상이나 업무 영역의 불균형은 결국 도정 책임석이 감당하고 바로잡아야 할 몫이다.

정약용선생의 목민심서(牧民心書)는 200년 세월을 관류하여 오늘까지도 공직수행의 금과옥조로 읽혀지는 공무원 처신의 바이블이나 다름없다.

‘지방을 다스리는 수령은 검소하고 청렴결백해야 한다.

백성의 아픔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불의가 생기지 않도록 아전들을 늘 살펴야 한다.

벼슬을 이용해 착복하지 않고 언제든지 그만 둘 수 있다는 각오로 업무를 관장해야 한다‘

목민심서를 관통하는 공직 처신의 지침이다. 지방장관의 실천 덕목인 셈이다.

오늘 제주도정 책임석도 눈 비벼 밝혀 읽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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