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많다. 파장이 만만치 않다.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제주도감사위원회(이하 감사위)의 감사결과 조치에 대해서다.

동일한 위법·재정 손실을 놓고 행정결재라인의 최고 책임석에는 ‘면죄부’를 주고 말단 실무 공무원에게만 감당할 수 없는 거액의 변상명령과 함께 양벌 적 신분상 징계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감사위는 지난 5월9일부터 24일까지 제주시를 대상으로 곽지 해수욕장 위법 공사 관련 감사를 실시했다. 30일에는 감사 결과보고서를 공개 했다.

이에 따르면 관련 정책사업의 최고 결재권자인 제주시장에게는 ‘주의’ 를, 해당 부서 상위 결재라인인 국장(4급)에게는 ‘훈계’처분을 요구했다.

부시장에게는 아예 책임을 묻지 않았다.

반면 부서 담당자(7급)와 계장(6급)·과장(5급)에 대해서는 ‘경징계’ 요구와 함께 재정적 손실 책임을 물어 각각 1억2121만원, 국장에게는 8530만원의 ‘변상명령’ 하도록 요구하는 양벌조치를 취했다.

시장이나 국장에게 내린 ‘주의’나 ‘훈계’는 사실상 징계가 아니다.

“앞으로 잘 하시고 조심하시라”는 당부의 말씀이나 다름없다.

억대의 재정적 손실 변상 명령을 받은 하위직 공무원들은 ‘마른하늘에서 날벼락’을 맞은 형국이 됐다.

3~4년 동안 먹지도 입지도 쓰지도 않고 고스란히 월급은 모아도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다.

‘경제적 사형선고’에 다름 아니다. 거기에다 징계처분까지 받아야 할 판이다.

조직 체계상 무한 책임을 져야할 시장과 부시장에게는 ‘괜찮다’고 책임을 묻지 않으면서 이들의 지시나 명령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는 말단 공무원에게만 치명적 조치가 내려졌다면 정상이라 할 수 없다.

하위직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비겁한 책임회피다.

독립성과 공정성과 형평성과 투명성은 감사기관의 지켜야 할 덕목이다. 감사기관이 떳떳하게 버틸 수 있는 자양분이며 신뢰구축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이번 감사위 조치가 ‘공정성과 형평성을 담보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책임을 져야 할 고위직은 감싸고 하위직은 내치는 편향적이고 차별적 조치가 아닐 수 없다.

‘모든 책임은 여기에 있다(The buck stops here)'.

트루먼 미 대통령 재직 시 늘 책상머리를 차지했던 팻말이라 했다.

매일 이 팻말은 보면서 강고한 책임감을 다졌다는 전언이다.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책임 없는 권위는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지도자는 한마디로 책임지는 사람이다. 그것은 의무이기도 하다.

‘권위의 원천도, 빛나는 명예도 책임에서 비롯 된다‘는 말도 있다.

제주시장(市長)은 제주시정(市政)의 최고 책임석이다.

당연히 제주시정 업무의 모든 책임은 시장에게 귀착될 수밖에 없다.

시장이 누리는 권위와 명예와 특권은 이 같은 책임에 대한 보상으로 봐도 무방하다.

위법한 곽지 해수풀장 문제의 책임도 당시 시장이 져야한다는 당위가 여기에 있다.

문제의 곽지 해수 풀장은 제주시가 2015년 11월, 8억원(국비 3억원·도비 5억원)예산으로 발주했다.

곽지 과물 해변 모래사장 한 복판에 거대한 콘크리트 인공 주조물을 조성하는 사업이었다.

지난 5월말 완공 계획으로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이곳은 지난 2004년 제주시장이 백사장과 용천수 보호를 위해 ‘곽지 관광지’로 지정했다.

따라서 어떤 인공 구조물도 들어설 수 없는 곳이다.

여기에다 일대는 제주특별법상 관리보전지역 경관보전지구 1등급에 해당되는 지역이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도시지역의 지구단위계획 구역이기도 하다.

여기에 해수풀장 인공시설을 하려면 당연히 곽지 관광지 사업 변경 승인 등 관련법과 절차를 밟아야 하는 곳이다.

하지만 이러한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했다. 무소불위 행정행위였다.

2004년 제주시장이 환경보전을 위해 지정했던 ‘곽지 관광지’를 2015

년 제주시장(재임 2014, 12~2016,6)이 깔아뭉개 버린 것이다.

그러다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문제가 커버렸다.

이는 원희룡 도정이 내세운 ‘청정과 공존 가치’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도정 비전에 치명적 사안이 아닐 수 없었다.

제주도가 지난 4월 21일 공사 중지 명령에 이어 같은 달 27일 원상복구 결정을 내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미 3억원의 혈세가 투입돼 70%의 공정률을 보였던 구조물을 1억원 가까운 돈을 들여 철거됐다.

법과 절차를 무시한 정책 추진으로 막대한 재정손실이 발생 한 것이다.

이에 대한 감사위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소재 파악은 당연한 일이다. 그것이 감사위의 역할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감사위의 조치는 공직사회에 위법 부당한 행정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도민 사회 일각에서는 감사위의 결정에 대한 공정성 형평성 논란과 함께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8억원이라는 거액이 투입되는 토목사업을 말단 담당공무원 맘대로 계획하고 추진 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데서 출발하는 의구심이다.

기본 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관련 법규와 절차 검토, 예산배정, 입찰 등 업자 선정이나 계약 등 공사 추진과 관련해서 과장-국장-부시장-시장의 결재를 받는 것은 당연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결재라인의 고위직에는 ‘면죄부’를 줬고 말단 실무 공무원들에게는 감당키 어려운 징벌을 내린 것이다.

원희룡지사까지도 이번 징계조치의 부당성을 제기했다.

지휘감독 책임 라인을 놔두고 ‘하위직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고 했다.

사실상 감사위 결정에 대한 불복의사를 피력한 것이다.

특히 원지사는 이번 공사 배경에 ‘정치권과 지역주민의 압박’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정치권이나 지역주민 압박 등) 사태의 본질이나 배경을 간과하고 겉으로 드러난 현상에만 매달린 감사결과 조치에 대한 불만일 수도 있다. 

지사의 이같은 입장은 감사위의 독립성을 해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감사위가 귀담아 들을 부분도 없지 않다.

따라서 감사 결과 징계 결정에 대한 재심의 등 감사위의 대응이 주목된다.

향후 감사위의 위상과 활동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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