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구차량에 놓인 故 김성현(루시아)씨의 영정사진. @변상희 기자

21일 오전 제주시 신제주 성당에서 지난 17일 중국인 관광객에게 흉기에 찔려 숨진 故 김성현(루시아)씨의 장례미사가 진행됐다.

장례미사에는 유가족 등 추모객 750여명이 참석했고, 강우일 주교(천주교 제주교구장)가 직접 미사를 집전했다.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장례미사는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이어졌고, 황망한 사건에 안타까워하면서도 고인의 삶을 진심으로 기리는 기도의 목소리로 채워졌다.

강 주교는 봉헌 강론에서 고 김성현씨의 평소 삶이 ‘완덕에 가까운 경지에 이르렀던 분’이라 칭하고 “그렇게 열심이었던 분이 왜 충격적인 최후를 맞게 됐는지 의문이 마음속에 멤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생전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영문도 모른채 살해된 루시아는 이 시대의 순교자라고 선언하고 싶다.”며 “과욕과 죄악에 희생된 티 없는 양처럼 봉헌됐다.”고 추모했다.

21일 오전 제주시 신제주성당에서 진행된 故 김성현(루시아)씨의 장례미사를 마치고 유족들은 장지인 황사평 천구교 묘역으로 향했다. @변상희 기자

사건의 원인을 개발과 소비에 치우친 과욕의 정책으로 꼬집기도 했다.

강 주교는 “제주는 연일 개발의 열병에 놓여 있다.”면서 “무제한 투자와 소비, 개발이 지상과제인 것 같은 정책에 정신을 차려보니 제주의 깊숙한 속살까지 다 벗겨져 상처가 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루시아의 순교는 이 시대의 무분별한 환락의 탐닉을 멈추고, 자제있는 삶을 회복하라는 경종”이라고 강조하고 “제주의 원초적 평화로 돌아가라고 촉구하는 봉헌이기도 하다.”고 말을 맺었다.

장례미사를 마친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 주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관광과 개발에 치우친 정책을 되돌아보고, 좀 더 인간다운 품격을 유지하는 범위 내의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을 남겼다.

장례미사를 마치고 고 김성현씨의 운구는 황사평에 위치한 천주교 묘역에 안장됐다. 고 김 씨의 남편 이종식(루치오)씨는 장례를 마친 뒤 눈물을 훔치며 직접 추모객들에게 “기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남겼다.

故 김성현(루시아)씨의 손자가 운구에 손을 얹고 할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故 김 씨는 2남을 뒀고 2명의 손자가 있다. @변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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