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는

폭염이란 다른 이름으로 이어달리기를 하는 동안

한라산 아래 숲속은 여름의 끝을 달린다.

짙어가는 녹음은 메마름에 낙엽을 하나둘 떨구어내기 시작한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어두운 숲

나무 그늘 밑 습한 곳에서 잘 자라는 부생식물은

광합성을 하지 못하여 부엽토에서 양분을 얻어 살아가는 식물들이다.

주위를 잘 살펴야만이 만날 수 있는

숲속의 요정들은 투명한 종이인형처럼 속살이 보일 듯 하다.

숲속에는 희귀한 보물들이 숨겨져 있다.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 엎드려야만이 진정한 아름다움에 눈을 뜰 수 있다.

조릿대 사이로 움직임이 느껴진다.

나뭇잎 사이로 살짝 들어오는 햇살 아래 소박하지만 고운자태

털사철란이 함빡 웃는다.

털사철란은

난초과/여러해살이풀로

산지의 숲속(제주도 한라산에 분포)에서 자란다.

줄기 밑부분은 옆으로 기면서 자라고, 10~20cm의 작은키다.

어긋난 잎은 줄기 밑부분에서 모여나는데 달걀모양을 하고 있고,

윤이 나는 잎은 검은색을 띤 자주색으로 흰색줄이 보인다.

8~9월에 피는 연한 갈색꽃은

4~10개의 꽃이 한쪽으로 치우쳐 피고 열매는 삭과다.

 

건조했던 숲 속은 가을비가 내려 조금은 음침하다.

숲은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늦가을의 스산함마저 느끼게 한다.

털사철란의 아름다움에 푹 빠졌을 즈음

조릿대 아래는 또 다른 숲 속 보물들이 숨어 은근히 차례를 기다린다.

오가는 길에 잠시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던 나무의자..

메마름은 일찍 나뭇잎을 떨구어 냈다.

무더웠던 한여름은 끝이 보이고

가을의 길목에서 숲이 들려주는 들꽃이야기에 잠시 쉬어간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