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하게 불어오던 바람은 어둠이 깊어지면서 점점 차가워졌다.

하지만 성산읍 신산리 거리에는 어른, 아이 할 것없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곧 사람들의 한 손에는 종이컵을 끼운 촛불이, '제2공항 결사반대'와 'OUT 제2공항'이라는 플랫카드가 들렸다.

아이들은 네댓이 모여 촛불에 서로 불을 붙였고, 플랫카드를 바람막이 삼아 촛불을 들고 돌아다녔다.

성산읍 농협 신산지점 앞에 신산리민 200여명은 '제2공항 예정부지 확정 반대'를 외치며, '신산리민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이번 집회에 참여한 마을주민들은 가족들을 이끌고 2시간여 동안 "제2공항이 성산읍에 들어서는 것을 반대한다"며 구호를 외쳤다.

이번 촛불집회는 13일 KDI(한국개발연구원)의 용역보고서 결과 제2공항 건설을 위해서는 10개의 오름과 수여개의 천연동굴이 훼손될 것이라는 내용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10개 오름 중 신산리에는 통오름과 독자봉 등이 포함돼 있다. 

"그간 주민동의 없이 절차를 무시한 용역 결과가 이것이냐"며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국토교통부에서 10개 오름을 훼손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내용을 바로 냈지만 그것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분노에 가득찬 사람들이 모였지만, 집회는 평화롭고 유쾌하게 진행됐다.

이번 집회에서는 규탄발언과 함께 서울에서 제2공항 반대 1인 시위를 하고있는 김형배 반대대책위 부위원장의 발언도 이어졌다. 

한편, 극단 한라산이 제2공항을 주제로 코믹한 연극을 꾸몄고, 온평리와 난산리, 수산1리의 밴드팀의 문화공연이 펼쳐져 집회 참가자들은 웃으며 행사를 즐겼다. 성산고등학생들의 비보이 공연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유쾌하게 집회를 즐기면서도 신산리 주민들은 "제2공항 반대"를 외치며 끝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날 마지막 순서로는 이충흡 신산리 청년회장과 김미경 신산리 부녀회장이 성명서를 발표하며, "추진과정에서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함에도 국토교통부는 급하게 공항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숨기고 싶은 진실이 있다는 의혹이 든다"고 지적했다.

또한, "제2공항 건설  강행에 격한 분노를 느낀다"며 "제2공항 건설 관련 사업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지금까지의 모든 의혹을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앞으로 이번 제2공항 건설과 관련된 온평리와 수산1리, 난산리 주민들도 조만간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싸고 당분간 주민들의 큰 반발이 다시금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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