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자락

길가에도, 들판에도, 계곡에도, 숲길에도

8월이면 만발하게 핀 한 무리의 '제주상사화'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짙푸른 여름 숲, 나무 아래에는 '제주상사화'가 연한 살구빛으로 바닥을 수놓는다.

애틋한 그리움을 담고 피는 연주황 '제주상사화'

봄이 오는 길목에서

은은한 향의 제주목련을 만나러 가던 날 

군락을 이룬 진초록 잎의 제주상사화를 만났다.

만개한 꽃을 볼 수 있으리라 찾아갔지만 

길이 나서 아쉬움에 발길을 돌렸다.

자생지였을까?

제주상사화는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저지대나 계곡의 숲 속에서 볼 수 있는 꽃으로 제주도가 자람터다.

한국특산식물이지만 재배종이 널리 퍼져서

자생지 확인이 어렵다.

이른 봄 달걀모양의 비늘줄기에 줄모양의 잎이 모여 나는데

연한 녹색 선형의 잎은 2월~5월까지 돋아 있다가 6~7월에 말라 없어진다.

길게 벋은 꽃줄기 높이는 50~60cm정도로 자라고

줄기는 원형의 인경으로 갈색이다.

간절히 기도하는 소녀처럼 여러개의 꽃봉오리가 포개져 있고

꽃은 산형화서로 8월에 연주황색으로 백합을 닮은 꽃이 4~8개가 모여 달린다.

꽃덮이의 주맥에 노란 바탕에 오렌지색 등줄무늬가 선명하게 보인다.

멋드러지게 길게 벋은 수술은 벌과 나비를 유인하지만

열매는 맺지 않고 비늘줄기로 번식한다.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하고

서로를 그리워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상사화(相思花)'

전설 속의 스님과 여인의 이루지 못하는 사랑이었을까?

석산(꽃무릇)과 함께 상사화는 사찰 주변에서 많이 보인다.

상사화의 비늘줄기는 탱화를 그릴 때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방부제로 사용되기도 하고

그늘에 말린 비늘줄기는 이뇨, 해독 등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님이 그리워 가슴을 태웠을까?

님을 만나지 못해 애틋했을까?

그리움을 안고 사는 비운의 꽃 '상사화'

꽃이 필 때 잎을 볼 수 없지만 무리지어 피어 더 아름다운 8월의 꽃

비, 바람에 꺾이거나 수명이 다해 쓰러진 상사화도 제법 보이지만

무리지어 흐드러지게 핀 제주상사화는 길손들을 반긴다.

꽃말은 '이룰 수 없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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