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2시쯤부터 서울 광화문역에 문재인 대통령의 대형 사진이 담긴 와이드 광고가 걸렸다.

사진 광고에는 ‘1953년 1월 24일 대한민국에 달이 뜬 날, 66번째 생일을 축하 합니다’는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또 에스컬레이터 벽면에 있는 동영상 광고판에도 문대통령 축하광고가 시간대에 맞춰 방영됐다. 동영상과 함께 생일축하 노래도 나왔다.

‘Moon rise day'라는 계정의 트위터 이용자는 “이번 이벤트는 문대통령을 응원하는 평범한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기획했다”고 밝혔다.

1월 24일은 문대통령의 66번째 생일이다.

이를 기념하고 축하하기 위한 광고는 서울시내 18개 지하철역에 모두 37개나 걸렸다.

영상광고는 2월말까지, 와이드 광고는 2월12일까지 걸릴 예정이라고 했다.

이벤트 기간이 11일부터 2월말까지 최장 48일간이다.

생일은 축하 할 일이다. 대통령만이 아니고 누구든 태어났으니 축하해주고 축하 받아 마땅하다.

그러니 대통령을 좋아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여 생일을 축하하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함께 축하 할 일이다.

그러나 특정지도자나 정치인을 위한 축하 이벤트는 상식의 경계를 넘어서지 말아야 한다. 일반의 수준에 맞아야 하는 것이다.

이외의 부작용이 도사려 있을 것이어서 그렇다.

더욱이 호들갑이나 요란떨기 축하 이벤트는 되레 해당 인사의 이미지에 먹칠을 할 수도 있다.

순수성과 진정성에 흠결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번 서울시내 지하철역에서 진행되는 대통령 생일 축하 광고 이벤트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당장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너무 나갔다”는 반응이 나왔다.

“보기 좋다”는 의견도 없지 않지만 “지나친 호들갑‘이라는 지적이 많다.

광고제작비나 게재 비용 등을 합쳐 기천만원에서 억대 이상이 소요되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렇게 거액을 들여 다중이 이용하는 공개된 공공장소에서 특정집단의 ‘대통령 띄우기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다, 우려를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위험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개인숭배 우상화 작업의 전조증상”이라는 섬뜩한 이야기도 나왔다. 술자리 담론이 그랬다.

이 같은 거친 입담을 그대로 흘려버릴 수만은 없는 일이다.

이들이 안주삼아 주고받는 이야기는 다소 엉뚱하고 익살스러웠다.

그러나 그 속에는 폐부를 찌르는 바늘 같은 날카로움도 숨어 있었다.

예컨대 ‘부처님 오신 날‘이나 예수 탄생의 ’크리스마스‘와의 비교였다.

석가 탄생의 봉축행사나 크리스마스 축하 이벤트는 보름 남짓, 길어야 20여일이다.

그런데도 문대통령 생일 축하 이벤트는 50일 가까이다.

따라서 비판론자들은 “대통령 생일 축하 이벤트를 주도하고 있는 열성 지지층이 문대통령을 석가와 예수와 같은 반열에 올려놓으려는 것이 아니냐”고 비아냥거리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우상화 작업의 전위대 역할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던 것이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억지논리요 궤변이다. 그렇지만 엉뚱한 상상력은 왕왕 일반의 상식을 뛰어넘는다.

우상화 논리의 또 다른 비유도 있다. 북한 우상화 작업과의 짜 맞추기 요설(饒舌)이었다.

태양절(4월15일 김일성 생일을 기념하는 북한 최대명절)과 광명성절(光明星節 2월16일 김정일 출생을 기념하는 명절)은 북한의 개인숭배 우상화의 상징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문대통령 생일축하 광고에는 문대통령 생일인 ‘1953년 1월 24일 대한민국에 달이 뜬 날(Moon rise day)’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상상력을 동원하여 짜깁기를 하자면 ‘달이 뜬 날(Moon rise day)'은 이름하여 ’월출절(月出節)‘명절이 아닌가.

대통령 생일을 그런 축일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모골이 송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문대통령 생일 축하 광고를 기획했다는 이른바 ‘Moon rise day'측이 혹여 ’북한의 개인숭배 이벤트‘를 모방하거나 학습하여 축하 광고 이벤트를 벌인 것이 아니냐는 의아심’이 나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문대통령 생일 축하 광고 이벤트가 대통령 우상화 작업의 전조 증상“이라는 술자리 담론은 술 취한 감성을 흔들어 깨우기에 충분한 충격적 임팩트나 다름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일부 언론의 대통령 띄우기가 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많다.

대통령이 스스로 윗도리를 벗었다고 주요기사로 다루는 언론의 행태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자기 옷을 스스로 벗어 챙기는 것은 누구나 하는 일상이다.

또 용비어천가 형 언론은 대통령이 점심 후 커피 마시는 것까지도 치켜세웠다. 점심 후 커피도 일반의 일상 범주다.

이 같은 언론의 행태는 ‘서민 코스프레’의 ‘우상화 작업’에 언론이 앞장서고 있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간 전통적인 권위주의 통치 스타일과 비교하여 문대통령의 서민 행보는 친근하고 편안하고 보기도 좋다. 나름 평가 받을 만하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그것이 개인숭배나 우상화의 도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개인숭배 또는 우상화 이벤트가 심할수록 그에 대한 불신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우상화의 역설’이다. ‘우상화의 위험 경고’이기도 하다.

논란이 되고 있는 ‘대통령 생일 축하 광고 이벤트’도 그렇다.

또다시 광고를 긍정하는 쪽과 부정하는 쪽 사이의 감정의 골만 깊게 했을 뿐이다. 심리적 갈등과 분열구조의 확산이다.

따라서 대통령을 사랑하고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이라면 문제의 지하철역 대통령 생일 축하광고를 내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대통령을 좋아하고 지지한다면 조용히 생일 축하카드나 편지로 응원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거액의 광고비는 어렵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내놓는다면 더 보람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대통령을 위해서도 그러는 편이 나은 일이다. 대통령도 그렇게 되기를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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