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양길현 교수/제주대학교 윤리교육과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고 제주미래담론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모처럼 세계평화의 섬 제주가 주목을 받고 있다. 북미정상회담 개최지의 하나로 여기저기서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제주의 독특한 지정학과 위상이 세간의 이목을 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평양, 판문점 아니면 제주라는 점에서 3번째 정도의 후보지는 되지 않는가 하는 일말의 가능성도 사실 없는 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원희룡 지사까지 나서서 평화의 섬 제주가 트럼프-김정은 두 정상 모두가 부담이 적은 만큼 최적지가 아니냐는 제안을 하고 있다. 경호가 용이하고 자연환경이 좋은 숙박-회의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는 곳이 제주라면서 그렇게 제안을 하고 있다. 고르바초프와의 한소정상회담과 클린턴과의 한미정상회담을 제주에서 개최한 바 있기에, 제주에서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그리 낯선 풍경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이다.

제주가 2005년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지 10여년이 지나는 동안, 제주는 무엇을 했을까 돌아보면, 회담 개최의 최적지 운운하기 전에 먼저 자성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좀 더 스스로를 돌아보면, 제주가 과연 평화회담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도 의아심이 든다. 지난 10여년간 강정 해군기지 문제로 도민 의사를 무시하는 막무가내 밀어붙이기와 절차적 하자 그리고 강압적인 대도민 자세 등을 고려해 보면, 더욱 평화의 섬 제주는 오히려 조용히 북미회담의 성공을 비는 기원제를 하는 게 더 맞아 보인다. 반성과 함께 심기일전의 다짐을 담아서.

제주가 마냥 놀다가 숟가락 들고 나선 것이 아닌가 하는 일각의 지적을 염두에 둠다면, 2018년 평화의 섬 제주가 할 일은 회담 개최지로서의 편승이 아닐 것이다. 지난 10여년의 게으름과 안주를 반성하는 토대 위에서, 늦었지만 앞으로 평화의 섬 제주가 미래지향적인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를 위해서 국제사회와 어떻게 협력하고 진전시켜 나갈 것인지의 제주포럼의 대대적인 환골탈퇴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마침 올 2018년은 4·3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4·3평화를 향한 제주도의 대담한 미래 찾기도 같이 가야 할 것이다.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 모르지만, 4·3 70주년을 맞이하여 평화의 섬 제주는 적어도 향후 10년 동안이라도 평화를 위해서 무엇을 하겠다는 비전을 접한 바가 없다. 그저 증액된 예산으로 70주년 기념 행사를 무난히(?) 잘 치르자는 데에 머물고 있다. 4·3을 제대로 이름 짓는 것도 안 되어 있는 게, 2018년 현재 4·3의 민낯이다.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4·3 정명이라도 이번 기회에 제대로 마련되길 기대하는 마음이다.

하긴 70주년 기념행사를 잘 치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4·3이 70년이 지나는 동안 가장 미진한 게 무엇인지, 그리고 지난 세월의 아픔과 고통을 메우기 위해서 제주의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의 무언가 틀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보수적 성향의 원희룡 도정이 진보적 성향의 문재인 정부와 만나, 이른바 보수와 진보의 대담한 미래 찾기에 나서는 길목에서, 북미회담 제주 개최가 운위되어야지, 언론 대담으로 ‘되면 좋고, 안되면 할 수 없고’식의 제안은 공허해 보인다.

2018년 4·3 70주년을 맞이하고, 또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올 상반기에 예정되어 있는 만큼, 2018년 6월 지방선거에 임하는 후보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평화의 섬 제주를 위해서 무엇을 하고자 하는 지의 청사진을 들고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보다 치열하게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평화의 섬 제주의 미래를 어떻게 가꾸어 갈 것인지의 공약과 다짐을 토론하고 경쟁하고 나누어 갖는 과정이 뒷받침 되어야, 이번에는 안 되더라도 향후 제4차 남북정상회담과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제주에서 열 수 있도록 하는 자격과 공감대를 널리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모든 게 쉽지 않다. 한 숟가락에 배부를 수는 없는 게 세상사이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이다. 내일을 기약하면서, 먼저 시작을 하고 평화의 섬으로서의 남다른 시범을 보이고, 차근차근 성과를 누적시켜 나가면 되리라 본다. 그런 의미에서 트럼프-김정은 회담은 평화의 섬 제주에도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제공해 주고 있다. 세계평화의 섬 제주,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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