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백승주 박사/ 서귀포시 대정읍 출신으로 재경 대정포럼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고려대 지방자치법학연구회장과 C&C국토개발행정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현행 지방자치법상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여 지역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권한이 적지 않다. 그 중에는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도시 또는 지역개발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할 수 있는 권한, 지역 단위의 환경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할 수 있는 권한, 지역문화의 창달과 육성을 도모할 수 있는 권한 등을 들 수 있다. 이 외에도 지방공무원이나 지방경찰의 자체적 육성 및 채용 권한, 공과금의 징수 및 부과·재원의 지출사용, 예산의 편성·집행 및 회계감사와 재산을 관리할 수 있는 권한 등도 지역발전과 연계할 수 있는 권한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이들을 들여다보면, 지방자치단체가 이런 권한을 행사함에는 현실적으로 여러 제한이 수반되고 있어 전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첫째,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여 추진하는 도시 또는 지역개발계획의 수립·시행이나 지역 단위의 환경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하는 것과 관련된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권한은 일종의 계획분권이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자율적으로 자기의 책임 하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 구역 안에서 건축적인 용도나 환경 그 밖의 용도에 의한 토지 이용과 관련한 구속력 있는 행정계획을 입안하는 권한이다. 그런데 이 권한은 다른 권한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많은 부수적인 제한이 가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기관에 의한 통제가 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토지 이용과 관련한 이 계획은 국가계획의 범주 안에서 종합적으로 조정을 필요로 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서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이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 주도권을 가질 수 없는 한계가 드러나 있다. 그래서 도시관리계획 입안의 지침이 되는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거나 광역도시계획을 수립하는 경우에는 주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국가계획과 관련되는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아니라 국가기관이 광역도시계획을 입안하고 결정하게 된다. 국토건설종합계획의 일환인 도 건설종합계획에 대하여는 국무총리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시·군 건설종합계획의 경우에는 시·도지사의 승인을 얻도록 되어 있다. 이는 현실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계획수립 권한이 지역적 한계를 넘는 광범위한, 종합적인 성격을 갖는 계획에 있어서는 그 수립 과정에 관계 지방자치단체의 이해가 반영되도록 그 결정과정에 참여하거나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점이다.

둘째, 지역문화의 개발·육성과 관련된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권한은 지방자치단체 스스로 자신의 수단과 책임으로 문화적 작용의 전개를 위한 권한이다. 이는 다른 권한과는 달리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권한 행사에 대하여 국가적 통제가 그리 심한 편은 아니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셋째, 지방공무원이나 지방경찰의 자체적 육성 및 채용과 관련된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권한이다. 이는 헌법 제118조 제2항에 근거하여 법률에 의한 제한이 가능하나, 그럴 경우에도 일정한 한계 내에서만 제한이 가능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문제되는 것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공무원으로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도 개선의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이러한 제한은 설령 지방자치의 정착을 위한 정책적 배려를 고려한다고 할지라도, 그 실질에 있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인사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헌법상 지방자치의 제도보장 취지에 반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넷째, 법정된 예산의 범위 내에서 그 수입과 지출을 자신의 책임 하에 운영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권한이다. 이 권한에 입각하여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에 따라 자신의 재정적 수입으로 정해진 사항에 대하여 지방세·분담금 등의 공과금을 부과 및 징수할 수 있고, 이를 업무수행을 위한 재원으로 하여 지출 및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자체 재정운영을 위하여 예산 및 결산에 관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는 원칙적으로 지방채 이외의 세입을 주된 것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공유재산의 조성 등 소관 재정투자사업과 그에 직접적으로 수반되는 경비의 충당, 재해예방 및 복구사업, 천재지변으로 발생한 예측할 수 없었던 세입결함의 보전, 지방채의 차환 등 부득이한 경우에는 지방채를 발행하여 이를 충당할 수 있다. 이 경우 지방채를 발행하려면 재정 상황 및 채무 규모 등을 고려하여 지방채 발행 한도액의 범위에서 지방의회의 의결을 얻어야 한다. 다만, 지방채 발행 한도액 범위라 하더라도 외채를 발행하는 경우에는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치기 전에 행정안전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현실적 문제는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법정된 예산의 범위 내에서 그 수입과 지출을 자신의 책임 하에 운영할 수 있기 위해서는 충분한 재원확보가 요구되고 있으나, 중앙정부의 세수권한 강화로 인하여 현실은 전혀 녹록치 않다.

사실 우리나라가 1990년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지방자치를 실시해 오고 있지만 여러 가지 제도의 운영 측면에서 보아 분명한 것은 지방자치 체제가 준(準)중앙집권 체제라는 점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특히 국가정책의 통일성 유지를 강조하든 아니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관계의 완화를 통한 지방자치 분권의 강화를 주창하든 간에 현재 우리나라 지방자치 체제의 위상이 어떠냐고 묻는다면, 십중팔구로 ‘중앙정부의 감독 또는 통제 하에 놓여있다’라고 대답할 것이라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지방분권 강화를 통한 지방자치 발전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왜냐하면 그렇게 가야 하는 것이 지방분권의 내실화를 다지는 길이고 미래 지방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보아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랜 역사와 전통 속에서 지방자치 발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서구 여러 나라의 지방자치의 다양한 발전사례들을 문헌상 눈여겨본다면, 우리의 지방자치가 나갈 길이 멀고 험할 것이라는 예단을 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물론 이런 예단을 극복하는 대안은 비전을 갖고 주민의 복리증진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역할을 강화시켜나가는 것이라고 본다.

우선 리더로서 주민 복리증진과 지역발전을 위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장으로서의 소임을 다해 나갈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리더로서 앞으로 우리나라의 지방자치 체제가 서구의 그것과 비교하여 전혀 손색이 없을 만치 발전적 기능이 정상화되는 것을 기대한다면, 앞서의 지방자치단체의 제반 지역발전 기능의 문제를 개선하여 내실화해 나가는데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를 구체적으로 언급한다면, 첫째, 지방자치단체의 절차적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은 계획의 수립이나 결정에 대하여는 계획분권의 침해문제로 보아 이에 대한 입법정책적인 개선을 도모해 나갈 필요가 있다. 아울러 계획분권의 관점에서의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둘째, 지방자치의 본지(本旨)에 비추어 지방자치단체의 인사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문제들에 대한 제도 개선을 검토해 나갈 필요가 있다. 셋째,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현재 중앙에 집중되어 있는 재원을 분산하는 제도개선을 서둘러 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현실을 직시하여 장기적 관점에서 실질적 재정분권의 실현 차원에서 현실적 대안 마련에도 최선을 다해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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