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양길현 교수/제주대학교 윤리교육과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고 제주미래담론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사람마다 국면에 따라 원하는 것이 약간 의견이 다를지 몰라도, 거의 대부분은 행복한 삶을 누리고 싶어 할 것이다. 그렇게 모든 사람이 다 행복을 추구함에도 불구하고 막상 보면 행복한 사람은 극소수이다. 다들 불만이고 불행이다. 왜 그럴까? 에덴동산에서 추방된 이후 인간에게 주어진 숙명일까? 아니면 사회적-구조적 조건들이 행복을 막고 있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무엇이 행복인지 모르기 때문일까?

언제부터인가 ‘소확행’이 널리 회자되고 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이다. 요즘 툭하면 긴 언어를 줄이는 유행에 따른 것이겠지만, 어떻든 행복 추구를 ‘큰 데서 아닌 작은 데서’ 그리고 미래가 아닌 ‘지금 여기에서’ 찾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헌법 제10조를 통해서 대한민국은 국민들에게 행복추구권을 보장해 주고 있는데, 과연 우리는 최소한의 ‘소확행’이라도 누리고 있는 사회일까?

UN이 발표한 <2018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57위로 2013년의 41위에서 16단계나 떨어졌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다. 위의 2018 보고서에서 1위-10위까지 자리하고 있는 나라들을 보면,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 스위스, 네덜란드, 캐나다. 뉴질랜드, 스웨덴, 호주이다. 사실상 다 유럽 나라들이다. 이들 나라들이 부자인 나라들이기는 하지만, 다 상위권 부자인 나라들인 것은 아니다.

어느 나라가 부자인지는 측정 도구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2018년 4월 국제통화기금(IMF)이 일인당 구매력 평가기준(PPP)에 근거하여 GDP 순위를 발표한 바 있다. PPP 달러로 1위 카타르(12만 8700), 2위 마카오(12만 2490), 4위 싱가포르(9만 8010), 6월 브루나이(7만 9730), 8위 아랍에미리트연합(6만 8660), 9위 쿠웨이트(6만 6670), 10위 홍콩(6만 4530)으로 중동과 아시아 나라들이 더 많이 포진해 있다. 한국은 28위 영국, 29위 프랑스, 31위 일본에 이어 32위에 위치해 있다. 이에 비추어 보면 한국은 결코 가난한 나라가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 국민들의 삶은 불만과 불평으로 가득 차 있다. 왜 그럴까?

유엔의 2088 보고서에 따르면, 견고한 사회적 지원과 반부패의 질 좋은 공공서비스가 이들 행복한 나라들의 공통이며, 바로 위의 두 개의 정치사회적 조건이 이들 나라 국민들에게 행복감을 높여주고 있다고 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한국은 이러한 행복 조건에서 크게 뒤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사회적 지원과 공공서비스라는 게 그렇게 어려운 과제이고 조건일까 하는 것이다. 왜 우리는 그러한 조건을 제대로 잘 채워가지 못하고 있는 걸까? 이건 인식의 전환이면 가능한 게 아닐까. 왜냐하면 물적 토대는 한국도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개인과 가족에게 맡겨 놓았던 행복 추구를 이제는 정부와 사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인식 전환이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유엔의 행복보고서는 국민총생산(GDP), 기대수명, 사회적 지원, 사회적 신뢰, 선택의 자유, 관대함이라는 6가지 지표로 각국의 행복지수가 얼마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위의 6가지 지표에서 5.88로 OECD 평균 6.62보다 뒤떨어져 있다. 특히 사회보장제도와 같은 사회적 지원 지표에서 OECD 평균 0.36에 비해 한국은 0.20의 만족도를 보이고 있는가 하면, 부패에서도 OECD 평균 0.45에 비해 한국은 0.22의 만족도를 보이는 데 그치고 있다. 그만큼 한국은 좋은 정부라는 점에서 하위에 머물고 있다. 거의 모든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거나 조사받는 것이야말로 한국 정부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보아 무방할 것이다.

그나마 기대수명 지표에서 한국은 OECD 평균 0.43에 비해 0.58로 높다. 인간의 장수욕을 채워줌으로써 행복감을 느끼도록 하는 데는 성공한 나라 가운데 하나인 듯싶다. 그리고 1인당 GDP에서도 한국은 OECD 평균 0.18에 비해 0.16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 물질적 조건에서는 한국도 행복감을 높이는 데 많지는 않지만 그런 데로 충분한 재원을 갖고 있다고 볼 것이다. 문제는 이런 물질적 재원을 웰빙으로 전환해 나가는 정치력의 부족 내지는 공동체적 관심의 결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13일 지방선거 이후 새로이 들어설 제주지방정치 책임자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자명해 보인다. 그것은 70만 제주도민의 행복을 높이는 데 혼신을 다하는 것이며, 구체적으로는 사회적 지원을 강화해 나가고 부패를 줄이는 단단한 마음가짐이다. 그리고 UN 등 여러 기구에서 내 보이는 행복지표들을 취합 선택하여 행복제주 특유의 행복지표를 개발하여 매년 또는 격년으로 제주행복지수의 변화를 측정해 보여줌으로써 이를 제주도정의 반성과 점검의 계기로 삼는 건 어떤지 하는 제언을 해 본다. 제주연구원을 포함한 제3의 독립된 콘소시엄 기구가 이를 맡아야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해 나가는 건 필수이다.

결국 산다는 것은 만족과 기쁨 찾기일 것이다. 그게 권력이든 재물이든 명예든. 그래서 행복이란 사전적으로 보면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를 지칭하고 있다. 만족과 기쁨이 충만한 삶이 되길 원하는 삶의 여정에서 우리는 마냥 정부의 처분만 기다릴 수는 없다. 정부에게 요구하고 압박하는 한편으로 우리는 각자 ‘소확행’을 추구해 나갈 필요가 있다. 어떻게?

마침 돈을 어떻게 쓸 것인지의 관점에서 ‘적게 써도 행복해지는 소비의 비밀’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이 널리 읽혀지고 있다. <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에서 제시되고 있는 3가지 방책에 재삼 주목해 보기로 하자. 즉, 1)타인을 위해 돈을 써라, 2)체험에 돈을 써라. 3)시간을 구매하라가 그것이다. 밥을 사든 선물을 사주든 기부를 하든 타인을 위해 돈을 쓰고,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여행이나 콘서트 등에 돈을 쓰고, 또 귀찮은 일들은 돈을 주어서 남에게 맡기고는 여유시간을 확보하는 그러한 삶을 살 수 있으면, 행복이 배가될 것임은 확실해 보인다.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돈이다. 돈이 없는데, 어떻게 기부하고, 체험하며, 시간을 살 수 있다는 말인가? 바로 이 지점에서 기본소득이 요청된다. 제주도민들이 행복을 배가하고자 한다면, 정부와 제주도정에게 기본소득을 마련하여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사회적 지원이 절대 요청된다는 것은 유엔 행복보고서가 지적한 사항이다. 올 7월에 들어설 제주도의회에도 <제주도기본소득추진위원회>(가칭)가 마련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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